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삶이 아름답다… 나의 인생 다이어리는 이미 '2013'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2월이라 쓰고 1월이라 읽는 사람들

한때 140㎏가 넘는 육중한 몸을 가졌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110㎏대로 진입한 김병구 씨.두 자릿수 몸무게를 만들기 위해 해를 넘기기 전에 다시 체중감량에 도전한 김 씨는 "멋진 몸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1분 1초가 아까웠다"면서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에 열중했다.

흘러간 시간을 붙잡을 도리는 없지만 오는 시간은 준비만 잘하면 제대로 맞이할 수 있다. 12월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고 벌써부터 새 계획을 실행하고 나선 이웃들이 있다. 시간을 120% 활용해 12월을 꽉꽉 채우려는 이들의 삶을 따라가 봤다.

#몸무게 '언더 100㎏' 도전 김병구(22) 씨

어렸을 때부터 한 덩치 했다. 운동신경도 나쁘지 않았다. 이를 눈여겨 본 학교 코치들이 운동을 권했다. 김병구 씨는 그렇게 유도에 발을 들였다. 몸무게는 어느덧 140㎏를 훌쩍 넘겼고, 대학교 진학 때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 만큼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이 일상을 괴롭혔다. 체급에 맞게 찌운 거대한 몸도 짐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10년 넘게 걸어왔던 유도를 접기로 결심했다. 유명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한몫했다.

운동에 이골이 났지만 다이어트는 고난이었다. 그럴 때마다 "네가 무슨 다이어트냐. 그냥 포기해라"는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보란 듯이 날씬한 모습을 뽐내고 싶었다. 혹독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통해 김 씨는 지난 여름 100일도 못돼 20㎏ 이상을 뺐다.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국가대표가 되었을 것"이라는 주변의 비아냥거림은 부러움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110㎏대로 진입한 김 씨가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체중감량에 도전하게 된 것은 이남훈(25) 씨 덕분이었다. 이 씨 역시 한때 몸무게가 150㎏에 이를 만큼 육중한 몸매를 자랑한 자칭 부산 대표 '뚱남'. "배가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놀라 다이어트를 결심, 100일 만에 110㎏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살을 더 빼야겠다고 생각해 다이어트 친구를 찾던 중 김 씨와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목표는 '둘이 합쳐 198㎏'. '새해 첫 출발'이라는 진부한 공식을 말끔히 잊고 곧장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지금부터 살빼기에 적응해야 새해에도 변함없이 다이어트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서니 연말 모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임은 대부분 취소했다. 틈틈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이 지겹지 않도록 운동법도 수시로 바꾸기로 했다. '누구나 살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어서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일기도 꾸준히 올릴 계획이다. "멋진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는 1분 1초가 아까워요. 우리에게 12월은 알찬 1월을 맞기 위해 준비하는, 'pre 1월'인 셈이죠."

▶나만의 시간관리 TIP: 목표를 분명하게 세웠다면 가능한 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김 씨는 또 "처음부터 거대한 목표를 세우거나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를 만들려고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한 걸음 내디딘 뒤 계획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여성들에게 새해 선물 이재현(39) 씨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미용 기술을 재능 기부하기로 한 이재현 대표. 최근 이 대표의 친척과 결혼해 한국 이름까지 얻은 하윤지(오른쪽) 씨와 함께 기본적인 미용실습을 펼치고 있다. 이재현헤어그룹 제공
20년 이상 미용 분야에 몸담았던 이재현헤어그룹 이재현 대표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 달에 두세 차례 해운대 일대 복지관 등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재능 기부 경력만 10년차다.

봉사활동 대상을 이주여성으로 확대한 것은 순전히 친척 덕분이었다. 올해 초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신혼생활을 시작한 친척 부부와 자주 만나면서 이주여성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신부는 일을 하고 싶어 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직업훈련 기회가 많지 않은데다가 우리나라에서 이주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양육에다가 언어장벽이 만만찮아 학력이 높아도 허드렛일을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주 여성에게도 재능 기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머리를 다듬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직접 미용 기술을 가르치기로 했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일반 헤어숍에서 인성교육 등 기본 교육과정에서부터 파마, 염색, 커트 등 13단계에 이르는 스텝 코스를 밟을 수 있도록 적극 돕기로 했다. 우선 친척을 상대로 시범적으로 간단한 교육을 실시했다. 평소 관심있던 미용 분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대단히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연말이 더욱 바쁜 일의 특성상 내년부터 시작하려고 한 재능 기부를 한 달여 앞당긴 것은 이주여성들이 새해부터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내친김에 다음 달 15일 부산 기장복지관에서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취업 상담도 벌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일단 시작한 뒤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내년부터는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음지었다.

일본 오사카의 헤어숍 '푸리루'와 미용기술 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달도 오는 12월이다. 올해 안에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부터는 완벽하게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목적이다. 내년을 위한 도약. 이 대표는 이미 '2013년'을 열었다.

▶나만의 시간관리 TIP: 24시간을 잘게 쪼개 쓰는 이 대표의 시간관리 전략은 '적재적소'. 핵심적인 일은 스스로 하되 나머지는 적절하게 위임한다. 실제로 이주여성 관련 지원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나카무라 이치로 전 동서대 교수를 고문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할 수 없다. 동료들과 협업을 하면 자신만의 시간도 충분히 생긴다"고 귀띔했다.



#10월부터 벌써 2013년! 박희정(34) 씨

하루 400㎞씩 운전하면서 육아도 소홀히 하지 않는 박희정 대표는 10월부터 이미 새해 준비에 나선다. 미리 준비하면 12월은 기회의 달로, 1~2월은 보너스 달로 쓸 수 있단다.
고객만족(CS) 교육 등을 주업무로 하는 'S&L edu인재개발센터' 박희정 대표는 하루를 72시간처럼 쓴다. 많게는 하루 400㎞씩 운전하며 전국을 누비면서도 하루 중 2시간 이상은 반드시 여섯 살 난 딸과 함께 보내려는, 그야말로 '슈퍼맘'이다. 일주일에 잠을 10시간도 채 자지 않을 때가 많을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박 대표의 시계는 이미 2013년이었다. 10월부터 다음 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는 말에 할말을 잃었다.

보통 10~12월은 한 해의 마무리 단계이기 마련인데 박 대표에게는 다음 해의 시작인 셈이다. 계획이라고 해서 거창할 것은 없었다. 한 달과 주간 단위로 나눠 중요도가 높은 일부터 배치해 나가는 식이다. 새해 준비를 하게 된 것은 시간을 아껴 쓰고자 하는 의지 덕분이었다. 통상 새해 1월부터 계획을 잡으면 3월이 되어서야 계획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는데, 두어 달 일찍 시작하면 새해 첫 달부터 업무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면 1~2월은 자기계발을 하는 보너스 달이 되기도 한단다.

박 대표는 12월을 '기회의 달'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보통 연말에는 인사 발령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데다가 새 부서에 배치라도 되면 초반 한두 달은 의미없이 낭비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12월을 막바지 준비기간으로 책정해 두면 남들보다 서너 달은 앞서는 멀티플레이어 직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박 대표는 지난해 말 수강생들과 함께 모여 만든 스터디그룹 'CS 공화국'을 중심으로 CS가 필요한 곳을 찾아 무료로 교육해 주는 전국구 재능 기부를 펼치기로 했다. '12월은 2013년의 첫 발걸음'이라는 모토 아래 이달 말 제주도에서 첫 행사를 가진 뒤 한 달에 한 번꼴로 재능 기부를 펼치기로 했다. 박 대표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오랜 진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한다기보다 새해를 맞기 위해 준비하는 달로 12월을 보내면 다음 해를 야무지게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만의 시간관리 TIP: 잠들기 전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생각나는 대로 메모해 둔 뒤 다음 날 중요한 일과 사소한 일로 나눠 하루를 보내면 알차게 시간을 쓸 수 있다. 박 대표는 "바쁜 직장맘의 경우 타임워치를 이용해 일을 하면 정해진 시간 내 업무를 끝내고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