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결석·지각 없이 평균 학점 3.5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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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8세 동서대 최고령 졸업생 조태환 씨

"졸업할 수 있을지 몰라 걱정했는데 이번에 졸업하게 돼 대단히 기쁩니다."

14일 졸업식을 가진 동서대 최고령 졸업자인 중국어과 조태환(78·해운대구 중동) 씨. 조 씨는 지난 4년간 결석은 물론 지각 한 번도 하지 않고 평균 학점 3.5 이상 중상위권의 성적으로 이번에 졸업식을 갖게 됐다.

해운대에서 10년 넘게 무료 한문서당을 운영하던 조 씨가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5년 전 당시 중국에 살고 있던 딸집에 들렀다가 손자가 중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이태백과 두보 시를 술술 읽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딸의 적극적인 권유와 항일독립운동가인 할아버지 덕분에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아 경제적 부담이 없다는 점도 큰 힘이 됐다. 중국어과가 있으며 해운대에서 통학하기 쉬운 대학을 물색한 끝에 동서대를 선택했다.

조 씨는 입학 후 강의실 맨앞에 앉아 강의에 집중하고 귀가하면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그러나 3학년 때 함께 다니던 1년 후배가 열심히 공부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것을 보고 건강도 챙겨가면서 공부했다. 조 씨는 57년 당시 경남 함안농고를 졸업한 후 야간대학인 경남사범대숙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학기 중 군입대 후 제대하고 보니 학교가 없어져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고 한다.

조 씨는 학업 틈틈이 필생의 소원으로 생각해 오던 조부의 문집을 한글로 번역해 '항일독립운동과 서암 조 선생 문집'이란 이름으로 조만간 출간할 수 있게 된 것도 졸업과 함께 큰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할아버지의 문집을 번역할 때 우리나라 옥편에 없는 한자를 중국 옥편에서 찾을 수 있어 문집 번역에 도움이 됐다고. 이 문집에는 독립정신 함양과 독립운동을 고취하는 글, 옥중 시 등이 담겨있다. 조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아버지의 나라사랑 정신을 후배에게 전달하는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원철 기자 wc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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