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 기자의 부산읽기] 아동학대, 한국과 일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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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국의 신문에 '젊은 엄마가 2개월 된 자신의 아기를 질식시켜 죽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산후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한다. 기사를 읽으면서 일본에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유아·영아 학대문제가 문득 떠올랐다.

일본에서 부모의 아동학대상담 건수는 연간 약 6만 건으로, 지난 20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는 아이의 버릇을 고친다는 이유로 세탁기에 넣어 돌려버리든지, 방안에 몇 달간이나 방치해 굶어죽게 하는 등 부모의 행위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잔혹한 사건도 있다.

일본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구미 국가들이 놀랄 정도로 육아와 교육에 열정을 쏟아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왔다. 어떻게 하다 이렇게 돼 버린 것일까.

일본에서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 기사를 오랫동안 써온 경험에 비춰 생각해보면 그 배경에는 핵가족화로 자녀 양육에 본가나 처가 부모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졌고, 장기 불황으로 빈곤가정이 증가해 육아에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된 문제점 등이 있다.

게다가 일본에선 '아이의 예의범절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의식이 강해서 지하철이나 레스토랑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우든지 울게 되면 많은 경우 부모에게 차가운 시선이 향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부모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육아에 대한 자신감과 즐거움을 빼앗아 자포자기 하게 하는 위험성이 있다.

한국에서도 아동학대가 수면 아래에서는 더 증가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심각해 보이진 않는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핵가족화와 경제적 격차로 인한 문제가 있음에 불구하고.

내 생각으론 한국에서는 음식점이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다소 떠들어도 주위의 사람들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하나의 이유인 듯하다. 좋게 말하면 '관용', 나쁘게 말하면 '방치'다. 이것이 의외로 부모의 육아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않나 싶다.

한편에선 아이들의 소란으로 방해받지 않고 싶다는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여 어린 자녀의 동반을 거절하는 사우나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아이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일본'을 예를 들어 부모의 엄한 예절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사회가 성숙해질수록 그에 걸맞은 사회적 예의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지만 그 이면에서 잃어가는 '관용'도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일본신문 osamu.kira@nishinippon-np.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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