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호랑이 같은 개를 강아지로 만든 '꼬맹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블랙 독 / 레비 핀폴드

블랙 독 / 레비 핀폴드

그림과 스토리, 둘 다 만족하게 하는 책을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감히, 이 책을 그런 범주에 넣고 싶다. 처음엔 따뜻한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 집어든, 책이었지만, 한 번 읽고는 주인공 여자아이의 용기, 따뜻한 주제에 박수를, 두 번 읽고는 무릎을 탁 치게 한 저자의 상상력에 박수를, 세 번 읽고는 읽을수록 빠져드는 탄탄한 스토리에 박수를 보냈다.

'블랙 독'은 두려워하면 할수록 더욱 커지는 개 블랙 독에 맞서는 작은 영웅, 꼬맹이의 용감한 기지를 담은 이야기다. 당연히 그 기지에는 저자의 상상력이 큰 보탬이 됐다.

어느 고요한 아침 호프 아저씨네 집 앞에 커다란 검둥개가 나타난다. 제일 먼저 일어난 호프 아저씨는 검둥개를 가리켜 호랑이만 한 개라고 하고, 호프 아주머니는 코끼리만 한 개라고 하고, 그 뒤에 일어난 아이들은 티라노사우루스(공룡)만 한 개라고 말하며 이불 안으로 숨어든다. 하지만 이를 본 막내 '꼬맹이'는 가족에게 겁쟁이라고 소리치며 현관문을 뛰쳐나간다.

막연한 두려움 거침없이 날려 버려
따뜻한 색감의 그림에 스토리도 탄탄

"나를 잡아먹으려면, 먼저 나부터 잡아야 할걸.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따라오고 싶으면 덩치를 줄여." 그리하여 검둥개는 꼬맹이를 따라 낮게 드리워진 나무 사이를, 작은 다리를, 놀이터 미끄럼틀을, 현관문 고양이 문을 통과해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사이 공룡만 했던 검은 개는 사랑스러운 작은 강아지로 변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책은 무턱대고 두려움을 느꼈던 존재가 실은 보잘것없으며, 두려움은 마음이 그 크기를 더욱 키울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를 헤치지 않아도 막연히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세상의 많은 존재가 실은 나약하고 나와 비슷한 존재일 수 있다는 점도 말해준다. 난폭해 보이는 우리 사회 무수한 괴물이 실은 잘 훈련하고 보듬으면 따뜻하게 품어 안아야 할 강아지처럼 온순해질 수 있다는 걸, 꼬맹이는 알려준다.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두 면을 가득 채워 등장하는 검둥개의 모습은 어른이 봐도 무서울 정도지만, 낡은 옷장과 시계, 스탠드 등 집 안 풍경들은 포근하게 묘사됐고 색감도 따스하다. 책 속에 든 작은 책 블랙 독 영어판은 덤이다. 4~7세용. 레비 핀폴드 글·그림/천미나 옮김/북스토리아이/36쪽/1만 2천 원.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