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77>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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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푸른 생선의 대표 주자

정어리, 전갱이, 꽁치와 함께 등 푸른 생선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고등어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아열대 및 온대 해역에 널리 분포한다. 바다 표층과 중층을 떠다니며 무리를 지어서 움직인다.

몸길이는 40㎝ 정도이고, 몸은 방추형으로 등쪽은 암청색이며 굴곡된 청흑색의 물결무늬가 측선까지 분포한다.

여름에 산란 위해 연안 몰려
쉽게 부패, 횟감 흔치 않아


정종목 시인은 '생선'이란 시의 첫 연에서 회유성인 고등어의 자유로운 모습을 '한때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은 그것은 등이 푸른 자유였다'라고 맛깔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고등어(皐登魚)란 이름은 '등이 부풀어 오른 물고기'란 뜻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고등어를 '푸른 무늬를 가진 물고기'라는 뜻의 벽문어(碧紋魚)라 하였고, 속명을 고등어라 하였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고등어가 옛 칼의 모습을 닮았다하여 '고도어(古刀魚)'라 기록돼 있다.

일본에서는 고등어를 '사바(鯖)'라 한다. 이 역시 고기 어(魚)변에 푸를 청(靑)이 붙은 글자로, '등이 푸른 물고기'란 뜻이다.

'사바사바'란 말은 일본 사람에게 이권문제를 교섭하기 위해 찾아간 사람이 고등어 두 마리(한 손)를 싸가지고 간 데서 유래된 말인데, 지금은 '뇌물을 준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고등어는 여름철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연안으로 몰려든다. 한꺼번에 많이 잡히고 쉽게 상하기 때문에 교통과 냉장 시설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장사꾼들이 산간 오지까지 신선한 생선을 팔 수 없어 소금에 절여 팔았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자반 고등어'이다.

여름철 산란을 마친 고등어는 탐식성이 강해져서 먹이를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한다. 이러한 활동은 겨울철 월동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계속되는데, 제철 가을 고등어는 지방질 함량이 15% 이상 되고 감칠맛이 일품이다.

고등어는 두 얼굴을 가진 생선이다. 구이나 조림, 찌개로는 매우 흔하지만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횟감으로는 아주 귀한 생선이다. 고등어초(절임)회는 일명 '시메사바'로도 불리는데, 상하기 쉬운 고등어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일본에서 개발된 요리이다.

우선 싱싱한 고등어의 대가리를 자르고 등뼈를 발라낸 고등어 포에다 소금을 뿌려 1~2시간 시간 절인 다음 소금기를 물에 씻고 다시 화이트와인이나 정종, 레몬, 양파를 넣어 만든 식초액에 담가 살을 팽팽하게 한 후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숙성시켜 먹는다.

회나 초밥용으로 널리 이용되는데, 적당한 짠맛, 신맛이 단맛과 조화되어 풍미가 독특하다. 잘게 썬 쪽파와 잘 다진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알싸한 향기가 감미롭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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