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배려' 급감…일반 학생들 특목·자사고 입학 창구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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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사회 취약계층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이 일반인 자녀들의 특목고 입학 수단으로 전락됐다는 지적이 많다. 타지역 교육청의 사례처럼 사배자 전형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하는 시도가 절실하다. 사진은 특목고·자사고·국제중 입전략 설명회에 대거 참석한 학부모들의 모습. 부산일보 DB

사회적 배려 대상자(이하 사배자) 중 경제적 배려 대상자가 해마다 줄어드는 데는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이 큰몫을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경제적 배려 대상자 해당 학생들이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적 배려 대상자
울산 3년 새 75% 줄어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
부산 108명서 180명으로

다자녀가정 자녀 53.1%
경찰·군인 자녀도 상당수

50% 우선선발 권고 사항
미충원분 지원금도 문제


△현황=부·울·경 교육청에서 제출한 '2011~2013학년도 부·울·경 특목고 및 자사고 사배자 선발 현황'을 살펴본 결과, 부산의 경제적 배려 대상자 입학자수는 2011학년도 145명에서 2012학년도 140명, 2013학년도 129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감소했다. 경남 역시 2011학년도 37명에서 2013학년도 9명으로 크게 줄었다. 울산은 2011학년도 64명에 비해 2013학년도 16명으로 3년 새 무려 75%나 줄어들었다.

반면,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는 크게 늘었다. 부산은 2011학년도 7개교 108명을 시작으로 2012학년도 138명(8개교), 2013학년도 180명(8개교)으로 상승했다. 특히 부산의 A고는 최근 3년 간 선발된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가 107명으로, 경제적 배려 대상자(39명)의 3배에 육박했다. B고 역시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92명)가 경제적배려 대상자(48명)를 크게 웃돌았다. 경남 역시 2011학년도 3개교 19명에 불과하던 수치가 2012학년도 72명(4개교), 2013학년도 94명(4개교)로 대폭 늘었다. 울산 4개교도 2011학년도 40명이던 것이 2012학년도 61명, 2013학년도 97명으로 급증했다.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도 특정항목에 몰려있다. 특히 다자녀가정 자녀가 두드러졌다. 부산지역 8개교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된 426명 중 다자녀가정 자녀는 226명(53.1%)이었다. 경찰·군인·소방공무원·교도관 자녀가 56명(13.1%)으로 뒤이었으며, 조손·한부모가정 자녀 46명(10.8%), 사회복지사업가 자녀 36명(8.5%) 등 순이다. 소년소녀가장이나 아동복지시설 수용학생, 북한이탈청소년은 한 명도 뽑히지 않았다.

경남지역 4개교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다자녀가정 자녀가 129명(69.7%)으로 월등히 높은 가운데 조손·한부모가정 자녀 35명(18.9%), 경찰·군인·소방공무원·교도관 자녀 7명(3.8%)가 뒤따랐다. 울산지역 4개교 역시 다자녀가정 자녀가 121명으로 61.1%였다. 소규모 학교 출신 자녀 41명(20.7%)와 농어촌학교 자녀 22명(11.1%) 등이 뒤이었다. 울산 역시 소년소녀가장은 3년간 한명도 선발되지 않았다.


△원인=이처럼 부·울·경 사배자 중 경제적 배려 대상자가 해마다 줄고 특정항목의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 선발 인원이 급증하는 것은 항목별 제한을 별도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의 경우 경제적 배려 대상자의 50%를 우선 선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은 아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경제적 배려 대상자에 해당되는 학생들의 지원 자체가 많지 않아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우선순위를 두고 한부모가정 등과 같은 항목은 항목내 순위를 세분화하는 등 논란의 여지를 줄이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부·울·경 교육청이 사배자 전형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경제적 배려 대상자에 해당되는 학생을 적극 발굴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설사 꼴찌를 한다고 해도 교육의 기회 자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가뜩이나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자신감 대신 포기를 심어주는 것은 결코 옳은 교육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배자 미충원율에 따른 보조금 지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교육청의 경우 충원율이 높을수록 미충원분에 한해 충원율 만큼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하지만 경제적·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를 별도로 나누지 않다보니 학교 입장에서는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를 늘려 충원율을 높이는 게 손쉬울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들 사배자들이 소위 '하위 성적권 학생'으로 인식되다보니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를 늘려 일반 전형 학생들의 내신을 관리하면서 '돈 되는' 학생 수를 채우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만만찮다.

교육 전문가는 "사배자 20% 때문에 내 아이가 못 들어간다고 생각하면서도 여건만 되면 원서를 넣는 게 부모 마음이다. 이같은 심리를 학교가 교묘히 활용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특목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 하위 성적권의 학생을 사배자로 간주하고 은연중에 무시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인성교육조차 실시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경제적 배려 대상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이 부족해 사배자 전형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 낙인'이 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성향숙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제도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두를 위한 교육이 아닌 들러리 교육이 된다. 이는 아이의 발전 가능성을 해치고 교육의 평등을 요원하게 할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달식·윤여진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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