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요산문학상 수상자 강동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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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과 매국 경계에 선 개인, 고뇌와 선택 전하고 싶어"

강동수 소설가는 "부산 작가치고 요산 선생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큰 상을 받아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강원태 기자 wkang@

제29회 요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강동수 소설가를 지난 15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부산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95년도인가 윤흥길 선생이 요산문학상을 받고 요산 선생님 댁에 인사드리러 갈 때 동행을 했습니다. 요산 선생이 서재에서 도판을 꺼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너무 부러웠고 당시 등단했던 저로서도 꼭 한번 받고 싶다고 했는데 20여 년 만에 받게 됐군요.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강 소설가는 대학 때부터 요산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고, 여전히 요산을 기억하는 작가의 한 명으로 요산문학상 수상자가 된 데 크게 감격했다.


대한제국 비밀첩보기관 소재 팩션 '제국익문사'

"다작 위해 노력, 차기작은 고려 배경 역사소설"



-언론인으로, 작가로 동시에 활동하는 일이 간단치 않겠습니다.(그는 국제신문 수석논설위원, 부산작가회의 회장이다.)

△사실 그렇습니다. 한때 전업 작가가 될 생각도 했고 작업공간도 알아보고 다녔어요. 하지만 등단은 해놓고 1년에 단편 한두 편 발표하는 정도였지요. 5~6년 전 마흔 중반이 넘어가며 한창 왕성한 시기 다 놓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논설실로 자원했고 글 쓸 시간이 좀 나더군요. 그리고 10년 전부터 구상하던 '제국익문사'도 썼습니다.

-'제국익문사'는 대한제국 첩보기관이었다고 하는데 소재가 낯설고 흥미롭습니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우범선이 우장춘 박사의 생부였지요. 처음엔 아버지는 매국노, 아들은 애국자라는 아이러니에 흥미가 끌렸습니다. 그러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의 논문에서 제국익문사란 대한제국 비밀첩보기관의 존재를 알게 됐고,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우범선 개인의 삶 자체에 더 매료되더군요. 우범선은 개화파로 근대화에 뒤처지는 조국을 안타까워한 애국지사였습니다. 일본과 가까울 수밖에 없었고, 결국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하게 된 것이지요. 역사는 결과만 놓고 그를 매국노로 말하지만, 꼭 그렇게 봐야 하느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와 상상이 어우러진 팩션 형태의 소설이 탄생한 것이지요.

-소설에서 사실은 어디까지이고 상상력은 어느 부분입니까.

△제국익문사는 요즘으로 말하면 국정원 같은 조직입니다. 대한제국은 궁궐 인삼밭에서 나오는 수익을 모두 들여 이 조직을 운영했다고 해요. 그 활동 범위가 꽤 넓어 저도 놀랐어요. 국내에선 8대 개항장에 모두 첩보원을 보냈고 도쿄나 고베, 상하이에도 주재원을 뒀을 정도예요. 우범선도 제국익문사에서 파견한 첩자가 살해하지요. 모두 사실이에요. 하지만 소설에선 우범선이 칼을 맞고 살아나 조선 공화정 혁명을 시도하게 되지요. 또 끝내 소설 속 주인공에게 살해되지만 결국 애국자도, 매국노도 망국을 못 막게 되지요.

-소설 '제국익문사'와 요산 문학의 접점은 어디입니까.

△저를 포함해 부산 작가치고 요산 선생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작가가 있을까요. '요산풍 작가'에서 벗어나자는 얘기도 있다더군요. 주제나 줄거리가 선명한 작품을 선호하는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리얼리즘 경향을 띠게 됩니다. 소설은 우국과 매국이라는 큰 서사를 띠지만 결국 당대의 구체적 삶을 더듬는다는 점에서 요산 선생의 사실적 리얼리즘 정신도 따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요산문학상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요.

△한국 문학에서 리얼리즘에 지분이 있는 분이고 부산에선 절대적인 인물이잖아요. 부산 진보문학은 요산 선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봐요. 젊은 작가들에겐 뿌리나 다름없지요. 언젠가 요산문학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받을 줄 몰랐습니다.

-차기작을 벌써 집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재로선 과작 작가이지만 앞으로 다작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일 년에 한 편씩은 내놓으려고요. 차기작은 고려 시대 이야기로 최충헌에게 반란을 일으킨 승려들을 통해 예술과 진리, 혁명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또 역사 소설이긴 하지만 현대적 이야기로 썼고, 벌써 출판사에 초고를 넘겼습니다. 조만간 작품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제29회 요산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8일 부산일보사에서 열렸다. 4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호선을 통해 구중서 평론가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 정신을 넓히는데 노력한 작품을 선정한다는 점을 원칙으로 삼았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소설을 출간한 작가 15명 정도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세 작가의 작품을 최종 후보로 올렸다.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개성과 장점이 많은 소설이어서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대한제국 말기 역사적 큰 틀을 리얼리즘 정신에 근거해 잘 풀어나간 작품이라는 점에서 강동수 소설가의 '제국익문사'를 최종 선택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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