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마녀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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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역사·본질 다뤄

고양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은 동물이다. 부산일보 DB

한국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전체 가정의 약 18%라는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를 굳이 들지 않아도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음을 느낀다. 작가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는 물론, '고양이 카페'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양이 양육, 습성에 관한 실용서, 사진집, 에세이는 많았지만, 고양이의 역사와 본질을 다룬 책은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고양이의 기묘한 역사'는 많은 애묘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양서다. 책은 고양이를 한 번쯤 길러봤거나 고양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했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선, 고양이는 과연 길들일 수 있는 동물인가 하는 점. 애묘인은 고양이도 개와 마찬가지로 애교가 많고 때론 의존적이기도 한 존재로 보지만, 대부분 사람은 고양이가 독립적이고 인간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본다. 저자도 이 부분에는 많은 의견이 있다고 말한다. 완벽하게 길들기 시작한 고양이의 기원과 길들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를 찾는 것은 어렵단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인간의 곁에서 살게 된 동물인데다, 집 안에 정착했는지, 아니면 이따금 집을 방문했던 동물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기묘한 역사 / 다니엘 라코트
고양이는 과연 신성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는 신성한 동물로 여겼다. 실수로라도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에 처했으며,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죽으면 상복을 입었고, 미라로 만들기도 했단다. 고양이가 인간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쥐를 잡고 식량을 지키는 고양이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부터란다. 거기다 이집트 문명에서 고양이는 달과 태양을 동시에 상징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단다. 어둠을 꿰뚫어 보면서도 태양에 타지 않는 눈이 바로 그 상징이다. 그렇지만 중세에 들어서 고양이는 바로 이 '달의 상징'이란 점 때문에 마녀의 친구이자 요물로 여겨지게 된다. 검은 고양이에 대한 속설과 목숨이 9개란 미신이 그 예다. 사순설을 비롯한 많은 민간 축제에서 고양이를 죽이는 의례를 치렀고, 기독교에서도 고양이를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위험한 존재로 여겼다고 한다.

예술가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17세기 유럽의 부르주아와 귀족들이 다시 고양이의 매력에 매료되기 시작하고, 동방에서 신기한 종의 고양이가 수입되면서 고양이는 하나의 사치품이 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문학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애드거 앨런 포, 보들레르가 고양이에 주목했고, T.S 엘리엇은 고양이에 영감을 받아 뮤지컬 캣츠의 원작이 된 시를 쓰기도 했단다.

책은 무함마드가 자신의 의복 위에서 잠든 고양이를 깨우고 싶지 않아 의복의 소매를 자르고 옷을 입었다는 이야기, 영국 찰스 1세를 보호해 준 검은 고양이 등 역사 속 인물과 고양이 이야기도 들려준다. 고양이의 습성 같은 생물학적 특성도 알 수 있다. 단, 프랑스인 저자가 서양인의 시각에서 쓴 글이라 동양의 관점이나 사례는 풍부하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쉽다. 다니엘 라코트 지음/김희진 옮김/사람의무늬/240쪽/1만 3천800원.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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