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오페라 전문 감상실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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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백산기념관 앞에 새로 문을 연 오페라 전문 감상실 '서푼짜리 오페라'.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 오페라 전문 감상실이 생겼다. 상업적인 오페라 전문 감상실은 처음이다. 이름이 '서푼짜리 오페라'다.

중구 백산기념관 바로 앞 동삼빌딩 3층에 있는 오페라 감상실 '서푼짜리 오페라'를 방문했다. 지난 5일 오후 3시였다. 60, 70대로 보이는 어르신 세 분이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를 감상 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무대에서 접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감상실의 좌석 수는 24석으로 작고 아담했다. 감상실 시설은 120인치 크기의 스크린, 프로젝트, 스피커, 앰프가 전부다. 클래식 CD와 LP판을 3천 장씩을 갖추고 있다. DVD 영상물은 1천 장 정도. 스피커는 덴마크 다인오디오 사의 C4 시그너처, 파워앰프와 프리앰프는 덴마크 그리폰 사의 안틸레온과 소나타알레그로다.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제품들이다. 감상실 규모가 작은 데다 실내 인테리어로 목재가 많이 사용돼 소리가 실내 전체로 고르게 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구 동광동 '서푼짜리 오페라'
클래식 CD·DVD 수천 장 보유
월별·요일별 프로그램 특화
오페라 보급 전초기지 기대


주인 서진식 씨. 정종회 기자 jjh@ 입장료 5천 원만 내고 커피와 오페라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감상실 이름이 '서푼짜리'다. 브레히트의 희곡에 음악을 입힌 서사극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따왔다. 고가의 고급 취향을 지양하고 거지들도 보는 오페라,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오페라를 지향하고자 붙인 이름이다. 초심자들을 위해 100% 한글 자막이 지원되는 영상물만 보여 준다. 하지만 무삭제 무편집 전막 상영이라는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 갈라 공연 등 한자리에서 이것저것 섭렵하는 얼치기는 절대 사절이다.

월별로 감상 프로그램이 짜였다. 3월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은 '오페라 에센스 완전정복'이 제공된다. 가장 대중적인 오페라를 공연별로 비교감상하는 것이다. 가령 '카르멘'의 20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공연, 2010년 바르셀로나 리세우극장 공연, 2006년 런던 로얄오페라하우스 공연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매주 목요일은 '베르디 대장정'의 시간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26편을 보여 준다. 그리고 토·일요일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올린 바그너의 10개 작품을 상영하는 '바그너 대장정'이 진행 중이다. 화요일은 자유 감상, 금요일은 오페라연구 동호회 대관 및 자유감상 시간이 주어진다. 월요일은 휴관.

감상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30분, 오후 7시 30분, 하루 세 번이다. 인터넷 다음 카페에 들어가면 일정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주인 서진식 씨에게 예약(051-991-8542, 010-4600-8541)을 미리 하는 게 좋다. 입장료는 5천 원(학생 4천 원)이다. 서진식 씨의 간단한 설명 및 질의응답에 이어 감상 순으로 진행된다.

서진식(47) 씨는 금융기관 호텔 등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직장생활을 접었다. 서 대표는 국도클래식동호회에서 11년간 활동하다 5년 전부터 오페라에 반해 직접 감상실을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로 재생되는 오페라는 진정한 오페라가 아니라는 혹평이 자주 나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야구장 외야석보다 디지털 TV로 중계되는 안방야구가 더 정확하고 재밌다는 사람도 많다. 오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페라와 친해지기를 바라는 초심자들에겐 공연장보다 감상실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서푼짜리…'는 오페라 보급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시민들에겐 수천억 원대의 오페라하우스 건립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다. 이상민 선임기자 ye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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