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영화상] 전설과 신인 한자리에, 관객과 어우러진 축제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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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영화상에 참석한 영화인과 시민들. 김병집·이재찬·정종회 기자 bjk@

5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1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은 여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남산놀이마당의 퓨전 타악 공연으로 우렁차게 문을 열며 영화감독 곽경택, 배우 예지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는 배우 김희라, 강신성일, 강수연, 최민식, 문소리, 박지영, 조진웅, 김민희, 이재용, 이병준, 박해일, 이제훈, 김사랑과 영화감독 임권택, 이두용, 변장호, 김사겸, 홍상수 감독 등 영화인과 함께 허남식 부산시장,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 고영립 화승그룹 회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등을 포함해 시민 40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임권택 감독이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시상식 건배 제의를 하며 "(저희 둘의) 키를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좀 위 입니다(더 컵니다)"라는 말에 박장대소하고, 몸이 불편한 가운데 남우조연상 시상에 나선 배우 김희라의 "임권택 선생님 저도 이제 (상을) 줄 때가 됐네요. 많이 컸죠"라는 말이 이어질 땐 시상식장이 일순 숙연해지기도 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서 개최

日 관광객 환호 곳곳 터져

원로, 후배 격려에 '훈훈'


레드카펫 행사에 나온 배우 김사랑. 김병집·이재찬·정종회 기자 bjk@
 
시상식 중간 펼쳐진 신은주 무용단의 강약을 조절한 힘찬 몸짓과 아이돌 그룹 어텍의 춤과 노래는 시상식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시상식에 앞서 호텔 로비 레드카펫 행사에는 취재진과 학생 팬은 물론이고 일본서 온 아줌마 팬 등 300여 명의 관객으로 북적거렸다.

○…부일영화상 레드카펫은 스타들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입장하는 스타들은 일일이 팬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주는 등 그 어떤 시상식보다 후한 팬 서비스를 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레드카펫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스타는 지난해 부일영화상 신인상을 받은 배우 이제훈. 스타로 거듭난 이제훈은 자신이 배우로서 첫 상인 부일영화상을 잊을 수 없다며 부일영화상과 특별한 관계임을 다시 한 번 밝혔다.

○…5인조 아이돌 그룹 어텍은 역동적인 춤과 노래로 부일영화상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일본에서 먼저 데뷔해 큰 인기를 얻은 어텍은 부일영화상을 통해 한국에 데뷔했다. 이런 이유로 어텍 멤버들은 "부일영화상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가 될 것 같다"며 "가슴이 터질 만큼 설레고 떨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어텍의 멤버를 알아본 일본인 관광객의 환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와 '한류 스타'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어텍의 공연. 김병집·이재찬·정종회 기자 bjk@

○…부일영화상 수상자들은 저마다 '특별한 인연'임을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도둑들'로 부일독자심사단상을 수상한 최동환 감독은 "마카오 카지노 섭외가 힘들어 영화상이 열리는 바로 이 공간을 촬영장으로 활용하려고 했다"며 "그 자리에서 지금 상을 탄다"고 감격했다.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문소리는 2년 전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애타게 기다리던 아기를 가질 수 있었다며 오늘 여우주연상을 타는 배우 역시 고대하던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하기도.

○…부산 출신인 배우 조진웅은 '고향 파워'를 한껏 과시하기도. 이날 시상식장 입구에는 조진웅의 팬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축하 화환이 관객을 맞았다. '남우조연상이 살아있네', '거 연기도 할 만큼 한 분이 이제야 상을 타고 있어 어?' 같은 조진웅의 영화 속 말투를 흉내 낸 재치있는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민식. 김병집·이재찬·정종회 기자 bjk@

○…이날 시상식에서 영화의 '전설(선배)'들은 격려하고, '현재(후배)'들은 한껏 몸을 낮추는 감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설들을 앞에 두고 시상자로 나선 배우 이재용은 감격에 겨운 듯 겨우 말을 이었다. "기억 속 흑백영화가 몇 편 있습니다. 그 흑백 필름에서 막 걸어나온 나의 어릴 적 영웅들과 함께 앉아 있고 그들 앞에 서 있는 것이 아주 영광스럽습니다. 김희라 선배, 신성일 선배 옆에 앉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를 받아 신인여자연기상 수상자인 김고은은 "꿈꾸던 배우들 앞에 서 있으니 떨리고 긴장된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전설들은 당부와 축하로 화답했다. 임권택 감독은 "60~70년대 부일영화상 타려고 애쓰다 못 탔는데 최근엔 유능한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 접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며 후배들을 추켜세웠다. 정달식·김효정·김영한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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