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제로니모' 다큐 보는 듯 생생한 '빈 라덴 사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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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제로니모' 풍경소리 제공

"안녕하세요. 오늘 밤 미 국민과 전 세계에 저희가 수행한 작전을 알립니다. 알 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습니다."

지난해 5월 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알렸다. 항공기 납치 동시 다발 자살테러로 뉴욕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가 공격받은 '9·11 테러' 발생 10년 만에 앙갚음한 셈이다.

작전 전 과정 요원 카메라 통해 중계
테러에 대한 미국 중심 시각 아쉬워

할리우드가 이런 소재를 그냥 놔둘 리 없다. 존 스톡웰 감독의 '코드네임 제로니모'는 미국이 사상 최고의 현상금 5천만 달러를 내건 빈 라덴의 사살 작전을 스크린에서 재현한 액션물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안은 비밀에 묶여 있지만 대략적인 내용이나 결과가 모두 알려져 있어 사실 작품 자체는 다소 싱겁다.

영화는 9·11 테러를 당하는 미국의 처참한 모습으로 막을 올린다. 실종자를 포함해 3천500여 명의 인명 피해와 111억 달러에 달하는 물적 피해까지 안방에서 제대로 한 방 먹은 미국은 테러를 주도한 빈 라덴 찾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서방 세계 공공의 적이 된 빈 라덴은 FBI와 CIA의 집중 추적을 받았지만, 10년 동안 행적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중 CIA 정보분석팀은 파키스탄 현지에 파견한 두 명의 비밀요원을 활용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비밀주택에서 빈 라덴이 은신한 정보를 얻는 데 성공한다. 높은 담벼락과 안이 보이지 않는 창문, 가시철사로 둘러싼 2층짜리 건물과 별도의 게스트 하우스로 구성된 은신처였다.

이 정보를 여러모로 분석한 CIA 특수작전부는 최정예 특수부대 '팀 식스'를 꾸린다. 그리고 마침내 D-데이 야밤, 인도양에 떠있던 항공모함에서 요원들이 두 대의 헬기를 타고 잠입한다. '죽여도 좋다'는 명령을 받은 대원들은 방탄 헬멧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은신처에 침투해 빈 라덴을 사살한다.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작전의 전 과정이 요원들의 헬멧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위성 중계돼 실제 작전을 보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미국 CIA 특수작전부와 정보분석팀은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면서 아이패드를 통해 추적 과정과 은신처 내부 모습을 공개하지만 화끈한 영화 포스터와 달리 후반의 군사작전을 제외하면 액션장면도 거의 없다.

할리우드 작품인 탓에 지극히 미국의 시각으로 제작된 점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왜 빈 라덴이 테러를 일으켰으며, 이슬람의 주장과 요구는 무엇인지 전혀 언급이 없다. 또 빈 라덴의 10년간 비밀스러운 행적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작품을 보노라면 '민주주의의 요람' 미국의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테러범이라면 그들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것인지, 또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나라에서 불법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것인지 안하무인 같은 자세에 의문이 생긴다. 13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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