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광의 BMW(Busan+Bus, Metro, Walking)] ③ 도시철도 2호선 중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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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길~문탠로드~어울마당, 해운대 한눈에…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문탠로드.

부산 해운대구 '중동'은 해운대 중심에 위치한 동네를 뜻한다. 해운대신시가지 일부와 미포, 청사포 마을이 중동에 속해 있다. 그중 미포와 청사포는 바다에 접한 동네로 별신굿의 전통이 아직 남아 있다. 이들 세 곳을 구획 짓는 경계가 달맞이언덕으로 더 잘 알려진 와우산이다.

이 와우산의 서쪽에 위치한 오산마을은 지형이 오동잎처럼 생겼다(부산시사편찬위원회의 '부산의 자연마을')는 데서 유래했다. 실제로 오동나무가 많아 이 나무를 재료로 지은 집이 많았다고 한다.



■땡땡땡 종소리에 열차 구경

이번 주에는 답사 코스를 해운대 중동역 주변으로 정했다. 도시철도 2호선 중동역에서 미포오거리를 지나 미포∼달맞이길∼조선시대 향나무∼문탠로드∼바다전망대∼체육공원∼어울마당∼달맞이길∼해월정∼화랑가 순으로 돌아 다시 중동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대략 3시간이 걸렸다.

중동역 7번 출구를 나오면 옛 오산마을인 미포오거리까지 10분이면 족하다. 도보 여행은 여기서 본격화되는데, 미포오거리에서 곧바로 달맞이언덕으로 올라가지 말고 방향을 미포 쪽으로 잡는다. 지도상에는 '달맞이길62번길'로 표기된다. 바다까지 쭉 내려가면 미포선착장을 만나고, 도중에 철도 건널목을 지난다. 건널목에서는 가끔 "땡 땡 땡"하는 종소리와 함께 열차가 지나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에 나온 해일 장면도 바로 여기서 촬영됐다.

미포(尾浦)는 '소의 꼬리'를 뜻한다. 풍수에 따르면 장산에서 내려다 볼 때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미포사람들은 미역 양식이 잘 돼 큰 돈을 만져도 소문을 내지 않는데, 그 이유가 소가 꼬리를 탈탈 털어 자신의 재물을 없애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속설을 그대로 믿기 보다, 차라리 이를 뒤집어 소 동상을 만든 뒤 "소 꼬리를 잡고 흔들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고 소문을 내면 어떨까. 이런 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닐까 싶다.

미포선착장에서 다시 달맞이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포구 안쪽의 동해횟집과 비치모텔 사이에서 찾으면 된다. 사잇길로 오르면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골목길을 따라 레스토랑 '오! 해피데이'에 이른다. 이 레스토랑의 길 맞은 편으로 또 다른 레스토랑인 '언덕 위의 집'이 있고, 그 앞에 수령 500년을 훌쩍 넘겼다는 조선시대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달빛 속 산책 "철학자 따로 없네"

달맞이언덕의 대표적인 체험 코스인 '문탠로드'의 진입로는 '오! 해피데이' 옆에서 찾을 수 있다. '문탠'(Moontan)은 '월광욕'을 뜻하는 말로 '선탠'(Suntan·일광욕)에 대비된다. 저녁에 은은한 달빛을 받고 숲길을 거닐다 보면 철학자가 따로 없다. 숲길은 어둡지만 아주 엷은 조명이 켜져 있어 길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조명은 일몰부터 23시까지, 그리고 새벽 5시부터 일출까지 두 차례만 가동된다. 숲길로 들어서 한참 가다보면 도중에 닭똥 같은 냄새가 나는데, 사실 닭똥이 아니라 사스레피나무 향이다. 차나무과의 상록활엽관목으로 이 독특한 향이 인체를 살균하고 진정효과를 돕는다고 하니 거부할 이유가 없겠다.

초승달 모양의 지붕이 아름다운 어울마당.
길은 제법 길다. 낮이라면 어울마당에서 초승달 모양의 지붕을 구경할 수 있고 시나브로 찾아온 봄 기운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해월정으로 향한다. 해월정은 선남선녀가 보름달이 뜨는 날 만나 사랑을 속삭이면 필히 그 사랑이 이뤄지고, 보름달을 향해 소원을 빌면 반드시 그 소원이 이뤄진다는 명소다.

문탠로드를 계속 타면 청사포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돌아올 길이 걱정되면 이쯤에서 유턴하여 달맞이길로 올라와 수많은 화랑과 이색 건축물을 구경하는게 좋겠다. 달맞이길 위쪽에 '달맞이길65번가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조현화랑, 맥화랑, 갤러리이배, 마린갤러리, 최장호갤러리 등이 줄줄이 위치하고 있다. korail2002@hanmail.net(011-877-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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