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19학점 수강 책값만 30만 원 넘어… 등록금 못지않은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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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 학기를 앞두고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근 복사집들은 책을 제본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대 조영복(경영학) 교수가 저작권 포기와 스마트폰 앱 개발을 통해 공짜 수준의 '대학 교재 공유운동'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너무 비싼 대학 교재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매 학기 20만~30만 원가량 드는 책 구입비용이 대학등록금과 함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비싼 대학교재, 원인과 부작용

잦은 개정판·불필요한 외장
1권당 4만~8만 원대
참고서까지 사려면 큰 부담
불법 복사·도서 대출 경쟁 내몰려


△책값은 등록금 이은 두 번째 폭탄=부산외국어대 법학과 신입생 김 모(20) 씨는 최근 새학기 교재 구입비로 21만 6천 원을 썼다. 민법총론(4만7천 원), 경찰학개론(3만7천 원), 헌법총론(2만8천 원) 등 필수전공 교재에다 법전(4만4천 원)까지 마련하는데 15만6천 원이 들었다. 또 4개 교양과목 교재비로 8만5천 원가량 소요됐다.

김 씨는 "전공과 교양 등 7개 과목을 수강 신청해 필수 교재만 구입했는데도 비용이 20만 원을 훌쩍 넘었다"며 "교수님들이 권장한 참고서적까지 구매한다면 책값 부담은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원서를 주로 사용하는 이공계열 대학생들의 책값 부담은 더욱 크다. 전공 6과목을 포함, 19학점을 수강 신청한 부산대 화공생명공학부 전 모(22·여) 씨가 이번 학기에 사야 하는 필수전공 교재는 화공열역학, 유기공업화학, 공업유기화학, 반응공학, 현대기기분석 등 6권. 전 씨는 "과 특성상 교재가 거의 다 원서인데 권당 적게는 4만 원, 많게는 8만 원을 넘어선다"면서 "매 학기 30만 원 이상 되는 책값 마련을 위해 항상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싼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정서는 곱지 않다. 집필진의 깊은 연구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는 반응도 있지만, 불필요한 하드커버 제본으로 인한 거품이 많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부산외대 김 씨는 "대학서적들이 굳이 비싼 하드커버나 코팅 표지를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라면서 "출판사와 저자의 권위는 어떤 책 표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얼마나 알찬가에 따라 좌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판사들의 잦은 개정판 발간도 책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다. 일부 출판사들은 교재 내용과 목차를 수정하거나 연습문제만 바꾸는 식으로 매년 '뉴 에디션'을 내놓으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대학강의가 개정판 중심으로 이뤄져 새 교재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주요 시점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일부 교재는 5년 사이 3~4번이나 개정판을 내면서 가격을 20~30%가량 올리기도 했다.

△책값 아끼려 불법도 불사=대학 교재 가격이 수시로 올라가자 많은 학생들이 불법 복사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4∼5명이 책 1권을 구입한 뒤 복사업소에 제본을 맡기거나 책 내용 중 일부만 복사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아끼는 것이다.

부산대 인근에는 서적을 제본하는 복사집 10여 군데가 성업 중인데 새학기가 되면 복사하는 학생들로 늘 북적댄다. 부산대 인문대 김 모(21·여) 씨는 "교재가 너무 비싸 친구들과 돈을 모아 책을 구입한다"며 "불법인줄 알지만 교재 복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다"고 밝혔다.

불법 복사는 책값을 올린 출판사는 물론 서점에게까지 부메랑이돼 돌아가고 있다. 부산대 인근 A서점 주인 김 모 씨는 "책 값이 비싸도 서점 마진율이 1권당 15∼20%에 불과하다"며 "서적 제본이나 복사로 인해 서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불법 복사로 인한 출판물의 저작권 피해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저작권보호센터가 발표한 저작권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합법 저작물시장 침해규모는 연 2조 4천987억 원 규모인데 출판분야의 피해도 3천800억 원에 달한다.

비싼 대학 교재의 또 다른 부작용은 대학도서관 내 치열한 도서대출 경쟁이다. 부산지역 각 대학 도서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공·교양과목 서적은 개강도 전에 대출이 끝나 버리기 일쑤다. 심지어 교재를 빌린 뒤 한 학기 동안 반납하지 않고 버티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동아대 공과대학 오 모(23) 씨는 "한 학기 도서 연체료가 책값에 미치지 못해 이를 악용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많지만. 교재가 워낙 비싸 대놓고 불만을 제기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진국·조영미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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