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탓 주폭 '뚝'… 부산 유치장도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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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이 엄격해진 이유도 있지만, 경기침체로 흥청망청하던 연말연시 음주문화가 자취를 감춘 탓이 더 큰 것 같네요."

10일 부산 부산진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인 피의자가 평소의 절반인 5명에 그쳐 다소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유치장 관리 직원은 "예년 같으면 수용인원을 육박하는 수감자들로 인해 관리에 큰 애를 먹었는데 요즘은 확실히 한산해졌다"고 말했다. 술이 덜 깨 악다구니를 하는 수감자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부산 최대의 치안수요를 자랑하는부산진경찰서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사실상 '백기'를 내걸었다. '백기를 내건다'는 건 경찰서 내 유치장에 수감자가 이틀 연속 0명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정원 35명인 8개 방이 텅텅 빈 것이다.

수감자 매년 격감세
지난달, 평년 5분의 1



유흥가 경기 '바닥'
법원, 영장 엄격 발부
"CCTV 영향" 등 해석


유치장 관리 담당 직원은 "1~2시간씩 유치장이 빈 적은 있어도 지난 5, 6일처럼 하루 종일 유치장이 비어있는 건 처음 보는 일"이라며 "하다못해 부산역 노숙자도 종종 찾아오는데 올해는 이들의 수감 건수도 뚝 떨어졌다"고 전했다.

일부 군 단위 경찰서는2001년부터 유치장이 비게 되면 관내 주민들에게 치안이 평온한 상태임을 알리기 위해 백기를 게양해 오고 있다. 유치장 수감자 수가 곧바로 관할 지역의 치안 상태를 반영하는 셈이다.

부산에선 백기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 실제로 게양되지는 않는다. 15개 경찰서가 6개로 나눠진 통합유치장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시 통합유치장의 하루 평균 수감자 수는 지난 한 해 하루 평균 수감자 수에 비해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 등 대규모 유흥가를 끼고 있는 부산진경찰서 유치장의 지난 한 달 하루 평균 수감자는 1.9명으로 지난 한 해 연평균 하루 수감자 9.7명의 20% 수준에 그쳤다.

또 해운대경찰서와 서부경찰서 유치장의 지난달 하루 평균 유치장 수감자는 각각 1.9명, 1.0명으로 지난 한 해 하루 평균 수감자 10.3명, 8.3명에 크게 못미쳤다.

부산 전체 유치장 수감자 수 역시 최근 4년간 감소세를 보였다. 2009년 3만963명이던 것이 2010년 2만5천748명, 2011년 2만1천338명, 2012년 1만9천72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흥청망청하던 연말연시 음주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청신호지만 부산 경제가 침체일로를 걸으면서 유흥가 경기가 바닥에서 못벗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구속영장 신청건수가 꾸준히 줄고 있는 것도 수감자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불구속을 원칙으로 수사가 진행되다보니 유치장에 머무는 수감자 수도 덩달아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진경찰서 곽명달 서장은 "부산진 유치장 수감자는 상당수가 유흥가 일대 사건사고 피의자인데 하루 유동인구가 10만 명에 달하는 부산진구에서 유치장이 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지난 해 도입한 CCTV 통합관제실의 범죄 예방효과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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