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희의 스크린 산책] '마마' 너무 사랑하기에 너무 잔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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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UPI 제공

미국의 인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는 그의 저서 '어머니의 탄생(Mother Nature)'에서 '지뢰밭 같은 모성'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기희생적이고 자애로운 존재로 단일화 되어 온 '모성성의 신화'에 반기를 든다. 그가 다양한 문화권의 인류 집단과 동물 사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해 낸 현실의 어머니는 양육뿐 아니라 생계까지 책임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을 위해 타협하기도 하고 정치적 목표를 위해 가족을 교란하고 분할하기도 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그가 말하는 '모성성'은 쉽게 요약할 수 없는 다면적인 속성을 지닌다. 1990년대 이후 국내외의 여러 영화들은 그 복잡한 모성성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2000)이나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는 대표적인 영화라 하겠다.

마마 죽어서도 아이 곁에…
엄마의 끔찍한 모성


'판의 미로'(2006)를 통해 독창적인 그로테스크 판타지 미학을 보여 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제작한 영화 '마마'는 또 다른 의미에서 다면적인 모성성을 선보인다. 이 영화의 포스터 카피는 '엄마의 사랑은 영원하다! 죽어서도…'이다. 일견 '영원한 사랑의 화신'으로서의 어머니의 신화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도치되어 있는 '죽어서도'라는 표현은 의미심장한 반전을 숨겨 놓은 듯 불길하다. '마마'는 그러한 불길함을 구체화하면서 관객을 호기심과 두려움의 세계로 몰아넣어야 하는 공포영화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 주가 대폭락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 금융가 '제프리 드상지'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동료와 아내를 죽이고 두 딸을 데리고 사라진다. 그 사건으로부터 5년 뒤 실종된 형을 찾아다니던 '루카스 드상지'에 의해 두 아이가 발견된다. 실종 당시 1세, 3세이었던 빅토리아와 릴리는 불가사의하게도, 깊은 숲속 버려진 오두막에서 벌레와 같은 몰골로 살아 있다.

이야기는 두 아이가 루카스와 그의 여자 친구 애너벨이 사는 집으로 오면서 본격화된다. 아이들은 루카스와 애너벨과 있으면서도 '마마'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을 돌봐 준 '마마'는 실재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만들어 낸 상상 속의 존재일까? 이 영화는 '마마'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무시에티 감독 남매가 유튜브에 올린 단편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음울하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로 친근한 엄마의 형상을 낯설게 뒤틀며 공포를 자아낸다. 낯선 것은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냥 낯선 것보다 곁에 있는 가장 신뢰하는 존재가 갑자기 낯설게 될 때 공포는 극대화된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은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일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그 뿌리 깊은 공포를, 너무 사랑하기에 그만큼 잔혹해질 수도 있는 모순된 모성을 통해 보여 준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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