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식' 열풍] 식욕 괴롭지만 "살 빠지고 피부 좋아졌다" 즐거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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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웅 씨는 1일 1식 실천 3주 만에 93㎏에서 88㎏으로 몸무게가 줄었다며 즐거워했다. 오 씨에게는 하루에 한 번밖에 없는 식사 장면. 정종회 기자 jjh@

오세웅(41·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 교류·사업팀장) 씨는 요즘 사람이 달라졌다. 술자리를 될 수 있으면 피하는가 하면 부산 동구 초량동의 회사에서 부산진구 연지동 집까지 6.8㎞를 걸어서 퇴근한다. 가장 큰 변화는 식사 횟수. 하루에 한 끼만 먹는 '1일 1식'을 실천 중이다. 오 씨는 어느 날 버스에서 사람들이 씨름선수 이만기 씨가 아니냐고 물어보는 데서 충격을 받았단다. 그는 하루에 먹는 유일한 한 끼도 많이 먹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이미 한 끼를 먹고 어쩔 수 없이(?) 나간 식사 자리에서는 밥 대신 채소만 골라 먹는 노력을 한다. 점심을 먹었지만 저녁에 배가 많이 고플 때는 생두부 한 모 정도는 허용한다.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는 놀랍다. 1일 1식 실천 3주 만에 93㎏에서 88㎏으로 몸무게가 5㎏이나 줄었다. 오 씨는 바지를 새로 살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오늘도 1일 1식이다.

오 씨처럼 1일 1식을 실천하거나 해 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의 1일 1식 열풍은 일본의 의학박사 나구모 요시노리 씨가 쓴 책 '1일 1식'(위즈덤스타일)의 영향이 크다. 이 책은 일본에서 50만 부, 우리나라에는 지난 9월 출간하자마자 서점가의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하더니 이달 초까지 6만 부 넘게 팔렸다. '1일 1식 카페'(cafe.naver.com/onemealoneday)에 가입해 적극 실천하는 회원도 카페 개설 한 달여 만에 2천300여 명에 달할 정도다. 이 카페에는 1일 1식을 시작하는 동기와 각오부터 1~8주차 이상의 체험일기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나구모 요시노리 책 영향 국내 큰 반향
의학계 "하루 한 끼보다 세 끼 소식 바람직"
어린이·노인·질환자 등은 특히 금물


이들은 대개 1일 1식을 통해 살을 빼고 피부가 젊어지기를 희망한다. "2년 뒤 서른인데 그전에 처음으로 연애해 보고 싶다"부터 "이대로는 남편에게 소박당할 것 같다. 저도 성공할 수 있게 도와달라"까지 애처로운 사연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평생 하루 세 끼를 먹던 사람이 1일 1식이 쉬울 리 없다. 2주차 11일째에 접어든 A 씨는 "어제는 매우 이성적인 하루였다. 먹고 싶은 충동에 좀비처럼 달려드는 일이 없었다"고 말해 끼니를 거르는 어려움을 짐작게 했다. B 씨는 "1일 1식의 식사로 점심 한 끼를 선택한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잘 때 잠이 잘 오나요? 전 저녁 때 허기를 느끼면 잠이 잘 안 와서요"라고 말한다. 이들은 잠자기 전 뱃속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리도록 익숙해져야 한다. 주변에서는 "먹는 재미를 왜 포기하느냐" "끼니를 거르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1일 1식보다 "하루 세 끼 소식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권유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의 대답은 비슷하다. 더 먹고 싶은 인간적인 욕망을 억눌러야 하는 소식이 1일 1식에 비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1일 1식이 주는 재미도 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식사는 평소보다 훨씬 맛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군살이 빠지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는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의학도 적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인정한다. 최근 영국의 한 노화 연구진은 쥐의 음식물 섭취량을 40% 줄였더니 수명이 20~30% 늘어났다고 밝혔다. 나구모 박사는 하루 한 끼 식생활을 10년간 실천해 77㎏이던 체중을 62㎏으로 유지하며 젊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나구모 박사는 "하루 세 끼씩 영양을 섭취해야 건강하다는 생각은 낡은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공복 상태에서 꼬르륵 하고 소리가 나면 몸이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그의 주장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절식해야 장수한다'는 이론을 펴 노화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유병팔 부산대 석좌교수 역시 하루 한 번 식사한다. 유 교수는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소식과 적당한 운동에서 찾았다. 또 니시의학(西醫學)에서는 초 절식(하루 600칼로리 이하 섭취)이 만병을 치료한다고 주장해 왔다.

나구모 식의 1일 1식 실천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하루 한 끼 식생활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이지만 평소에 하루 세끼를 먹던 사람은 먼저 하루 두 끼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하루 한 끼로 바꿔 가라고 권하기 때문이다. 자칫 먹는 것을 소홀히 하라는 이야기로 오해할 수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자연이 베푸는 은혜인 음식을 소중히 여기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나구모 박사는 "하루 한 번의 식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에 절대로 인스턴트 라면이나 정크 푸드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와 폐경기의 여성, 혈당치가 떨어지기 쉬운 사람들은 1일 1식을 해서는 안 된다"며 무조건적인 실천도 경계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는 일본에서 건너온 1일 1식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먼저 대체의학에 관심이 많고, 1일 2식을 주장하기도 했던 김진목 부산대학교병원 통합의학센터 연구교수를 만나 1일 1식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김 교수는 "1일 1식이나 2식이나 원리는 같다. 소식해서 장을 비우는 시간을 길게 가지자는 것이다. 하루에 한 끼를 먹더라도 몰아서 많이 먹으면 폭식이 되어서 되레 건강을 해친다. 1일 1식 또한 적게 먹어서 칼로리를 줄이자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하루에 섭취하는 총 칼로리를 줄이되 3끼 이상으로 나누어 조금씩 먹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식사로 본다. 실제로 위가 없거나 위가 몹시 아픈 환자의 경우에는 이렇게 조금씩 자주 먹는다. 김 교수는 "끼니를 거르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나와 지방을 축적하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 의지와 본능과의 싸움에서 의지가 무너지면 역효과가 난다. 1일 1식은 초 절식의 극단적 처방인데 그것보다는 순탄한 방식의 소식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건강한 사람은 몰라도 몸이 아플 때 1일 1식을 하면 건강을 해치기 쉽다. 특히 노인이나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자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의학계에서도 중년 이후에는 적당한 소식이나 절식이 필요하지만 하루 식사 횟수는 체질이나 연령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사 이정원 씨는 "너무 마르거나 소음인처럼 소화기가 약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체질은 절식하게 되면 먼저 소화기가, 장기적으로 관절이 약해지고 치매나 건망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절식보다는 하루 세 끼 소식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건강에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태음인·소양인처럼 소화기가 왕성하면서 비만하거나 통풍·당뇨·비만·고지혈증 등 넘쳐서 생기는 질환이 있는 사람은 소식, 나아가 절식을 하는 1일 1식도 고려할 만한 식사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들은 변수가 많아 1식·2식·3식의 대조군을 만들어 임상연구를 해 봐야 객관적으로 식사 횟수에 따른 건강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일 1식이 왜 지금 화제일까. 김 교수는 "생활습관병이 만연해 이런 책이 인기를 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생활습관병은 많아서 생기는 병, 넘쳐서 생기는 병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줄이되 어떻게 하면 무리하지 않고 잘 줄일까가 관건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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