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인문학' 실천 교수들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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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해운선원 1차 이야기 카페. 멀리 창가에 자리 잡은, 아들과 함께 온 참가자의 모습이 눈에 띈다.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인문학' 실천을 위해 교수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학술이 빠진 대학가에 학술 바람을 불어넣겠다", "가족들과 '마실 가듯' 나와 삶과 인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부산대 앞 문화공간 봄(Bomm)은 23일부터 6월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청소년 고전 아카데미(선착순 30명, 사전 신청)를 개최하는가 하면 27일부터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7시에는 인문학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강좌에는 이진오 부산대 교수, 강신준 동아대 교수, 배병삼 영산대 교수 등이 참여할 예정.

윤종갑 봄 대표는 "최근 백년어서원이나 빈빈 등을 통해 다양한 인문학 강좌가 많이 마련돼 있지만 이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면 대학교수들이 나서 특정 한 분야가 아닌 동서양의 미학, 철학, 심리 등 인문예술 전체를 개괄하는 강좌를 무료로 연다는 것"이라면서 "또한 텍스트 중심이 아닌 교수들이 오랫동안 연구한 내용을 집약한 강좌라는 점에서 대학에서도 좀처럼 들을 수 없는 귀중한 강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공간 '봄' 청소년 고전 아카데미
카페 '가배향' 해운서원 이야기카페


윤 대표는 "대학가가 학술을 위한 중요한 기지가 될 수 있음에도 최근 술 마시고 놀기만 하는 곳으로 전락하는 게 안타깝다"면서 "이에 뜻을 같이하는 지역의 교수, 독지가가 모여 이번 강좌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좌는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성인 및 청소년 강좌의 첫 강의를 맡은 이진오 부산대 교수는 "요즘 대학 강의실은 스펙이나 취업 때문에 더 세속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면서 "학구적 분위기란 게 강의실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학교 주변 문화나 대학가 분위기로부터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라며 배경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프로그램이 대학 주변 문화를 학구적으로 바꾸는 대학생 중심의 교양운동, 혹은 시민운동의 밀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종대 동의대 교수도 재능기부를 받아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해운대의 카페 '가배향'에서 해운서원 1차 이야기카페 5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다음 달 16일부터 5월 14일까지는 2차 이야기 카페를 진행한다. 문 교수는 "지난 강좌에서 부부끼리, 혹은 중3 아들의 손을 잡고 나온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좋은 건 강의를 마친 후 20명 남짓 참가자들이 대화를 통해 서로 쌓은 경험을 나누고 교양을 나눈 것이었다"며 흡족해 했다.

이들 강좌는 모두 무료이며 문화공간 봄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고전 아카데미를 제외하고는 별도 신청 없이 강좌별로 선착순 입장이 가능하다. 해운서원의 경우 찻값은 본인 부담이다. 봄 051-714-6909, 해운서원 가배향 051-747-6060.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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