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태 칼럼] "해양수산부 부활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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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허망하게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부산 모 대학 교수가 엊그제 해양수산부 부활을 촉구하는 영·호남 4개대 합동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부산 시민이라면 단박에 알아챌 것이다. 지난번에 허망하게 깨진 것이 '동남권 신공항'이란 사실을!

부산의 숙원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해 3월 너무나 허망하게 백지화되고 말았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긴 했지만 부산 시민들은 지금도 회한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은 이제 '신공항'이란 용어 자체를 꺼린다. 다른 지역의 훼방으로 무참히 당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정리된 표현이 '김해공항 가덕 이전'이다. 기존 김해공항이 급증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니 가덕도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지난 23일 창립총회를 연 '사단법인 김해공항 가덕이전 시민추진단'이 구심체가 돼 이번에는 지역의 최대 숙원사업을 꼭 성사시켰으면 한다.


허망한 '신공항' 백지화 답습 않게 논리 무장

선진 부국 이루려면 '신해양 국가비전' 필수



해양수산부 부활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2008년 2월 해양수산부가 폐지된 이래 정부의 예산 및 행정 지원 축소 등으로 해양산업과 수산업은 날로 위축되고 국제적 경쟁에서도 뒷걸음질 쳐 왔다. 그래서 해양과 수산의 중심지인 부산 지역이 '해수부 부활 국민운동본부'를 주도하면서 대선주자들이 해양수산부 부활을 공약하도록 가장 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해양수산부가 부활되면 부산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연안의 모든 해양도시와 해양세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최근 정부조직 구상의 각론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방침을 밝혔고, 해양수산부 부활은 공약추진단에서 검토 중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폐지한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부, 정보미디어부(정보통신부)를 부활하고 중소기업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미래기획부 신설과 중소기업청 확대 개편을 검토 중이다.

아직 대선주자들의 전반적인 정부조직 개편안 공약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수도권 언론들은 벌써부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제목들의 기사다. "세 후보, 청사진 없이 큰 정부 경쟁…'돈 먹는 공룡' 될라" "부처 신설·통폐합·분할을 정부 혁신으로 착각 말라" "대선 후보들의 개념 없는 정부조직 확대론" 등등.

해양수산부 부활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끝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유력 대선주자 3명의 공약에 모두 포함된 것도 아니고, 수도권 언론들의 재 뿌리기도 심상찮다. 해양수산부 부활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치밀한 논리로 제시해야 한다. 그 논리의 하나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육상 중심의 주축 산업만으로 선진 부국, 세계 10위권 내 선진국이 될 수 있는가? 바다로 눈을 돌려야 그게 가능하지 않겠는가?

전자 통신 자동차 화학 조선 등 현재 주축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재벌그룹 소속이다. 그런데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선주자들은 너나없이 '경제 민주화'를 주장한다. 그 핵심이 재벌 규제다. 차기 정부에서 재벌그룹 대기업들이 성장일변도로 치닫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무역 비중이 커 대외의존도가 높은데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각국의 보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우리 대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육상 중심의 국가경영, 현재 주축 산업 중심의 경제성장 한계를 극복하려면 자원의 보고인 바다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양 자원·영토 확보는 물론 해양산업과 수산업에 IT(정보통신기술) MT(해양과학기술)가 융합된 신해양경제 창출이 더해지면 선진 부국의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해양자원과 해양관할권, 해양영토를 둘러싼 국가 간 경합과 다툼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주요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양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공표하거나 해양조직을 통합·확대하여 글로벌 신해양질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동아시아의 해양영토 다툼을 예의주시하면서 바다에서 선진 부국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찾아나가야 한다. 한 해양 전문가의 지적처럼 "대륙에 딸린 '꼬리국가'로 전락하지 않고,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대륙의 '머리국가'가 될 수 있도록" 신해양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 기본 전제가 해양행정조직 강화다. 우리나라의 오랜 꿈인 '세계 5위권 해양대국' 실현의 전제도 해양수산부 부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jj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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