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낙동강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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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희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 사업부장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마무리 단계다. 을숙도를 포함한 낙동강 본류의 둔치 정비사업은 지난달 말 거의 끝났다.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을숙도와 낙동강 4개 둔치 정비사업 규모는 약 450만 평에 달한다. 사후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부산시는 낙동강 변을 정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천 둔치에 철새 서식지를 지키면서도 친수 이용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말 시작된 원래 낙동강 본류 정비사업은 이런 기대와 달랐다. 치수 목적의 하도(물길) 준설이 대부분이었다. 둔치 정비를 위한 하천환경정비사업 예산은 극히 일부분이었고 그마저 대부분 습지 조성과 관련한 것이었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친수공간 조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게 돼 2010년 6월부터 둔치 지역에 생태경관 보강 계획을 반영했다. 부산시도 을숙도와 4개 둔치지역의 정비 방향을 잡았다. 겨울철은 철새를 관찰하기 위한 생태 관광지로, 봄~가을철에는 친수 공간으로 조성하는 쪽으로 정한 것이다.

그 결과 부산시는 정부로부터 낙동강 유역의 하도준설자금 790억여 원과 함께 하천환경정비사업 예산 830억여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과 고민은 을숙도와 4개 둔치 곳곳에 배어 있다.

그동안 부산시는 철새도래지의 기능을 지키면서도 생태 중심적인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을숙도대교 건설에서 보듯 낙동강 하구는 철새에 대한 배려 없이 개발 사업을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필요한 지역은 개발하더라도 보존할 지역을 적극 보존해야 한다. 다만, 철새보호를 위한 지역도 철새 도래 기간인 겨울철에는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되, 그 외 계절의 활용에도 고민을 했다.

을숙도 하단부와 삼락·대저·맥도지구 내 철새 먹이터 및 사계절 꽃단지는 이러한 개념 아래 조성됐다. 또 을숙도 상단부인 일웅도의 생태호수, 삼락지구의 수로형 습지도 봄~가을에 시민들이 배를 타며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조성됐다.

또 중요한 것은 시민들을 위한 친수 공간 조성이다. 삼락·화명지구 내 수상레포츠용 계류장과 삼락의 캠핑장·파크골프장, 화명의 수영장 등은 이를 반영한 사업이다.

둔치마다의 특색도 찾았다. 을숙도 쓰레기 매립장의 나무, 억새 군락지가 있는 환경생태공원, 을숙도 상·하단부를 연결하는 생태이동통로, 화명의 하단부와 맥도지구 도로변의 연꽃 습지 등이 대표적이다.

아쉬운 점도 많다. 부산권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꼭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운하 사업의 연장선상에 바라본 반대 여론에 묻혔다. 물론 과도한 준설과 사업시행 중 자연환경 훼손 문제도 있었다.

사업조정 과정에서 준설량을 줄여 하천환경정비사업으로 대체함으로써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됐다. 자연환경과 철새도래지의 훼손 문제는 공사 중엔 불가피한 것으로 관리 단계에서 보완해 갈 수밖에 없다.

민간의 의견도 듣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달 15일 낙동강하구생태관리 자문회의는 그런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 어떤 형식이든 시민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요즘 을숙도와 둔치 지역을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떠오른다.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이번 사업으로 자연과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제부터 낙동강 하구의 새로운 미래를 꿈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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