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서 내아이 지키는 법] 학교폭력 예방이 중요… 저학년일수록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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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부산교육센터 소속 강사들이 일선 학교에서 자신감있는 행동으로 폭력에 적극 대처하는 역할극을 선보이고 있다. 초록우산 부산교육센터 제공

주부 이명진(36) 씨는 최근 아들(7)을 집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뒤 걱정이 생겼다.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행여나 학교 폭력에 노출될까 봐서다. 이 씨는 "학업도 학업이지만 아이가 학교 폭력으로 인해 학교에 흥미를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학부모들이 주변에 많다"고 귀띔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의 심의건수는 2010년 7천823건으로 2005년 2천518건에 비해 3배나 늘었다. 2012년 1학기 심의건수만 1만 7천97건으로 2011년 1만 3천680건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폭력으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방법은 없을까.

■폭력 예방은 초등 저학년 때부터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은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학교폭력 예방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초록우산 부산교육센터 김영주 교육사업팀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모든 학생들이 학교 폭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지도하면 학교 폭력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많은 학생들이 이미 초등학생 때 학교 폭력을 경험하는 만큼 초등학생 시기에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발표한 '2011 학교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폭력을 최초로 경험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1~3학년 26%, 초등학교 4~6학년 46%로 초등학교 때가 72%를 차지했다. 중학교 1학년 13%, 중학교 2학년 9% 등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폭력 개념' 확실히 일깨워주고
감정표현 익숙해지게 교육
고학년 때는 폭력 대처에 초점


하지만 초등 저학년의 경우 '폭력'의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돼지'라고 놀리거나 쿡쿡 찌르는 등의 행위를 사소한 장난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기분 나쁜' 감정과 '불편한' 느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이가 "기분 나빠"라고 말했을 때 그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김 팀장은 "저학년의 경우 불편함이 '괴롭힘'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기분 나쁘거나 불편한 감정을 잘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다양한 얼굴 표정이 담긴 카드를 활용해 볼 만하다. 예컨대 아이에게 자신의 기분과 제일 잘 어울리는 카드를 고르게 한다. 아이가 슬픈 표정의 얼굴 카드를 골랐다면 아이에게 '슬픔'이 어떤 감정인지 자세히 알려주는 식이다. 카드라고 해서 별 것 없다. 잡지를 오리거나 인터넷에 실린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들은 대개 "오늘 공부 뭐 했어" 등 학업과 관련된 질문을 하게 마련이다. 이보다는 학교에서 가장 기뻤던 일과 힘들었던 일을 묻는 것이 좋다. 아이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돌아보며 그때 들었던 감정도 함께 떠올리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가 ~해서 엄마는 기쁘다"는 식으로 '나(I)' 기법을 쓰는 것도 좋다. 초록우산 부산교육센터 황용선 아동폭력예방 전문가는 "감정 표현에 익숙해지면 아이들이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폭력 대처에 초점을

저학년 때는 괴롭힘과 폭력의 개념을 일깨워주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춘다면 고학년 때는 폭력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만약(If)' 기법을 활용해 아이들이 스스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 것이 좋다. 예컨대 '낯선 사람이 과자를 주면서 차를 태워준다'는 상황을 설정한 뒤 아이에게 직접 답을 찾게 하는 식이다. 아이가 스스로 답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가다 보면 부모가 곁에 없더라도 위험한 상황에 닥쳤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는 훈련이 된다.

'목격자'의 역할을 상세히 알려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국 UCLA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폭력의 85%가 학교 폭력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목격자'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완전히 모른 척하는 '수동적인 목격자'와 싸움을 부추기는 등 '동조하는 목격자', 괴롭히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담임에게 얘기하는 등 적극 대처하는 '적극적인 목격자' 등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황 전문가는 "학교폭력의 타깃이 '나'가 될 수 있다는 걱정과 내가 돕지 않아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죄책감을 떨쳐내고 사태를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적극적인 목격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다양한 역할극을 보여주면서 해결점을 찾아나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왕따나 학교 폭력을 당할 때 울거나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등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맞서 싸우는 공격적인 행동, 다른 아이를 오히려 괴롭히는 수동적 공격, 자신감 있게 "싫어" "하지 마"를 외치는 모습을 보여 주며 자신감 있게 자신의 싫은 감정을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가 역할극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괜찮다. 김 팀장은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고 당당하게 '싫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의사항 하나. 아이에게 "왜 맞고 들어오느냐. 너도 때려라"거나 "다 싸우면서 크는 거야", "공부만 잘하면 돼"라는 식의 말은 절대 금물. 아이는 이 같은 부모의 반응에 상처 입고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에서 괴롭히는 아이가 될 우려가 크다. 부모가 먼저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식의 해결책을 원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황 전문가는 "아이의 판단을 존중하고 아이가 원하는 선에서 부모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이는 학교 폭력에 대해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릴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학교폭력 관련 도움받을 수 있는 곳:초록우산 부산교육센터에서는 오는 26일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학교폭력 예방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실종·유괴예방교육을 마련한다. 이날 교육은 초등학생 저학년이나 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참가비 5천 원. 051-507-3995.

이 밖에도 보건복지콜센터(129)와 아동학대 신고전화(1577-1391), 청소년폭력예방재단(051-583-8295), 해바라기아동센터(아동성폭력전문기관·051-244-1375)에서도 아동폭력과 관련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윤여진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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