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 대장정] <26>섬진강 3구간 곡성군청소년야영장~구례 남도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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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성 자아내는 빼어난 풍광에 페달 밟는 다리 신바람

곡성에서 구례까지의 구간은 섬진강에서 풍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강의 잔잔한 물소리가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포근하다.

섬진강종주자전거길 3구간은 전남 곡성군 고달면 청소년야영장에서 전남 구례군 간전면 남도대교까지 섬진강을 동쪽으로 따라 내려간다. 구간 전체 거리가 36㎞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데다 전체적으로 평탄하고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초보라 하더라도 중간중간 강둑길로 치고 오르는 오르막 구간만 주의한다면 무리 없이 라이딩의 쏠쏠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풍광 또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곡성에서 구례까지는 섬진강에서 풍치가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어머니 젖가슴처럼 포근한 섬진강의 잔잔한 물소리가 가쁜 숨을 가라앉혀 주고, 아버지의 드넓은 품처럼 장엄한 지리산의 기운은 페달을 밟는 다리에 절로 힘이 들어가게 만든다. 섬진강이 완연한 봄으로 물들면 산개하는 벚꽃의 현란한 '꽃비'가 세심한 연인의 손결로 땀에 젖은 얼굴을 쓰다듬어 주리라.

비교적 평탄한 36㎞, 초보라도 부담 안 돼
중간중간 강둑길로 치고 오를 땐 주의해야


출발점은 곡성군청소년야영장이다. 본황·탑선마을 표지석 앞에서 본황교를 건너 자전거를 섬진강로에 올린다.

섬진강의 겨울은 적막하다. 섬진강변은 곳곳에 잔설이 쌓여 있다. 소한 맹추위에 강물도 꽁꽁 얼었다. 강은 얼음 외피를 두르고 내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차량 통행이 뜸한 강변 도로다 보니 자전거가 다니는 갓길은 곳곳이 빙판으로 변해 꽤 미끄럽다. 

눈 덮힌 겨울산 사이로 흐르는 옥빛 강이 알프스의 산골마을을 연상시킨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돔형 지붕을 두른 휴지통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섬진강천문대다. 대부분의 천문대가 지대가 높은 산 정상 부근에 외딴 섬처럼 고립돼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섬진강천문대는 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천문대란다. 섬진강 유역은 천혜의 청정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관측자의 시야도 시원하게 틔워 주기 때문이리라. 이곳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600㎜ 반사망원경을 통해 달과 행성은 물론 성운, 성단, 은하 등의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별을 삼킨 듯 햇빛을 머금고 영롱하게 빛나는 섬진강을 끼고 페달을 저어 나가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된 기분이 든다. 강 건너 철로 위로 고속으로 질주하던 KTX 열차가 차곡차곡 몸을 접어 터널 속으로 사라진다.

섬진강로를 따라 논곡마을을 지나 예성교까지 간다. 4.2㎞. 직선으로 이어지던 길은 이곳에서 동편으로 휘감아도는 섬진강 물굽이를 따라 활처럼 휘어진다. 도로 곳곳에 '자전거 주의' 표지판이 눈에 띈다. 이 구간에서는 간간이 통행하는 차량들을 조심해야 한다. 통행이 뜸한 만큼, 차량들이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일광사 계산교를 지나 유곡마을에 이른다. 20분 소요.

유곡마을 입구에서는 잠시 페달을 멈추고 마을 진입로를 따라 드넓은 강변 위를 밟아보길 권한다. 섬진강이 마음만 바쁜 길손을 위해 준비해 놓은 선물 꾸러미가 펼쳐진다. 눈덮인 겨울산의 아스라한 마루금. 그 사이로 고요히 흐르는 시리도록 푸른 옥빛 강. 빙하수가 흐르는 알프스의 산골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기는 달고, 눈은 맑다. 
유곡마을 입구에서 강변길로 접어들면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자전거는 독자마을 하늘공원(봉안당) 식당가를 지나 지리산요양병원 앞 신월치안센터 삼거리에 이른다. 섬진강종주3구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곳으로, 방심했다가는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자전거팀도 황전톨게이트 방면으로 진입하는 지하도를 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바람에 1시간 이상을 허비했다.

일단 순천 방면으로 우회전해 구례교를 건넌 뒤 구례구역 앞에서 좌회전해 18번 국도를 탄다. 400m가량 직진하다 용림2구 마을 버스정류소에서 좌회전해 둑방길을 타고 'D' 자 모양을 그리며 황전북초등학교 분교가 있는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약전사 입구 표지판이 있는 용문교와 맞닥뜨리면 다리를 건넌 뒤 'ㄷ' 자 형태로 꺾어 섬진강을 왼편에 끼고 강변길에 붙어 동해마을로 향한다.

이곳 동해마을 앞에서 섬진강은 활처럼 크게 굽이치며 구례 방면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동해벚꽃길을 타고 사성암 입구, 문척양수장을 지난 자전거는 시외버스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성암매표소에 닿는다. 20분 소요. 
겨울 섬진강은 적막하지만 운치가 그윽하다.
매표소 입구에서는 핸들을 왼쪽으로 틀어 강변길에 바짝 붙는다. 죽연마을입구(문척교)를 거쳐 월전마을을 끼고 크게 우회한 자전거길은 월금교 앞에서 끊기면서 861번 지방도와 합류한다.

지방도를 타고 우측에 오봉산을 끼고 자전거를 달린다. 이 주변 섬진강 유역은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서식지. 강바닥의 은모래가 반짝이는 것까지 눈에 잡힐 만큼 물빛이 투명하다.

오봉정사(오봉교)를 지나면 섬진강은 점점 자전거와 멀어진다. 섬진강의 지천인 간문천이 남북으로 곧게 흐르면서 자전거길을 밀쳐 내기 때문이다. 간문교를 지나면 대평마을 입구가 보인다. 4.4㎞.

대평마을에서는 좌회전해 865번 지방도를 타고 섬진강 물줄기를 찾아 다시 북쪽으로 자전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5분여를 달리면 우측에 수달상과 함께 섬진강어류생태관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곧바로 생태관 건물을 끼고 우회, 자전거를 강둑길에 붙여 섬진강과 수평으로 달린다. 생태관이 자리한 간전면 양천리 야동마을은 우리나라 전통 판소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동편제 판소리 전수관이 있다. 카랑카랑하면서도 맑은 통성으로 냅다 질러 떨어뜨리는 구한말 명창 송만갑 선생의 호탕한 가락이 섬진강 물줄기를 타고 지리산 자락에 쩌렁쩌렁 울러퍼지는 듯하다.

강변을 따라 900m를 이어지던 길은 다시 861번 지방도와 합류한다. 섬진강을 끼고 양천마을, 운천마을을 지나 강 너머 어스름한 피아골 풍경과 함께 50분을 더 달리면 자전거는 도 경계에 가 닿는다. 강 건너편이 윗마을 구례사람과 아랫마을 하동사람이 왁자지껄하게 흥정을 주고 받는 화개장터로 유명한 하동군 화개면이다. 섬진강을 가로지르면서 동시에 영남과 호남을 잇는 동서화합의 상징인 빨간색과 파란색의 아치교가 3구간의 종점인 남도대교다. 라이딩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답사대장 010-3740-9323.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도움말=김진홍 자문위원(MTB랜드 대표)


[라이딩 길잡이]


[코스]


곡성군청소년야영장~논곡마을~예성교~일광사~계산교~유곡마을~독자마을~하늘공원(봉안당)~구례교~구례구역~용림2구 버스정류소(주유소)~용문교~동해마을~문척양수장~사성암매표소~죽연마을 입구~월금교(금평마을)~오봉정사(오봉교)~간문교~대평마을~섬진강어류생태관~전망대(쉼터)~지리산농부마을~남도대교

[주행]

이동거리 36.2㎞

라이딩 시간 4시간 31분

평균 이동 속도 8.1㎞/h

[난이도]

기술 ★★

체력 ★★★(5개 만점)

[가이드]

본보 자전거팀은 당초 섬진강댐에서 시작해 남해 바다에 이르는 134㎞의 섬진강종주를 3차례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섬진강 줄기 따라 서려 있는 숨은 이야기와 스쳐지나기 아까운 풍광들을 밟아가다보니 실제 답사 거리는 총연장 163㎞로 늘어났다. 게다가 겨울이다 보니 길은 험하고 해는 짧았다. 이에 답사팀은 섬진강종주를 당초 예정보다 1회 늘려 모두 4차례에 걸쳐 지면에 싣기로 했다. 초보라 하더라도 부담이 없도록 각 구간을 40㎞ 내외로 끊었다. 날이 풀리고 자전거에 웬만큼 자신이 있는 라이더라면 재량껏 전체 구간을 2~3회에 끝내면 된다. 3구간은 1~2구간과 달리 자전거 전용길보다는 국도나 지방도를 빌려 타고 가는 구간이 많다. 기존 도로들이 강변에 달라 붙어 이어져 있어 별도의 자전거길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행하는 차량들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차들이 많을 땐 오른쪽 갓길로 달리고, 조금 한적한 도로에서는 맨 오른쪽 차로의 오른쪽 부분에서 달리는 것이 좋다. 갓길은 약간 경사가 져 쓰레기나 돌, 이물질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펑크의 위험이 있다.

[찾아가기]

부산에서 섬진강종주자전거길 3구간 출발점인 전남 곡성군 고달면 곡성청소년야영장으로 가려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순천분기점에서 남원·동순천 방면으로 빠진 뒤 순천완주고속도로를 갈아타고 우측 방면으로 진행한다. 19㎞를 더 달리다 황전분기점을 만나면 황전요금소를 빠져 나온 뒤 남원·구례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섬진강로를 타고 1㎞여를 더 직진한 뒤 선변삼거리를 만나면 구례교로 진입하지 말고 계속 직진한다. 섬진강로를 따라 12㎞를 더 달린 뒤 가정역을 지나면 만나는 첫 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가정마을길을 타고 다시 400여m 내려온 뒤 두가세월교를 건너 우회전해 600m를 달리면 왼편으로 청소년야영장이 보인다. 3시간 소요. 문의 MRB트레킹(051-757-8226·www.mrbtrekking.com).



이것만은 꼭

1·2구간과 달리 3구간은 전 구간에 걸쳐 자전거용 이정표를 찾아 보기 어렵다. 섬진강 물줄기에 바짝 붙은 길을 타고 하류로 내려간다는 대원칙을 따르면 왠만큼 길을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섬진강이 물길을 틀어 크게 굽이치는 곳이나 강둑길, 지방도, 국도가 엉키는 곳을 맞닥뜨리면 자전거는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본보 종주팀도 신월치안센터삼거리와 섬진강어류생태관 등에서 실수로 국도를 타는 바람에 적잖이 시간을 허비했다. 섬진강 상류와 달리 중·하류 구간은 별도의 자전거길을 설치하지 않고, 기존의 농로와 지방도를 이용하는 구간이 많다 보니 안내소나 쉼터, 이정표 등 자전거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가 오는 3월까지는 정비를 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섬진강 3구간 곡성군청소년야영장~구례 남도대교(※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섬진강 3구간 곡성군청소년야영장~구례 남도대교 고도표(※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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