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중국 산둥으로 첫 해외대학 탐방 다녀온 영도여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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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열심히 해서 유학 가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겼어요"

생애 첫 해외대학 탐방은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투지를 갖게 해줬다. 사진은 탐방에 나섰던 영도여고 학생 10여 명이 학교 교정에서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는 모습.

"우와, 외국 대학에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구나!" "그러게. 우리와는 달리 대학 주변에 술집이 하나도 없어."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오는 학생들 보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걸."

부산 영도여고가 최근 첫 해외탐방에 나섰다. 1, 2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중순께 '해외대학 탐방' 프로그램차 일본 규슈 지역과 중국 산둥 등지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이 중 상당수가 첫 해외 탐방이어서 설렘과 기대가 컸다. 게다가 규모도 40명에 달해 대학 탐방 규모로는 꽤 큰 편이었다. 해외탐방을 마친 뒤 학습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는 소식에 영도여고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일선고교와 대학이 손잡다

해외대학 탐방에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일선 교사를 비롯한 학교의 의지가 컸다.

동서대와 해외 연수 MOU 체결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 선발
회화 수업 등 철저히 준비
다양한 국적 학생들과 어울려
보고서·UCC 만들어 정보 공유


지난 2011년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된 영도여고는 교과부와 부산시교육청, 영도구청 등으로부터 연간 3억 원씩 예산을 지원받아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해외교류에 예산 3천만 원을 편성했다. 첫 해외교류를 앞두고 영도여고의 고민이 시작됐다. 성적 최우수 학생들과 교사 몇몇에만 혜택이 돌아가거나 자매결연도시를 여행하는 식의 형식적인 해외교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하지만 무턱대고 외국 대학을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영도여고는 대학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 대학과 교류가 많은 동서대를 찾아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동서대는 제대로 된 해외교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하는 영도여고에 흔쾌히 협조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5일 영도여고는 동서대와 MOU를 맺고 해외연수 및 방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일선 고교가 대학과 손잡고 해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것은 부산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MOU를 주도한 영도여고 김정국 교사는 "유학생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간접 체험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해외 명문대에 유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대학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대학의 도움을 받아 기숙사 체험 및 어학연수, 문화 탐방 등 현지 프로그램을 마련한 영도여고는 학생 선발 기준을 학업 성적에만 두지 않았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친구를 잘 도와주거나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도 뽑았다. 사전준비도 철저히 했다. 중국어·일본어 회화 기초수업과 함께 동서대 정찬영 교수의 '외국대학 생활에 대한 준비와 마음 가짐'에 대한 특강도 마련했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미처 가지 못한 학생들이 해외 탐방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팀별로 보고서와 UCC를 만들게 했다. 영도여고 전미순 교장은 "제출된 보고서와 UCC 내용을 살펴보니 아이들의 열의가 느껴졌다. 내년 초에도 이같은 프로그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예산규모를 5천만 원선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중국 대학 학구열에 깜짝 놀라

중국 산둥지역으로 탐방을 떠난 영도여고 2학년생들이 대학 내 문화체험관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해보고 있다. 영도여고 제공
해외 탐방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듣고 싶어졌다. 참여했던 학생들을 만났다. 여고생 특유의 발랄함으로 무장한 이들은 이내 긴장을 풀고 다양한 얘기를 쏟아냈다. 중국으로 탐방을 떠났던 2학년생들은 산둥대학교 기숙사에 머물며 중국어를 배우거나 동서대 출신 유학생과 교류하고, 대학교 주변과 인근 곡부 지역 등지를 중심으로 문화탐방에 나서는 일정을 소화했다.

일주일간 머물면서 가장 인상적인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학구열'을 꼽았다. 채효신(17) 양은 "기숙사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 유학생들이 함께 생활했는데, 노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현정(17) 양 역시 "우리나라와 달리 산둥지역에서는 대학교 주변에 유흥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놀라워했다.

기대하지 않은 친절함에 반한 학생도 있었다. 첫 해외탐방이었던 이은주(17) 양은 "중국말이 서툴러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기숙사 사감이 한국어를 전공한 다른 유학생에게 도움을 청해 문제를 해결해 줬다"며 고마워했다. 정윤미(17) 양 역시 "기숙사 방에 전구가 나갔다는 말을 사감에게 전했는데, 그날 오후 돌아와보니 방에 '미안하다'는 쪽지와 함께 전구가 고쳐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거들었다.

교내에 외국인 유학생 전용 문화체험관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중국문화와 사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대단히 유용했단다. 장지영(17) 양은 "중국의 전통악기도 재미있었지만 성균관대학교와 산둥대학교 단 두 곳에만 있는 공자 표준 동상을 중국에서 직접 만나니 신기했다"고 재미있어 했다.

대학과 함께 문화탐방도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1902년께부터 형성된 유서깊은 전통시장과 먹자골목 등은 물론이고 공자의 역사가 담긴 유적지와 박물관은 규모면에서 압도적이었다고. 이 양은 "윤리와 세계사 등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자 유적지 등을 직접 돌아보니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던 공자 사상이 보다 이해하기 쉬워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물관의 고지도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우연히 발견해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채 양은 "평소에 잘 느끼지 못했던 애국심이 끓어올랐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중국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 잡고 싶다"고 투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국제화에 앞선 일본이 부러워요

일본 규슈지역으로 탐방을 떠난 1학년생들은 나가사키국립대학과 아시아태평양대학(APU)을 둘러봤다. 나가사키 지역에서는 한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대학연합이 결성되고, 조만간 국제교류센터를 중심으로 한국 유학생들을 위한 어학연수 및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란다. 일본 역시 '학구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해외탐방이 처음이라는 정현진(16) 양은 "방학인데도 공부하는 학생들이 무척 많았으며, 너무 조용해 말하기가 어색할 정도였다"고 놀라워했다. 임정연(16) 양도 "대학에 가면 좀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외국에 와서보니 오히려 '대학 진학=본격적인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국제화 지수가 높은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현정(16) 양은 "APU에서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이 한데 모여 영어로 자유자재로 소통하는 것을 보고 일본이 국제화 면에서 우리보다 많이 앞선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윤정(16) 양은 "장학금 제도가 잘 돼 있어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저렴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유학생들의 말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학생들과 만남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반응도 컸다. 최아현(16) 양은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지만 공부하다보니 유학하기를 잘했다는 언니들 말을 들으니 유학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웃음지었다.

학생들은 함께 보고서와 UCC를 만들면서 고교생활에 활력소를 찾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정 양은 "'수능 끝난 뒤 여행을 함께 떠난 친구들'이라는 콘셉트로 영화찍듯 UCC를 만들었는데, 일주일 넘게 매달려 찍은 작품을 보니 함께 한 추억 덕분에 고교생활이 더욱 즐거워졌다. 내년에는 더 많은 친구들과 참여하고 싶다"고 웃음지었다.

글·사진=윤여진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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