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까지 달린 김 과장 술 냄새 대신 커피 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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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무원인 서 모(40·부산 금정구 장전동) 씨는 지난 18일 동료 2명과 함께 색다른 회식을 했다. 1차로 식사와 함께 소주를 마셨고 2차는 당연히 맥주를 마시러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서 씨의 생각과 달리 동료들이 이끈 곳은 커피 전문점이었다.

회식 장소였던 연산교차로 주변에 워낙 커피 전문점들이 많이 생겨 들어가기도 쉬웠다.

서 씨는 "2차로 웬 커피냐고 처음에는 핀잔을 줬지만 약간 알딸딸한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니 술도 깨고 12시가 되기 전에 지하철을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면서 "택시비도 아꼈고 생각보다 괜찮은 회식이었다"고 말했다.

'1차 술, 2차 커피' 유행
회식자리 폭음 피하고
일찍 귀가해 '1석2조'


직장인 김 모(39·부산진구 양정동) 씨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지난 14일 오후 7시에 횟집에서 회식을 하고 2차로 인근 커피숍에서 원하는 차를 골라 마신 뒤 11시쯤 일행들과 헤어졌다. 역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한 김 씨에게 김 씨의 아내는 "회식한다더니 멀쩡하네"라며 반겼다. 김 씨는 "올 초부터 1차 또는 2차 뒤 커피를 마시고 회식을 끝내는 트렌드가 생긴 것 같다"며 "술도 적게 마시고 먹은 술을 깰 수 있어 좋은데, 특히 일행 중 여성이 있으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1차는 술, 2차는 커피 문화'는 이미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돼 있다.

출판사에 다니는 김 모(27·여·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씨는 "회사보다 가정이나 개인적인 일을 우선시하면서 '2차 커피 후 해산' 문화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면서 "술을 많이 마셔 실수할 일도 없고 회식 다음 날 회사 일에도 지장이 없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일상화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부산에 정착되지 못한 '서울 문화'라는 지적도 있다. 회사원 강 모(30·여·영도구 청학동) 씨는 "회사에 어른들이 많아 차수를 바꾸면서 술을 마신다"며 "하지만 예전보다는 술을 적게 마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문겸 교수는 "최근까지 회식이라고 하면 술 마시고 노래방 가는 게 당연했는데, 최근엔 젊은 층의 개인적인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이 회식이라는 권위주의적 산물에까지 스며들면서 회식 때 커피를 마시는 문화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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