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송전철탑 고공농성 10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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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농성, 송전철탑에서 99일째 농성 중인 최병승(오른쪽) 씨와 천의봉 사무국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김태권 기자 ktg660@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사내하청노조·이하 지회)의 송전철탑 고공 농성이 오는 24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노사 등 5자간의 특별협의는 지난해 12월 지회 조합원의 방해로 무산된 뒤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고공 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언제 내려올 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정규직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지회는 사측과 직접교섭을 원하고 있지만 사측은 '불가'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정규직노조에 특별협의 재개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내부 사정으로 당장은 곤란하다고 밝혀 사태 장기화가 장기구견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법원의 고공 농성자에 대한 강제퇴거와 농성장 주변시설에 대한 강제 집행 시도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물리적 충돌로 자칫 '대형 불상사'도 우려되고 있다.

△지회가 송전철탑에 올라간 까닭은?=현대차 비정규직 출신인 최병승(38) 씨와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인 천의봉(33) 씨가 기습적으로 울산공장 명촌정문 주차장 내 50m 높이의 송전철탑에 올라간 것은 지난해 10월 17일.

이들은 9차례에 걸쳐 열린 특별협의가 지지부진하자 이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송전철탑을 택했다. 지회는 사측에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 측은 오는 2015년까지 3천 명 정도를 정규직화하겠다고 제안한 뒤 더 이상 협상에 진전은 없었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여러 대선 후보들이 송전철탑을 찾아 지회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으나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회측은 불법파견 인정과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은폐하는 쓰레기안(3천 명 단계적 신규채용) 폐기, 신규채용 중단, 불법파견으로 노동자 임금을 갈취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속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0년간 나섰지만 돌아오는 것은 사 측의 탄압이었다"며 "2005년, 2010년, 2012년 등 3차례의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해 고공농성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3천 500명' 대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대법원은 지난해 2월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해고자인 최병승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지회측은 이를 근거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사측은 같은 해 8월 2015년까지 사내하청 3천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지회는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을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비롯됐다. 사측은 대법원 판결을 최 씨 개인에 국한해 봤다. 반면 지회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판결로 해석한 것이다.

사측은 "대법원 판결은 원청회사의 감독과 지시를 받는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했을 때"라며 "그러나 원청회사의 감독과 지시를 받지 않은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많아 지회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사측은 "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하고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3천 명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회는 그러나 "대법원은 '현대차 내 사내하청 자체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것"이라며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사측은 지회의 고공 농성이 시작되면서 정규직 전환 규모를 3천500명으로 수정 제시했다. 지회는 "기존 안과 다를 바 없다"며 거부하고 6대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논의 장기화 국면=지난해 12월 27일 지회의 방해로 특별협의가 무산된 뒤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정규직노조와 지회 간의 정규직 전환의 대상과 방법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수차례 중재를 시도했지만 두 노조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신규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될 경우 지회 조합원 수백 명이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회는 이에 따라 사측과 직접교섭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사 측은 "지회와는 법률적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지회와의 직접 교섭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사측의 신규채용 공고에 지회 조합원 수백 명(지회 측 294명 주장)이 지원한데다 일부 조합원은 집행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까지 붙여 지회 내부간 분열도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울산지법의 송전철탑 농성자 강제퇴거와 천막농성장 강제 집행도 변수다. 법원은 최근 모두 3차례에 걸쳐 천막 농성장 강제집행(2차례)과 고공농성자에 대한 강제퇴거(1차례)를 실시했지만 지회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법원은 강제집행을 계속하기로 해 앞으로 마찰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회 김상록 정책부장은 "사측과의 직접 교섭은 5자 간에 진행된 특별협의가 아니라 지난해 사측과 가졌던 '2012 비정규직지회 임·단협'교섭을 재개하겠다는 뜻"이라며 "정규직노조와의 특별협의 재개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측이 신규채용으로 조합의 와해를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내부 동요는 없다"면서 "사측의 신규채용에 비정규직 5천400명 정도가 지원한 만큼 이들은 우리가 요구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돼 남아있는 비정규직 3천여 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 논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김태권 기자 ktg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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