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닷 컴 블로그 세상] 안 교수의 우주 이야기
지구 근접 소행성
지난주엔 인류의 생존과 관련한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아무도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소행성이 달 보다 더 가까이 지구에 접근한 것이다. '2012 XE54'로 명명된 이 소행성이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2/3도 채 되지 않는 곳을 스쳐지나간 것이다. 만일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층돌하면 작은 나라 정도는 완전히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위험한 일인데 이번의 경우에는 운이 좋아 살아남은 셈이니 아찔할 뿐이다.
소행성은 그 이름으로 유추하면 작은 행성이다. 행성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움직이는 별이라는 것이다. 1801년 움직이는 천체인 세레스가 발견되었을 때 행성보다는 많이 작았기 때문에 소행성이라 부르게 되었다. 대부분의 소행성은 지름이 수 십 m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모양도 구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 기원 자체가 행성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태양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직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칸트가 주창한 성운설로 대략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성운설에서는 태양계에 있는 모든 천체가 동일한 기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즉, 회전하는 성간구름이 수축하여 중심부는 태양이 되고 남은 물질은 태양 주변에 원반을 만든다. 원반위에서 물질들이 부분적으로 뭉쳐 미행성체를 만들고 이들이 다시 뭉쳐 행성을 만든다는 것이 성운설의 주요 줄거리다. 소행성은 바로 행성이 만들어지는 데 참여하지 못한 크고 작은 미행성체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소행성은 작게는 지름이 수 m 정도에서 크게는 직경이 1천㎞에 이르는 것 까지 다양한 크기를 가진다.
소행성은 태양계에 골고루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몇 영역에 모여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화성과 목성사이에 있는 소행성 띠인데 소행성의 대부분이 이곳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소행성은 지구에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구 궤도를 가로지르는 지구 근접 소행성이다.
지난주 지구를 스쳐지나가 우리를 놀라게 했던 '2012XE54'나 이보다 훨씬 더 커서 만일 지구와 충돌한다면 문명의 종말을 고하게 될 지도 모를 '4179 토타티스'와 같이 지구 궤도에 접근할 수 있는 소행성이다. 다행인 점은 '4179 토타티스'와 같이 결정적인 위해를 끼칠 소행성은 크기 때문에 발견이 상대적으로 쉬워 거의 다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현재까지 알려진 소행성 중에는 수백 년 안에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큰 소행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번에 스쳐지나간 '2012XE54'처럼 크기가 작은 소행성은 발견이 어려워 자칫 접근을 모르고 있거나 대응하기에는 너무 늦게 발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발견만 충분히 일찍 이루어진다면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지구에 부딪히기 전에 우주탐사선 등을 이용하여 궤도를 변경시키거나 깨트려 지구와 충돌하더라도 대기권에서 대부분이 타버리게 할 수 있다.
지구 근접 소행성의 조기 관측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일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미 수년 전 부터 이러한 지구근접 천체를 24시간 모니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2012XE54'처럼 작은 천체들은 현재의 관측 장비로는 완벽하게 조기에 찾는 것에 한계가 있다.
미국이 중심이 되어 건설하고 있는 'LSST'라 부르는 구경 8.4m이며 광시야 망원경도 주 탐사 대상이 지름이 100m 이상인 소행성이지 이보다 작은 것은 아니다. 더 큰 구경의 광시야 탐사 망원경이 있어야 하나 아직은 기술적 제약이 있고 그 건설 경비도 결코 만만치 않기에 우선순위에서 빠져 있다. 아! 언제나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안홍배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