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정관면서 석면폐증 첫 확진자 나왔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기장군 정관면에 살고 있는 60대 남성이 최근 석면폐증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석면을 불법으로 사용하다 적발된 기장군 정관면 자동차부품업체 A 사로부터 반경 1㎞ 이내 거주자에 대한 부산시의 긴급조사 결과 확인됐다. 더욱이 A 사와 확진자의 거주지 인근에 정관신도시가 위치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부산시와 석면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 정관면 용수리에 위치한 A 사로부터 반경 1㎞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과 A 사 근무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석면 건강영향조사를 벌였다.

자동차부품업체 등
수년간 석면 사용 확인
반경 1㎞ 긴급 조사
수십년 잠복기 가져
인근 주민도 영향 가능성

대상자 중 절반에 못 미치는 148명이 설문과 진찰, X-ray 등의 1차 검진을 받았고, 이 중 10명의 의심환자가 나왔다. 이어 이들을 대상으로 폐기능검사, 객담검사, CT 촬영 등의 2차 검진을 실시한 결과 1명의 2급 석면폐증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석면폐증은 석면을 장기간 흡입할 경우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병이다.

출생 이후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이곳에서 계속 농사를 지어온 이 60대 남성은 지난 1월 한국환경공단에 석면피해 구제급여를 신청했다.

지난 2009년 부산시의 석면 건강영향조사가 시작된 이후 세 번째 확진자다.

문제는 건강영향조사의 원인이 됐던 자동차부품업체 A 사가 2007년 9월부터 5년 넘게 기장군 정관면에서 석면을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A 사로부터 반경 2㎞ 이내에 정관신도시 아파트 밀집지가 위치해 있고, 2008년 이후 이곳에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주민 일부도 석면에 의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당초 A 사 관련 역학조사를 부산시에서 실시할 때 조사 대상을 반경 2㎞로 할 것을 권했지만 아파트와 학교 등이 있어 민감한 부분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학계 보고서 등에 의하면 석면이 짧게는 15년, 길게는 40년의 잠복기를 가지기 때문에 주민들의 건강도 장기적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량용 브레이크 라이닝 등을 생산했던 A 사는 '비밀창고'에 백석면을 보관하고 연마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면 분진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지난해 8월 중순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작업중지와 공장 폐쇄 명령을 받았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19일 올해 첫 석면관리협의회를 열어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리고,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영향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시는 A 사와 남서쪽 반대편 2㎞ 직선거리에 위치한 또다른 자동차부품업체 B 사도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석면을 사용했던 것을 확인, 오는 9월 환경부 예산이 마련되는대로 당시 B 사 인근 거주 주민들을 추적해 건강영향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석면폐증 확진을 받은 60대 남성은 잠복기를 고려하면 A 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낮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추적·역학조사를 확대해 석면 피해자 발굴에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