[Why] 담뱃값 인상? 아니 세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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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싼 국산 담배, 가격 확 올려서 흡연율 낮춘다니…

최근 담뱃값 2천 원 인상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22일 부산지역 한 편의점의 담배판매대에 진열된 국산 및 외국산 담배. 강선배 기자 ksun@

이달 초 국회에서 시작된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란이 꺼질 줄 모르고 있다. 왜일까?

논란의 불씨를 댕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담뱃값 2천 원 인상' 법안은 지난 6일 발의됐다. 김 의원은 1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연정책 강화를 위해)흡연율과 담배 소비량을 가장 떨어뜨릴 수 있는 한계점으로 2천 원 인상안을 상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2천 원 인상 법안 발의 
사재기 조짐·밀수 활개 전망
선진국은 '담배와의 전쟁' 중
우리나라 금연구역은 말뿐
흡연자 중 찬성도 많아 '의외'
얼마나 올릴까 타협점 고민


정부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확실한 방법으로 담뱃값 인상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 역시 국민건강을 위해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여론추이가 일방적으로 나쁘지만은 않다.

반면 "주 소비층인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한다"는 인상 반대론도 만만찮다. 담뱃값 경고문구 확대, 흡연금지구역 단속강화 등 비가격 정책은 놔두고 하필이면 가격인상이냐는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선 벌써 보루째 사재기 조짐도 엿보이고, 앞으로 밀수담배가 암거래돼 지하경제가 활개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담배와의 전쟁 시작되나

선진국들은 '담배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상점에서 담배를 진열하지 못하게 하고 캐비닛이나 서랍에 보관해 팔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점 계산대 바로 뒤 담배판매대에 화려하게 진열돼 있다. 이런 점에서 뉴욕시장의 시도는 담배 구매 유혹을 줄이는 효과적인 정책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뉴욕은 그동안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쳐 흡연율을 2002년 21%에서 2011년 14%로 떨어뜨렸다. 지난해 뉴질랜드는 앞으로 4년간 담뱃세를 40%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2016년에는 한 갑에 1만 7천 원 정도로, 한 개비는 1천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12월 초부터 시행된 금연구역 규제가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 7월부터 보다 강화된다. 넓이 150㎡ 이상인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영업소에서 별도로 마련된 흡연실을 제외한 영업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버스정류장 10m 이내 거리에서도 흡연이 금지됐다. 오는 6월부터는 간접흡연 피해를 방지하고 청소년 흡연 유인을 효과적으로 차단키 위해 PC방에서 흡연이 금지된다.

하지만 금연은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각종 음식점 실내는 물론 공공장소나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흡연자 중에도 인상 찬성 많아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여론의 추이는 다소 의외였다. 애연가들의 반발이 극심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찬성자들도 꽤 많았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흡연자이지만 찬성한다. 이참에 끊어보겠다" "그 정도론 안 된다. 1만 원쯤으로 더 올려라" 등 못 끊어서 괴로운 사람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천1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7%는 인상에 찬성하고 30.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우리나라 담배는 비싸지 않은 편이다. 영국은 한 갑에 1만 원이 넘고, 프랑스 9천 원대, 일본 5천 원대 등 주요 선진국들은 상당히 비싸다. 반면 중국·러시아 등은 우리보다 싸다. 만약 우리나라 담뱃값을 2천 원 올린다면 4천500원 수준으로 일본과 비슷한 가격이 된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 스모킹'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4%가 500원 인상이 적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가격을 찔끔찔끔 올렸다간 흡연율 감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과감한 인상만이 흡연율을 대폭 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

■건강보험 적자 메우기?

반대론도 거세다. 우선 국민건강이란 명분을 앞세워 세금을 더 거두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담뱃값에는 부가가치세(9.1%), 담배소비세(25.6%), 지방교육세(12.8%), 국민건강증진기금(14.2%), 폐기물부담금(0.3%) 등 5가지 세금과 기금이 붙는다. 조세부담률이 62%나 된다. 한 갑에 2천500원인 담배를 사면 무려 1천549.8원을 세금 및 부담금으로 내는 실정.

특히 담뱃값이 4천500원으로 오를 경우 현재 357원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1천146원으로 3배가량 인상돼 이 돈이 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측이 발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론자들은 "우리가 낸 돈을 왜 건강보험에 지원하느냐"며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담배가 '고가의 기호품'이 되면, 저질담배와 밀수담배를 더욱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다. 2003년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담뱃값을 올리면 공식적인 담배소비는 크게 줄지만, 밀수담배 증가로 소비 감소효과는 크지 않다고 한다. 캐나다에선 1985~1991년에 연방 담배세율이 220% 인상돼 미국과 3달러 차이가 나자 미국으로부터 담배밀수가 급증, 1994년 담배세율을 다시 내린 바 있다.

담뱃값 인상은 현재 웰빙 풍조 속에 기정사실화돼 가는 분위기다. 다만 어느 정도 올려야 흡연자들의 저항이 덜하고,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지 그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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