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 대장정] <28>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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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따라 달린 3천리, 길 위에 새로운 기억 새겼다

부산일보 '자전거 국토대장정' 답사 구간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이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낡은 필름을 걸고 영사기를 돌리 듯 페달이 돌 때마다 길 위에 새겨진 지나간 이들의 기억은 자전거와 하나가 됐다. 강은 미답의 길을 열어주는 안내자이자, 자전거의 곁을 말 없이 지켜주던 동반자였다.

본보의 '자전거 국토 대장정' 팀은 지난해 7월부터 낙동강, 새재, 한강, 아라, 금강, 영산강, 섬진강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5대 강과 그 지류를 이은 7개 권역을 26차례에 걸쳐 나눠 달렸다.

전국의 5대강 7개 권역 26차례 걸쳐 '페달'
총 연장 1천174㎞,국토 구석구석 누빈 셈


총 연장 1천174㎞를 달렸으니 말 그대로 우리 땅 삼천리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누빈 셈이다. 자전거 위에서 보낸 시간만 꼬박 나흘 반나절이었고, 그 사이 세 계절이 지나갔다.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강물 따라 굽이쳐 흐르는 이야기에 심취했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정에 도취했다. 가파른 고개 하나를 넘을 때마다 밀려드는 성취감은 고효율 청정 연료였다.

강은 저마다 비교할 수 없는 풍광과 테마를 싣고 흘렀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철새의 군무와 억새 군락이 연변에 도열한 환영 인파인 양 국토 대장정의 서막을 응원해 줬다. 새재 자전거길은 곱이곱이 높은 고개가 막아섰지만, 이화령 고갯마루의 탁 트이는 전망과 남한강을 스쳐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이 고단함을 잊게 해 줬다. 아라 자전거길은 거리는 비록 짧지만, 운하를 따라 달리는 색다른 묘미를 선사해 줬다.

한강 자전거길에서는 양평 억새림, 충주 탄금대 등 수려한 8경이 구르는 바퀴 따라 껍질 벗기듯 한꺼풀씩 펼쳐졌다.

금강 자전거길에는 화려했던 백제 문화의 숨결이 그대로 녹아들었고, 영산강 자전거길에서는 질박한 남도의 풍광 속을 달렸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자전거 여행의 진수를 느끼게 했다. 완연한 봄이 오면 산개하는 벚꽃의 현란한 '꽃비'를 맞으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길을 다시 한 번 달려 보리라 기약하게 만들었다.

자전거 국토대장정의 종착점인 광양 배알도해변공원. 거북이 등 모양을 한 아담한 섬이 배알도다.
압도하려 들지 않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늘 아낌 없이 품어주는 우리 산하는 자연이 새기고, 세월이 빚어낸 최고의 선물이다. 그 속을 스며들면, 자전거는 또 하나의 '풍광'이 된다.

강은 시원(始原)의 기억을 좇아 바다를 향해 흐르고, 자전거는 길 위에 새 기억을 새기며 강을 따라 나아간다. -끝-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부산일보 '자전거 국토대장정' 답사 구간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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