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공인 독서광, 노형빈 씨의 노하우] 틈새 시간 활용,서평 블로그 운영,독서 모임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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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의 공인 '책벌레'이자 '독서광'인 노형빈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 도서관을 찾아 자신이 좋아하는 역사책이나 소설·과학책 등을 읽는다. 정종회 기자 jjh@

일주일에 1권, 1년 동안 읽는 책은 어림잡아 50여 권 된다. 보기에 따라 많은 분량일 수 있고, 또 적은 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생이 전공 서적이 아닌, 일반 서적을 이렇게 읽는다면 좀 달라진다. 왜냐하면 취업 준비에 바쁜 대학생에겐 이 정도의 책을 읽는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1년간 책 10권도 제대로 안읽는 사람이 많은 요즘, 최근 부경대가 실시한 인문고전읽기 프로젝트 '독서삼품제'에서 3품(최고상)을 수상한 노형빈 (25·전기공학과 3) 씨의 독서와 독서 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독서삼품제는 지난 2009년부터 부경대가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실시해 오고 있는 프로그램. 노 씨가 이번에 받은 3품은 우수독후감 10편 이상을 제출한 학생에게 주는 상으로, 그는 2011년엔 독후감 18편을, 지난해는 17편을 제출, 2년 연속 3품을 수상했다. 명실공히 부경대의 공인 '책벌레'이자 '독서광'인 셈이다.

매년 100권 목표 절반 쯤 달성
독서삼품제 2년 연속 최고상
훌륭한 사람과의 대화 '즐거움'
"어떤 스펙보다 취직에 도움"


노 씨는 대학에 들어온 이후, 줄곧 1년에 5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렇다면, '책벌레'인 노 씨가 좋아하는 책은 뭘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흥미 위주의 책들이죠." 의외다. 그 중에서도 역사책, 소설책, 과학책을 특히 즐겨읽는단다. "김진명의 소설을 아주 좋아하죠. 왜냐하면 제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가 한국 역사와 관련된 내용이거든요." 최근 읽은 책으로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재미있게 읽었단다.

독서로 일찌감치 넓은 세상을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키우는 부경대 공식 '책벌레' 노형빈. 그의 특별한 독서 습관을 들어본다. 그의 독서 방식은 책읽기가 습관이 안돼 있는 아이들이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습관부터 만들어라='세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노 씨의 책 읽는 습관 역시 어릴 적부터 길러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방과 친숙했던 게 한 원인. "책방 주인과 어머니가 친구였는데, 어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씩 무조건 저를 책방에 데리고 가 책을 읽게 했죠."

책 읽기에 관해서 만큼은 노 씨보다 어머니가 한술 더 뜬다고 했다. "최근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도 강서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읽곤 하셨죠. 책이라면, 저보다 더 좋아하시죠." 보고 배우는 게 항상 책 읽는 거였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게 됐단다.

군에 가서도 책과 친할 수 있었던 환경이 조성됐다. 이는 그에겐 더할 수 없는 행운이었다. "강원도 동해에서 해경으로 근무할 때였어요. 도서관과 해경이 제휴가 돼 있어서 상황실 근무를 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을 수 있었죠." 이런 게 작용해, 그가 지금까지 손에서 책을 놓치 않는 계기가 됐다.

복학 후 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틈새'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다. 대표적인 게 지하철에서 책읽기. 집이 주례다보니 학교까지 25~30분 정도 걸린다. 이 시간이 그에겐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시간. "이 시간 만큼은 저는 무조건 책을 읽습니다. 제게 가장 귀중한 시간이죠."

그는 친구와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에도 책을 놓지 않는다. "무조건, 만나기로 한 곳에 20~30분 전 도착하죠. 그리곤, 친구가 나올 때까지 인근 카페 같은데서 책을 읽다 시간이 다 돼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면 약속 장소로 나가죠." 이게 일상 속에서 만나는 그의 독서 모습이다.

#나만의 독서법=노 씨는 스스로를 '잡식성'이라고 했다. 책을 읽는데,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정말 책읽기를 즐기는 것 같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만의 재미있는 놀이를 하죠. 동전을 던져 앞 면이 나오면 학교 도서관 2층, 뒷면이 나오면 3층, 이런식으로 해서 몇 층의 몇 열, 몇째 칸에 있는 책을 읽는다라고 스스로 약속을 하죠. 읽을 책을 미리 정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책을 보게 될까' 궁금도 하고, 재미도 있어 좋아요." 자신이 읽을 책 제목을 알고 보는 것과 전혀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지만, 호기심 유발로는 그만일 것 같았다.

"책을 구입하면 맨 먼저 구입한 날짜와 이름을 책 표지에 써서 표시해 두죠."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노 씨 또한 책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듯 했다. 하지만 이건 단견. 특별히 날짜를 적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간혹 책을 사 놓기만 하고 읽지 않고 놓아두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구입 날짜를 적어 놓으면, 우연히 책을 펼치다, 구입한 날짜를 보고 뒤늦게나마 책을 읽어야 겠다는 자극을 받게 되지요."

그는 자신이 구입한 책 가운데 마음에 드는 내용의 문구는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표시한 다음, 이걸 스캔 받아 핸드폰에 저장해 둔다. "간혹 책을 집에 놓아두고 지하철을 탈 때가 있는데, 이때 저장해 둔 좋은 글을 다시 읽곤하죠."

그는 읽고 싶은 책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 편이라고 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물론, 일부는 책을 직접 사서 보기도 한다. 이땐, 주로 중고서적을 이용한다. 이번에 3품상으로 받은 상금 40만 원 가운데 절반 정도는 '그리스인 조르바' '1984년' 등 새책 구입에 벌써 사용했다.

노 씨는 올해 계획 중 하나로 서평 블로그(blog.naver.com/s2souls2)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책을 읽은 후 감상문 형태를 블로그에 올리는 방식. 이 또한 그만의 독서법 가운데 하나란다.

#독서를 통해 얻는 것=노 씨는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얻어지는 것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의 깊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어떤 사건이 터지면 겉만 바라보기보다는 그 내면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기공학을 전공하다보니 공부할 때 간혹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은데, 책을 읽다보면 상상력이 높아져 특히 공간적인 상상을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노 씨는 정작 자신이 책을 많이 읽는다곤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대학 진학 후, 매년 목표가 100권의 책을 읽는 것이었는데, 결국 그 절반 밖에 못 읽었으니까요."

이런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 씨는 올들어 독서모임에도 가입했다. 하나는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독서 모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학생들이 주축인 인문고전 독서모임. 책 친구를 만들고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게 그가 독서모임에 가입한 주된 이유다. 그는 "독서모임을 통해 선후배들과 교류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비단 그것 뿐이랴!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라고.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게 되면 선배들은 하나같이 공부이야기만 하더라고요." 노 씨는 후배들에게 꼭 이말 만큼은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 어떤 스펙보다 독서가 취직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이다. "꼭 그렇게 되도록 해 보이겠습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에필로그=노 씨는 플라톤의 '국가론'이나 영문판으로 된 '스티브 잡스 전기'를 올해 안에 꼭 읽고 싶다고 했다. 읽은 책 가운데 기억에 남는 책으로는 나관중의 '삼국지'와 함께 레너드 믈로디노프의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를 꼽았다.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으로는 박경철의 '자기혁명',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존 그리빈의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등이라고 했다. 그는 독자들도 이들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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