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과거는 잊고 미래를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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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동서대 교수·영어학과

선거는 끝났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결정되었다.

언론들은 박 후보의 당선에 대해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1987년 직선제 이후 첫 과반 득표 대통령' 등의 화려한 문구를 사용하며 의미를 부여하였다. 박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실망과 안타까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사는 박근혜 당선인의 음과 양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초박빙이 예상되던 선거였다. 안철수 후보가 몰고 온 바람은 특히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을 희망에 들뜨게 했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몰고 온 대선 TV토론 파장은 보수층을 더욱 결집시키는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박근혜 후보는 100만 표 이상의 차이를 내며 낙승했다. 개표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우위를 유지하였다.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단연 박근혜라는 경쟁력을 갖춘 후보가 있었다. 또 새누리당이 내세운 선거 캠페인 전략이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현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통합당의 선거 캠페인에 맞서 줄곧 민생, 통합, 약속, 중산층 70% 복원 등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키워드를 내세웠다. 민주통합당 역시 복지나 민생문제 해결 등에 목표를 둔 정책들을 갖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키워드를 앞에 내세워 효과적인 선거 캠페인으로 활용한 쪽은 새누리당이었다.

또한 그동안 그 나름대로 소신과 원칙을 내세우며 이명박 정부와 일정 부분 선 긋기를 해 온 박 후보의 이미지 역시 새누리당이 내세운 캠페인에 신뢰성을 갖도록 만들었다. '유신의 중심'이라든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준비된 여성대통령'과 같은 명쾌한 문구를 통해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한때 유신 권력의 중심에 섰던 장본인이지만 평탄치 않은 개인사를 극복하고 이 자리에까지 오른 정치인임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관건이다. 선거는 선거이고 정책은 정책이다. 박 후보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유권자들에게 약속해 왔다. 투표 전날까지도 유권자들에게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될 것임을 누누이 강조하였으며, '대한민국 100%의 대통령'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러한 캠페인이 선거 기간 중 표심을 잡는 데는 일단 성공하였지만 과연 어느 정도 정책적으로 현실화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곧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될 것이고 본격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발족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진행될 것이다. 원칙과 소신을 중요시해 온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내세웠던 공약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과반이 넘는 득표를 하며 당선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1천469만 표가 박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기억하였으면 한다. 경제민주화와 민생을 위해서 실질적인 정책들을 실시하는 한편, 대통합을 위해서는 대통령 당선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화해와 대탕평'에 바탕을 둔 인선과 정책 입안을 해야 할 것이다. 과거사 문제 역시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진솔하게 이해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짚고 해결해 가야 한다.

치유와 화합의 정치 펼쳐 나가야

박 당선인에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과거사는 선거 기간 내내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야당으로부터 끊임없는 비판의 근거가 되는 한편 노년층에게는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견고한 지지층 형성에 주된 역할을 하였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상기시키는 변함없는 헤어 스타일이나 선거 직전 발표한 '잘 살아보세'와 같은 캠페인은 전형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제 선거를 통해 당당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더 이상 과거 부모시대의 후광에 의존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이제까지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원칙과 소신, 그리고 현실정치에 입각한 지속적인 정책의 실현을 통해 국민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치유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아버지 박정희를 뛰어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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