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오바마의 총기규제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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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동서대 교수·영어학과

취임 2기를 시작한 오마바 정부의 총기 규제안으로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군용 공격 무기와 대용량 탄창의 거래 및 소유를 금지하고 총기 구매자들에게 신원조회를 요구하는 총기 규제에 공화당 및 미국 전역의 총기 소지 지지자들이 강도 높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난달 발생한 코네티컷 주 샌디훅 참사에 이어 20일 뉴멕시코 주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총기 소지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득권 강한 반발 불구 결연한 의지 보여

흔히들 미국을 가리켜 '술보다 총 사기가 더 쉬운 나라'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21세 미만인 경우 술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총기 구입은 이보다 훨씬 덜 까다로워서 사냥용 장총은 18세, 권총은 21세가 되면 간단한 신원조회를 거쳐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도처에 총이 넘쳐 난다. 월마트나 K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도 총기를 판매하는 상점이 있는가 하면 지역마다 총기 전시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심지어 텔레비전 방송에도 총기판매 광고가 버젓이 등장하는 판이다.

미국은 왜 이렇게 유독 총기에 대해 관대할까? 총기 소지 지지자들은 무기를 갖거나 소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수정헌법 제2조를 근거로 총기 소유를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의 배후에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과정이나 전제적인 정부 권력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200여 년간에 걸친 서부개척의 경험 등 미국 역사의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든지 미국의 전통적 가치라는 명목만으로 총기 소지를 그대로 허용하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나 참혹하다. 연간 1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미국의 총기 피살자 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 가정의 절반이 안전을 이유로 총기를 보유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닿기 쉬운 데 놓여 있는 이 총기들이 가정을 파괴하고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대량살상의 직접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는 표심을 잡기 위해 총기 소지 권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재선에 성공한 취임 2기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총기 규제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총기 규제에 나선 것은 총기 소지로 인한 미국 사회의 피해와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 준다. 또한 총기 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인명 피해를 최대한 막아 보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총기 규제 반발의 중심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미총기협회(NRA)가 있다. 1871년 창설된 이 단체는 총기 소지를 통해 미국의 건국이념과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총기 제조업자와 유통업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인 막대한 자금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총기 소지를 고수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단체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공화당이다. 총기 소지를 절대적인 국민의 권리로서 고수하려는 행동은 총기 사고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미국 사회의 현실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이윤 추구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총기 규제이지 총기 철폐가 아니다. 오바마 자신도 수정헌법 제2조를 존중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총기 난사 사건이 빈발하는 데 대해 정부가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총기 폭력으로부터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일을 해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새로운 미국 창출' 훌륭한 지도력 발휘

집권 2기, 총기 규제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온 오바마 대통령. 보수층 일부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고 있지만, 로이터 통신은 미국 국민 중 74%가 총기규제 대책에 찬성한다고 보도하였다. 로마 교황청도 오바마의 조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거대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새로운 총기 문화, 새로운 미국 사회를 창출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에서 '아름다운' 지도자의 덕목을 발견한다. 어떻게 고착화된 기득권을 타파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확보해 갈지 지켜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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