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또 물거품?
2월 임시국회 개회를 계기로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대선 공약인 '지방의원 및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조만간 정치쇄신특위를 구성해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박 후보는 지난해 정치쇄신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문 후보도 "지방정치를 중앙의 예속에서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다.
여야 대선 공약 불구
반대 분위기 확산
지도부 의지가 관건
하지만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가 이번에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확산되고 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박·문 후보의 '대국민 약속'이고, 여야 지도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긴해도 정작 법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4일 "기초 및 광역의원,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천권을 내놓으면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된다"며 "그러면 지역구 관리가 힘들텐데 의원들이 그걸(정당공천제) 양보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초단체장은 국회의원의 오른팔이고 지방의원은 왼팔"이라며 "(정당공천 배제는) 국회의원이 양팔을 잃는 처사"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국회의원은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이 폐지된다면 토호세력들이 지방을 완전 장악해 지방자치의 의미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는 최근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방선거에 대한 중앙당 공천을 폐지할 경우 현역 기초단체장의 제왕적 권력이 영구화되고 지방의회는 지역의 토호세력들에 의해 장악될 수 있다는 문제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정치권은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중앙당 차원의 철저한 후보 검증을 통해 지역의 토호세력들을 배제하고 책임정치를 활성화하며, 비례대표제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방의회에 진출시키는 효과를 거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비례대표를 통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그렇지만 중앙당 정당공천 폐지는 여야가 국민들에게 분명히 약속한 대선공약이다.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을 끊어야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회장 배덕광 해운대구 구청장)는 지난달 17일 회장단 회의를 갖고, 임시국회에서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우선과제로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여야는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정당공천폐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구체적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9대 대선 이후 처음 개회된 2월 임시국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총리·장관 인사청문회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여야 지도부가 의원세비 30% 삭감과 국회의원 연금 폐지 등과 함께 정치개혁 차원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력하게 추진할 경우 성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