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다름을 안다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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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서 있는 남자가 외로워 보인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걸 이해할 때 사랑은 유지되고 행복이 찾아온다. 은행나무 제공

1992년 미국에서 흥미로운 책이 한 권 출간됐다.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다. 남녀의 다른 점을 다룬 이 책은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다. 책 내용은 이랬다. 남녀는 다른 별에서 온 사람처럼 사고방식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남녀가 지구라는 별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호응을 얻었다.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도 그렇다. 한데 남녀 차이를 단순하게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에 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저자가 사랑을 책 주제로 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독일 대학병원 의사다. 환자를 보면서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그 결과 그는 코미디언과 웃음 트레이너가 돼 행복을 나눠 준다. 그는 행복을 느끼는 데 가장 필요한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그가 들려주는 사랑을 선택하고 유지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웃음 트레이너가 된 독일인 의사
그가 들려주는
사랑을 선택하고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싸움의 기술

저자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심리 실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인물이 바뀐다'는 실험결과를 내놓는다. 편안한 상태에선 자신과 닮은 사람을,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선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을 선호한다는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편안한 상황에서 배우자를 골라야 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자신과 닮은 사람과 결혼하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저자는 "실험은 조건을 제한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삶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직관이나 판단을 믿어도 좋다는 말이다.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저자는 사랑을 유지하는 슬기로운 방법을 알려준다. 뇌가 활성화되는 부분에서 남녀 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단다. 가만히 쉴 때도 여성은 사고와 언어활동을 관장하는 뇌피질이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여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데." 이때 아내는 "글쎄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라고 다그쳐 묻지 않아도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남자 대부분은 그때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을 유지하는 데 유머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저자는 이렇게 제안한다. 부부가 식사하려고 식탁에 마주 앉았을 때, 남편이 이렇게 한번 말해 보란다. "우리 언젠가 만난 적 있지 않나요? " 아내에게 날리는 이런 작업 멘트는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일 부부가 하루 평균 대화하는 시간은 8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 세계 부부 상당수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세세한 부분까지 서로 알고 있는 부부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싸움의 기술도 알려 준다. 함께 살다 보면 싸울 일이 있다. 그때 기억해야 하는 한 가지. '상대가 아파하는 곳은 절대 공격하지 말 것'이다. 저자는 "잘못 뱉은 말은 다시 좋은 말을 한다고 해도 만회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한 번 있었다면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다섯 번은 있어야 한단다. "그렇지 못하면 관계가 깨질 확률은 94%에 달한다"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는 다른 별에서 온 존재가 아니며 공통점도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다른 점을 안다면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저자는 사랑과 관련된 대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라며 책에 적어 놓았다. 오늘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그 말을 한번 써먹어 보면 좋겠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겐 불량품일지 몰라도 내겐 특제품이야."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박규호 옮김/은행나무/480쪽/1만 8천 원. 김종균 기자 kjg11@ 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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