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어물쩍 넘어가려는 정당공천 폐지 공약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가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실망스럽다. 대선 때부터 정치개혁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정당공천제 폐지를 없던 일로 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1월 중순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며 전국 회초리 투어를 하면서 국민들께 사과했는데 어떻게 거듭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새누리당 쪽도 다르지 않다. "기초단체장은 국회의원의 오른팔, 기초의원은 왼팔"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당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논리는 억지투성이다. 토호세력 및 기득권 세력들의 지방정치 독점을 막겠다는 것이 이유다. 지방 정치를 토호와 기득권 세력이 우글거리는 진창쯤으로 보는 모양이다. 대선 후보들이 한결같이 내놨던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은 지방을 진창으로 만들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였단 말인가. 정당공천제 권한 속에 은밀한 공천헌금 거래도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유권자는 없다. 궁색한 논리의 손바닥으로 민심의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2010년 경북 지역 기초의원 65명을 설문한 결과, 정당공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국회의원과의 친분'이 32.3%, '소속 정당 기여도'가 15.4%였던 데 반해 '개인 역량'은 6.2%, '지역발전 기여도'는 3.1%에 불과했다. 2011년 한국지방자치학회의 전문가 설문에서 86.8%가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했다. 지방 선거에서 정당공천 배제 쪽으로 가고 있는 미국 사례가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구성될 정치쇄신특위는 반드시 정당공천제 폐지를 성사시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국민에게 공약한 만큼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수 있도록 제반 논의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