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장인이 만든 세상에 둘도 없는 보양식
먹는 게 일이 되니(그 나름대로 힘들다) 요리사를 많이 만난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요리가 좋아서 하는 이도,
또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이도 있다. 정말 요리를 좋아하면 막 연구하고, 창조하게 된다.
여기 밑바닥부터 출발해 중식과 일식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두 젊은 장인이 있다. 분야는 달라도
요리를 향한 열정은 같아 보인다. 이들이 만든 세상에 둘도 없는 보양식을 소개한다.
아방궁 - 팔보오리탕
10가지 한약재 넣어 끓인 국물
식어도 기름기 없어 담백한 맛
평일에도 줄서 기다리는 맛집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팔보오리탕' 생각이 났다. 부산 동래의 중국요리전문점 '아방궁' 서정희(44) 대표가 '올해의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는 기사(본보 8월 29일자 25면 보도)을 읽고 난 직후였다. 그가 낸 요리책 '고급 중국요리'에서 특허 요리 팔보오리탕을 처음 알게 되었다. 서 대표가 팔보오리탕 제조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것은 2009년. 그 밖에도 녹즙면말이 새우칠리소스, 참마튀김이 특허로 등록됐다.
대한민국 명장의 특허 요리인 팔보오리탕을 맛보러 아방궁으로 향했다. 평일인데 앉을 자리가 없다. 원래 손님이 많았지만 서 대표가 명장이 되고 나서 30~40%나 손님이 늘었다.
팔보오리탕은 전날 예약을 해 두었다. 오리를 넣고 삶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리니 예약은 필수. 팔보오리탕이 나오자 소란스럽던 아방궁에 돌연 정적이 감돈다. 아마도 이날 온 손님 중 팔보오리탕 구경을 해 본 사람이 없는 것이다. 허연 몸뚱이가 알몸으로 누웠다. 아마도 부끄러웠는지 당귀로 속살을 살짝 감추었다. 강력한 당귀 향은 아방궁 전체로 퍼져 나간다. 아로마 테라피(Aromatherpy)! 향기만으로 몸이 거뜬해지는 것 같다.
오리는 아주 잘 고아졌다. 일단 다리부터 한 점. 다음에는 국물 한 숟가락이다. 오리를 곤 국물에서 어떻게 이렇게 깔끔한 맛이 나올까. 팔보오리탕에는 십전대보탕 한약재인 백복령, 백출, 감초, 숙지황, 구기자, 당귀, 백작, 천궁, 대추, 인삼이 다 들어간다. 오리를 곤 육수는 아깝다 생각 말고 버리고 대신 이 약재가 든 국물을 사용한 덕택에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다. 게다가 당귀가 기름을 중화한 것 같다. 그래서 팔보오리탕은 식어도 기름이 안 낀다. 식어도 맑은 국물을 끝까지 떠먹게 된다. 오리 못 드시는 분도 팔보오리탕은 신기하게 잘 먹는다. 차림표에는 올려놓지 않았만(예약 때문에) 팔보오리탕은 일주일에 서너 개가 나간다. 중국집에서 이런 요리를 먹을 줄 정말 몰랐다. 서 대표는 "중국의 닭탕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어떤 걸 넣어도 약선요리 값어치를 못 했는데 쌈밥집에서 당귀를 만나 무릎을 쳤다"고 말한다.
서 대표가 만든 짬뽕이나 자장면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가 짜장면으로 사회에 봉사한 걸 합치면 10만 그릇에 달한단다. 이날 맛보기로 은행으로 만든 바쓰(우리식 맛탕)를 구경했다. 옛날에 황제는 참마나 은행으로 맛탕을 해 먹었단다. 아방궁과 황제 요리, 뭔가 잘 어울린다.
팔보오리탕 1마리 6만 원. 코스 요리 1인당 2만 5천 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반. 화요일 휴무. 부산 동래구 온천1동 479의 3. 051-556-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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