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여백 : 2012 부산춤 3대 키워드] 전통 춤꾼의 활약, 젊은 춤꾼의 약진, 거리 춤의 활성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새물결 춤작가전'에서 대상을 받은 강경희 씨 작품. 부산무용협회 제공

올해 부산의 춤은 전통춤꾼들의 활약과 젊은 춤꾼들의 약진. 그리고 거리춤의 활성화로 유난히 역동적이었다. 9월 이후, 부산춤은 중견 전통춤꾼들의 연이은 공연으로 춤의 고장 부산의 옛 명성을 되찾는 듯했다. 서지영, 박경랑, 이윤혜, 김정원 등은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전통춤의 묘미를 한껏 살린 안정감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이에 뒤질세라 개성 있는 젊은 춤꾼들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부산춤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안선희, 강경희/이연정, 허종원, 이용진, 한지은 등은 무대와 거리를 오가며 출중한 춤 실력 못지않은 탄탄한 안무력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생명춤판' '춤추는 남자들-거리에 나서다' '춤추는 몸-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탐색하다' 등의 거리춤은 봄부터 가을까지 부산의 거리를 활기로 가득 채웠다.

한국춤의 정갈한 맛을 잘 살린 이윤혜 씨 공연.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이윤혜는 뛰어난 춤꾼이다. 지난 9월 11일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있었던 '이윤혜의 춤-공명하다'는 그녀의 맵시 있는 몸짓을 잘 드러내는 프로그램들로 짜졌다. 신무용과 전통춤을 적절하게 섞어 한국춤의 정갈한 맛을 잘 살린 깔끔한 무대를 만들었고, 단아하고 소박한 그녀의 춤은 짙고 깊은 울림이 있었다. 또한, 진한 육감적 질을 지닌 그녀의 몸짓을 잘 살려 내는 2인무를 중심으로 조화로운 군무가 적절하게 섞이며 신명 나고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연출했다. 춤 만든 이의 섬세함과 따뜻한 심성이 여유 있게 표출되는 품격 있는 무대였다. 중견 전통춤꾼들은 분명 부산춤의 중요한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 준 공연이었다.

기존의 춤과 자신의 춤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며 괄목할 만한 약진을 보인 젊은 춤꾼들도 있었다. 지난 10월 7일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근영아 놀자'로 재미나고 유쾌한 거리춤을 선보인 적이 있는 안선희는 '새물결춤작가전'에서 'Haven'으로 안무상을 받았다. 지속하는 시간 속에 일어나는 여러 우연한 만남을 통해 형성되는 마음의 변용을 섬세하고 표현적인 동작으로 잘 표현했다. 자신만의 감각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부산 춤판에 새로운 스타일의 춤 하나를 보태는 의미 있는 공연이다.

춤꾼 신승민은 거리춤을 통해 일상의 공간을 멋지게 활용했다. 부산일보DB
또한, 허경미 레드스텝무용단에서 돋보이는 활동을 하며 녹록지 않은 춤 실력을 과시하던 강경희와 이연정은 작품 '담'에서 군무의 부드럽고 유연한 흐름을 리듬감 있게 조율하는 세련된 안무력을 뽐냈다. 기체적 유연함과 역동적 운동성을 잘 살린 춤은 기쁜 감응으로 다가왔다. 

거리춤은 골목길, 버려진 공터 등 일상의 도시 공간과 가로등, 신호등, 벤치 등 거리의 사물들을 새롭게 살려 낸다. 지난 9월 1일 해운대 미포에서 있었던 '춤추는 남자들-거리에 나서다'에서 신승민은 장소 활용에서 거리춤의 모범을 보여 준 작품을 선보였다. '달맞이길 62번가 43번지'에서 그는 골목길에서 일어나는 여러 종류의 우연한 만남을 그린다. 말과 말이 충돌하고 몸과 몸이 부딪히며 일상의 자잘한 삶이 드러나는 굴곡진 뒷골목 길을 따라가며 계단과 일상 사물들을 즉흥적으로 이용한 창의성이 돋보인다. 도시의 뒷골목 공간을 이용하며 탁월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낸 훌륭한 작품이었다.

기존의 지배적인 춤 스타일 밑에서 미처 피어나지 못했던 것, 혹은 가려져 보이지 않던 몸적 상상력을 열어젖히는 젊은춤, 거리춤과 아울러 중견 전통춤꾼들의 중후함은 분명 부산춤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듯하다.



최찬열/춤 평론가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