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노작교육'(勞作 · Hands­On Edu)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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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고 다듬고 주무르고… 한국인 재능은 손가락에서!

노작(勞作) 교육은 학생들의 지능발달은 물론 인성 교육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기술 혹은 가정 실습 시간에 아이들이 골드버그 장치 만들기(삼락중)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기능올림픽이 열리면 종합우승은 거의 한국 몫이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흔히 한국인의 '젓가락 문화'에서 그 답을 찾는다. 젓가락을 사용할 때에는 손가락에 있는 수십 개 골절과 근육이 동시에 움직인다고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어려서부터 아버지 차고에서 뭔가를 똑딱이며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이런저런 모형을 만들면서 창의성과 영감을 키웠다. 주로 손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수공적 활동은 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아이들의 지능발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만들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내력과 협동심이 길러짐으로써 인성 교육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교육에서는 이를 두고 흔히 '노작(勞作)교육'이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노작 교육은 일선 교육 현장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이 사라진 목공, 재봉, 작물재배 수업을 되살린다.

부산시교육청 기술·가정수업 강화
중학교 실습 시간 10% 늘리고
수행평가 비율도 40% 수준 확대
"창의성 상징, 젓가락 문화 회복"


부산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창의력 증진과 인성교육 강화 및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에 발맞춰 중학교 기술·가정 시간을 활용한 '실습·노작 교육(Hands-on Edu)'을 강화한다고 1일 밝혔다. 이런 시도는 전국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처음이다.

실습·노작 교육은 '기술적 능력을 바탕으로 지적 능력과 인성을 개발한다'는 페스탈로치(1746~1827) 노작교육에 바탕을 둔 것으로, 입시 위주의 지적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실습 중심의 창의적이며 자기주도적 학습관을 심어주는 게 목적이다. 아울러 교과 과목에 대한 자기 정체성 찾기와 인성 개발을 동시에 담고 있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 수업 중 실습 시간을 종전(2012년 평균 4시간) 대비 평균 10% 정도 늘리고 실습의 수행평가 비율도 종전 30%에서 40%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추후 실습·노작활동 수업모형 개발 및 보급, 실습·노작교육 우수사례 발굴·보급, 실습비 지원, 일선 학교의 기술실과 가사실 현대화 등 행정적 지원도 펼쳐 나갈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실습·노작교육 동아리 개설 등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도 점차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노작(勞作) 교육은 학생들의 지능발달은 물론 인성 교육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납땜으로 LED전광판 만들기(학장중)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하지만, 여기에 장벽도 있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지식 위주의 공부를 시켜 줄 것을 원하는 일부 부모의 반대가 예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습·노작 교육을 한다고 하면, 일부 부모들이 '수공에 취미가 붙으면, 자칫 아이들이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겠느냐'며 반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학교정책과 전영근 장학관은 "기존 기술, 가정 과목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 그 과목 내에서 실습 시간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부모님들이 우려하는 다른 과목 수업 시간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송중 정순옥 수석 교사(가정)는 "직접 만들고 체험하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실습 시간이다. 창의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요즘 세상에 정말 강조되어야 할 게 실습·노작 교육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교사는 "노작 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실습·노작 교육 추진에 앞서 경기대 김병숙 교수를 강사로 초청, 기술·가정 교사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 부산교육연수원에서 'Hands-on Edu의 의의와 필요성'에 대한 연수를 가졌다. 
노작(勞作) 교육은 학생들의 지능발달은 물론 인성 교육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음식 조리(다송중)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우리 민족은 '젓가락 문화'로 상징되는 '손가락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유산임에도, 최근엔 교육이 이런 재능을 제대로 키워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필과 젓가락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며, 매사에 수동적이고 배타적인 요즘 학생들에게는 직접 손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디자인하며 두뇌를 깨우는 실습·노작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교육청 박경옥 학교정책과장은 "실습·노작 교육의 실습교육 범위를 확대해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교육, 융합교육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달식·윤여진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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