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 촌지 고발 이후 견디다 못해 학교 못가는 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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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학교 맞습니까

"친구 중엔 '우리 집은 돈이 없어 다행'이라며 위로하는 녀석도 있어요."

학부모로부터 1천만 원대의 촌지를 받아 챙기다 교감과 부장교사가 경찰에 입건된 사립고 A고교(본보 4일자 9면 보도) 2학년에 재학 중인 B(17) 군.

수석입학으로 주목받던 그의 고교 생활은 올해 여름부터 엉망진창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교사들의 싸늘한 눈총

온갖 이유 교무실 호출

엄마는 맞고소 당해

결국 한 달째 등교거부


촌지 강요를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지난 7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학교와의 전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학년 학생장을 맡고 있던 그에게 쏟아지던 교사들의 총애는 곧장 눈총으로 돌변했다.

B 군은 부모의 후원 속에 초등학생 시절 캐나다 사립 학교로 조기유학을 떠났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귀국해야 했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인정받지 못한 상황 속에서 2년간 절치부심 끝에 검정고시까지 치르면서 들어간 게 A고교였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B 군의 일거수일투족은 학교의 감시 대상이었다. "하루는 한 상급생이 찾아와 '교사들이 널 감시하라고 지시를 내렸으니 몸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귀띔까지 해주고 갔다"는 게 B 군의 진술이다.

어떻게든 고등학교는 국내에서 졸업해야 겠다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았지만 결국 B 군은 지난 달 폭발하고 말았다.

화장실 담배 냄새가 몸에 뱄다는 이유로 B 군에게 '담배를 피웠다'며 반성문을 강요한 것. 이미 온갖 이유로 교무실에 호출되며 징계 운운하는 경고를 수차례 받아왔던 터였다.

그날 연주하던 기타를 집어던져 학교 유리창을 박살낸 B 군은 한 달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한 B 군에게 스트레스성 위궤양과 원형 탈모가 찾아왔다.

고초를 겪기는 B 군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항암 치료를 받아오며 학교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해당 교사로부터 명예훼손 맞고소까지 당하는 등 고역을 치렀다.

B 군의 어머니는 "교사들이 우리 아이가 학생장으로 선출됐던 당일에도 '후보가 3명이 나섰는데 1명을 탈락시켰다' '타 후보와 접전 중이다'라며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 촌지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학생장 후보에 나선 사람은 B 군 뿐이었다.

B 군의 어머니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A고교의 촌지 관행에 시달려온 학부모를 모아 집단행동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만큼 이번에는 부산시교육청과 전교조 등 교육 단체를 통해 A고교 비리 사건을 알릴 생각이다.

B 군의 어머니는 "'한두 번 더 참았더라면 아무런 소란없이 우리 애 졸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이가 더이상 자신 때문에 엄마가 움츠러들지 않기를 원한다"며 "비리 교사들이 갑이고 학생·학부모가 을인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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