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화분 봄맞이 새단장] 새침 떼는 발코니의 봄, 어떻게 달랠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원예복지협회 이미영 원예치료사가 화초들에게 봄단장을 해주고 있다. 다가오는 봄에 더 예쁜 꽃을 만나려면 묵은 잎이나 가지를 제거해주고, 오래된 화분은 분갈이를 하며, 비료도 주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병집 기자 bjk@

거실의 튤립이 꽃을 피웠다는 친구의 문자가 왔다. 문득 살펴보니 발코니의 수선화도 초록 싹을 살짝 내밀었다. 저렇게 죽은 듯 겨우내 엎드렸다가도 새싹을 틔우다니. 오묘하다. 화초가 가져다 주는 봄선물은 거저 받기엔 조금 쑥스럽다. 아낌없이 주는 벗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선물은 없을까, 라고 생각한다면 봄맞이 화초 단장에 나서 보자. 가지도 치고, 분갈이도 하고, 비료도 주자. 올봄, 온 집안이 환해질 것이다.

■식물도 몸매관리 해 주세요!

몸매관리는 사람만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동물만이 아니라 식물도 관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가지치기(전정·剪定)다. 가지치기는 나무가 햇빛을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식물은 잎을 통해서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살아간다.

눈이 서로 어긋나도록 가지치기
지름 3~6㎝ 더 큰 화분에 분갈이
꽃·열매 보는 식물은 거름 필수


가지치기는 시기가 다르지만 보통의 경우 잎이 싹을 틔우기 전인 요즘이 적기이다.

화분을 둘러보자. 시들어가는 잎이 있다면 다른 잎에 갈 영양 성분을 가져가므로 미리 가위로 잘라 주어야 한다. 이때 가위는 예리한 것이 좋다. 그래야 잘린 부위가 빨리 아문다.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 온도, 토양을 들 수 있다.

가지치기를 할 때엔 우선 아래, 위가 겹친 가지나 잎, 병들거나 죽은 가지나 잎을 제거한다. 이때 자르는 부위는 식물의 눈을 밖으로 두고 잘라야 한다. 그래야 다음 가지가 바깥쪽을 향해 자라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굵은 가지는 길게 남기고 약한 가지는 짧게 남기면서 눈은 서로 어긋나게 자른다. 햇빛을 골고루 받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원칙이다.

한국원예복지협회 윤철호 교수는 "나리(백합) 종류는 잎의 각도가 126도로 완벽한 나선형으로 붙어 있어서 햇빛을 최대한 받게끔 진화했다"며 "과실수는 잎이 나기 전에 하지만 보통의 정원 나무는 꽃이 지고 난 뒤 바로 가지치기를 해주면 시든 꽃도 정리하고 불필요한 열매도 따 줘 식물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모든 식물은 꽃 피고 열매 맺는 시기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분갈이는 새생명의 탄생

분갈이는 식물의 뿌리가 본격 활동하기 전인 2월이 최적기이다. 화분에 물을 흠뻑 줘 보자. 3~5분을 기다려도 분의 아래쪽 구멍으로 물이 빠지지 않으면 적신호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분갈이를 해 주어야 한다. 뿌리가 화분에 꽉 차 있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 무작정 물만 주면 뿌리가 썩을 수도 있다.

분갈이는 우선 현재의 화분보다 지름이 3~6㎝ 정도 더 큰 화분을 준비하여야 한다.

화분의 1/5정도는 굵은 마사를 깐다. 기존 화분에서 뽑아낸 화초는 예리한 가위로 뿌리를 잘라서 정리한다. 미리 준비한 배양토로 화분을 돌려가면서 흙을 다져 넣는다. 이때 나무젓가락 등으로 뿌리와 흙이 잘 결합되도록 다져야 한다. 흙과 흙 사이에 공간이 있으면 뿌리가 마를 수 있다.

마무리 단계에서 주의할 점은 화분 턱에서 2~3㎝를 남겨두고 흙을 채워야 한다는 것. 화분 전체를 다 채우면 물을 줄 때 화분 바깥으로 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여간 성가시지 않다. 화분의 윗부분은 하이드로볼(구슬 모양으로 구운 흙)을 올려서 장식을 하면 더욱 예쁘고 깔끔하다.

덩치가 큰 나무는 분갈이 후 끈으로 사방을 묶어서 뿌리가 내릴 때까지 단단히 고정시킨다. 분갈이를 한 후에는 온도가 높고 습도가 높은 곳에 두어야 뿌리가 빨리 내린다.

야생화 연구가인 춘원식물원 이춘희 원장은 "관엽 식물일 때는 온도가 30도 전후, 습도가 80% 이상이면 좋다"며 "분갈이나 삽목을 하고 난 뒤에도 나무 전체를 비닐 주머니로 싸 주거나 비닐로 덮어주면 온도와 습도가 잘 조절돼 생장이 빠르다"고 말했다. 다만 비닐로 덮었을 때 온도 상승에 주의해야 한다고. 비닐을 씌운 후 2~3일 정도 지나서 이슬이 많이 맺힌다면 적당하게 구멍를 내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식물도 영양분이 필요해

대부분의 식물은 흙에서 자란다. 화분의 화초도 물만 주지만 사실 흙에서 양분을 얻는다. 식물 성장에 가장 이상적인 토양은 유기물(5%)과 무기물(45%), 공기(25%), 물(25%)의 비율이다.

무기물이란 비료의 3요소인 질소, 인산, 칼륨을 비롯하여 철, 칼슘, 황, 마그네슘 등이다. 화분에 물을 주면 흙속의 이런 물질들이 녹아 식물이 섭취하는 것이다. 유기물은 퇴비이다.

화분은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화초가 잘 자라지 않으면 유기물 투입을 검토해야 한다. 보통 가정에서는 관엽식물을 많이 기른다. 관엽식물은 물만 주어도 잘 자라지만 꽃이나 열매를 보는 식물은 별도의 거름이 필수적이다.

제일 일반적인 것이 깻묵거름. 깻묵에는 식물에게 필요한 양분이 골고루 들어 있다. 식물의 완전식품이다. 깻묵경단을 만들어 화분 크기에 따라 10㎝ 간격으로 놓아두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깻묵경단을 절대 흙속에 묻어서는 안 된다. 흙속에서 깻묵이 발효를 하면서 땅속의 산소를 소비해 뿌리가 썩을 수 있다.

원예자재상에서 파는 영양제를 물에 희석해 잎 뒷면에 뿌려주어도 효과가 좋다. '엽면시비'라는 방식이다.

관엽 식물이면 질소 성분이 많은 것, 꽃과 열매에 주고 싶으면 인산 성분이 많은 것, 전체를 건강하게 하려면 칼륨 성분이 많은 영양제를 쓰면 된다.

흙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도 원리는 똑같다. 흙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을 물을 통해서 주는 것이다. 식물 영양제를 일정 배율로 희석해 약간의 장치만 하면 겨울에도 신선한 상추를 따먹을 수 있다.

학교 온실에 상추와 딸기를 수경재배하는 김해생명과학고 김재환 교사는 "스티로폼에 영양제를 섞은 물을 담아 어항에서 쓰는 산소발생기로 산소만 공급하면 식물이 싱싱하게 잘 자란다"며 "가정에서도 손쉽게 수경재배에 도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봄맞이 새단장을 잘 마쳤다고? 그랬다면 결코 화초들은 은혜를 잊지 않는다. 당신의 '발코니 정원'은 화사한 봄꽃과 투명한 초록이 지천일 것이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시클라멘 분갈이 요령

① 물빠짐이 좋도록 화분의 1/5 가량 마사토를 채운다
② 뿌리를 돌려가면서 잔뿌리를 제거해 준다.
③ 화초를 옮긴 후 나무젓가락으로 주변을 다진다.

③ 화초를 옮긴 후 나무젓가락으로 주변을 다진다.
④ 겹치는 잎은 잘라주어야 뿌리 활착이 빠르다.
⑤ 하이드로볼로 마무리를 하면 한결 보기가 좋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