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여성 '갱년기 다이어트' 어떻게 해야 하나] 죽도록 운동해도 도대체 살이 안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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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DB

"아니, 도대체 살이 왜 안빠지는 거야, 죽을동살동 운동하는데…." 주부 최 모(47) 씨는 한탄한다. 배만 볼록한 자기 몸매가 싫은 것이다. 중학교 때 육상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몸매에는 늘 자신이 있었다. 사실 30대 초반까지만해도 보는 사람마다 감탄하는 S라인 몸매였다. 조금 살이 붙을라치면 달리기와 음식 조절로 금방 제 몸매를 되찾았다. 뱃살같은 건 자기와는 평생 인연이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 마흔에 가까워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서서히 뱃살도 늘고 하체도 부실해졌다. 특히 요즘에는 한번 찌기 시작한 살이 좀체 빠지지 않는다. 옛날에 비해 더 먹는 것도 아니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는데 왜 살이 안빠지는지 이해가 안되고 속이 상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20대와는 살찌는 구조가 다르다

2008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가 있다. 20~30대 여성의 비만율은 25.2%에 불과했지만, 40대는 27.5%, 50대는 35.3%, 60대는 43.8%로 나타났다. 여성에게 40~50대는 이른바 갱년기다. 갱년기에는 신체의 작용에 여러 가지 장애가 나타난다. 특히 생식 기능이 없어지고 월경이 정지된다. 그래서 폐경기라 부르기도 한다. 요컨대, 여성은 갱년기 때 비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먹는 양 줄여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연령

찌는 부위도
배 위쪽 중심으로 집중

무턱댄 다이어트
되레 골다공증 위험

신중한 호르몬 치료
도움될 수도


흔히 살찌는 원인으로 칼로리 과다 섭취를 든다.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젊을 때 이야기다. 갱년기 때는 칼로리 섭취보다는 휴식대사량의 감소가 주 원인이다. 휴식대사량은 정상적인 신체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량이다. 근육의 양이나 활동이 줄어들면 휴식대사량도 줄어든다. 많이 먹어서라기보다는, 정상적으로 먹어도 신체활동이 줄어들다보니 먹은 만큼 에너지로 사용하지 못해서 살이 찐다. "별로 먹는 게 없는데도 살이 찐다"는 사람은 그런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 즉, 갱년기 때는 먹는 걸 줄여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것이다. 

호르몬 치료가 갱년기 여성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산일보 DB
특히 주목할 것은 여성호르몬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살이 찐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난소 뿐만 아니라 지방 조직에서도 만들어진다. 그런데 폐경이 되면 난소에서 생산되는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우리 몸은 체지방을 증가시켜 에스트로겐을 합성한다. 살이 찌는 것이다. 또 생리 주기에는 황체를 형성하는 등 평소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법인데, 그게 사라지니 살찌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갱년기에 찾아오는 우울증, 스트레스도 비만 요인을 배가시킨다. 갱년기 때는 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20대와는 살찌는 부위도 다르다

하체가 두터워지는 20대 비만과 달리 갱년기 비만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지방이 배 위쪽을 중심으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배 외에도 겨드랑이, 팔뚝 등에 지방이 증가하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하체는 가늘어지게 된다. 가분수 형태의 몸매가 되는 것이다.

이는 갱년기에 체지방의 분포가 이전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폐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이 둔부와 대퇴부(골반과 무릎 사이)의 지방 축적을 촉진시키지만, 여성호르몬의 공급이 떨어지는 갱년기가 되면 대퇴부에서는 지방 축적이 감소하고 복부의 지방은 늘어난다. 중년 여성에게서 복부 비만이 많은 이유다. 복부 비만은 곧 뱃속 내장에 지방이 쌓였다는 의미다. 내장에 지방이 쌓이면 칼로리 소비량도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서 이전만큼 또는 그보다 더 많이 운동을 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20대와는 살빼는 방법도 다르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살이 찐다? 흔히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최근의 여러 연구에 의하면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치료는 체중 증가나 체지방 축적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는 추세다. 오히려 비만한 폐경 여성일 경우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보다 받은 여성의 허리 대 둔부의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허리 대 둔부의 비율이 준다는 건 상대적으로 허리가 날씬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배에 지방이 쌓이는 복부 비만을 억제하고 날씬한 허리를 유지케 하려면 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부 호르몬 약 중에는 약간의 체중 증가가 우려되는 성분이 포함된 경우도 있으니,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후 신중하게 치료받아야 한다.

다이어트에 과식이 금물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갱년기 여성의 경우 무조건 음식을 줄이는 건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하루 섭취 열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무기질의 결핍과 영양소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특히 갱년기 여성에게 칼슘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의 위험이 커진다. 다이어트 중이라도 칼슘은 하루 500~1000㎎ 정도는 섭취해야 한다.

갱년기의 다이어트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중년이 되면 노화현상으로 생리기능이 원활하지 못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급하게 함부로 살을 빼다간 질병 등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때문에,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조바심 내지 말고 꾸준히 평생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도움말=탁영진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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