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시각 회칼 대가들이 모인 이유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25일 자정께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열린 일본요리연구회 회장 이·취임식에서 신임 김영길 회장(요시노스시 오너셰프·가운데 정장 차림)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회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람들이 야심한 시각에 모여 뭔가 한다는데…. 대체 무슨 작당이 이뤄지고 있을까 해서 살짝 엿봤다.

지난 25일 밤 11시 부산 동구 범일동의 한 예식장 홀. 이곳에서 일본의 한 식당으로 착각할 광경이 펼쳐졌다. 푸른색 핫피(法被·옷깃에 가게상호를 새긴 일본식 종업원 상의)를 입은 50여 명이 생선회 모둠상과 초밥상을 차려내고, 행사장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이들은 부산의 일식집 조리사들로 구성된 일본요리연구회 회원들. 영업을 마쳐야 다들 모일 수 있으니 매달 밤 11시에 모인다. 왜냐고? 모임의 이름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일본 요리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반백의 선배 요리사가 창작이나 제철 재료를 바탕으로 비장의 요리를 선보이면 후배들이 묻고, 배우는 식이란다.

부산 일식집 조리사 모임
일본요리연구회 회원들
요리법 공부 16년째 지속


웬만한 식당이라면 며느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 '비밀의 레시피' 하나씩 있는 세상인데 서로 다른 일식집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이 모여서 요리법을 공유하는게 어떻게 가능할까? 희한하게도 모임을 만든 지 16년간 야학식의 레시피 전수는 계속되고 있다.

연구회의 초대 회장 박만수(범천동 만스시 대표) 씨는 "일식 조리사들은 도제식 수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엄격하고 끈끈한 유대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심야 공부 모임의 장수비결을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면면을 봐도 그 무게감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재부산일본총영사관의 요리를 도맡았던 이철상 씨, 동래 일신초밥의 김재웅 씨, 부산조리사협회장을 지낸 김판철 씨 등 원로급을 비롯해 특급호텔 일식 주방장 출신의 오너 셰프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이날 행사에는 일본영사관 오츠카 츠요시 수석영사까지 참석해 일본요리연구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신임 연구회장에 취임한 부전동 요시노스시 오너셰프 김영길 씨는 "요리를 발전시키려면 레시피를 감추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면서 "그런 취지에서 앞으로는 매달 주제를 정해 두 가지 요리를 발표하는 등 일정을 고정화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김승일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