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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페스티벌 눈길 끄는 전시

변대용의 '위를 보는 메두사'

2012부산비엔날레 개막과 함께 지역 화랑가에도 연계 전시인 '갤러리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다. 갤러리 페스티벌은 의도하든 아니든 갤러리의 역량을 드러내는 기회가 됐다. 눈길을 끄는 전시 몇 곳을 소개한다. 


갤러리 이배에서는 조각가 변대용의 '당신의 위로와 위안' 전을 보여준다. 전시 내용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를 통해 관객에게 위로와 위안을 전한다는 것. '메두사'는 본래 미모가 출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신 포세이돈과 정을 통하다가 여신 아테나에게 들켜 흉측한 괴물로 변하게 됐다. 메두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모두 꿈틀거리는 뱀의 형상을 하도록 저주받았다. 또 메두사를 직접 보는 사람은 죄다 돌로 변하는 마법에 걸리게 됐다.


갤러리 이배 변대용 '당신의 위로와 위안'
뱀 형상 '메두사' 통해 상처받은 영혼 다독여


갤러리 폼 박자용 '만들어진 기억 공간'
낯선 듯 익숙한 기억의 짜깁기… 초현실적 매력




'장님과 메두사'란 작품은 이런 슬픈 사연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메두사를 보는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하게 되니 메두사에겐 친구가 없을 터.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눈에는 메두사란 존재 자체가 보이지 않으니 돌로 변할 염려가 없다. 따라서 메두사에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시각장애인이라는 것. 메두사는 그를 통해 위로와 위안을 받는다는 메시지다. 마치 자신보다 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통해 위로받곤 하는 우리의 현실과 다를 바 없다. 

변대용의 '유기견과 유기인'
무릎과 손목에 붕대를 감은 메두사 형상도 보인다. '위를 보는 메두사'란 작품으로 이 역시 위로받고 싶은 메두사의 심정을 담았다. "자신의 모습을 보면 모두 돌로 변하니 메두사 주변엔 친구라곤 없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바로 상처라고 할 수 있죠." 작가의 말이다. 내 몸이 이렇게 아프니 나를 좀 봐 달라는 몸짓.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그의 간절한 몸짓이 애처롭다. 작가 자신의 가족사를 소재로 한 '유기견과 유기인', '밤' 등의 작품을 통해서도 관객은 따스한 위로와 위안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변대용의 '당신의 위로와 위안' 전=1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 이배. 051-746-2111. 


박자용의 '시선-바람'
갤러리 폼에서는 사진조형작가 박자용의 '만들어진 기억 공간'이 전시 중이다. 프랑스와 부산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사진 작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자신이 카메라에 담았던 국내외 여러 장면을 마치 '짜깁기'하듯 한 장면으로 담아 유리액자에 넣어 보여주는 것. 사진을 보면 짜깁기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그는 이런 자신의 작업을 '기억의 짜깁기'라고 표현했다. 이를테면, 15세기 파리의 수도원을 찍은 듯한 사진 속엔 제주도 우도의 풍경은 물론이고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나라의 건축물이 함께 등장한다.

현실의 여러 곳에 고대 건축물의 모습을 붙여 재구성함으로써 기존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삭제, 붕괴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형식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장면은 가상적인 공간이긴 하지만 매혹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오랜 시간과 행위는 기억으로 저장되고, 저장된 기억은 만들어진 기억 공간으로 기록된다.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익숙했던 공간이 낯설어지고, 낯선 공간이 익숙해지는 경험을 이런 사진 작업으로 풀어보았다"고 했다.

박자용의 비디오 프로젝트와 종이 큐브를 이용한 설치작품
갤러리 안쪽에선 사진 작업과 달리, 정육면체 모양의 수많은 종이 큐브(가로·세로 10㎝ 크기)와 비디오 프로젝트를 통해 또 다른 기억의 공간을 보여주는 설치작품도 전시돼 있다. ▶박자용의 '만들어진 기억 공간' 전=2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갤러리 폼. 051-747-5301.


부산아트센터(051-442-6677)에서는 인상주의 화풍의 대표 작가였던 오지호(1905~1982)와 그의 아들(오승훈), 손주(오수경, 오병재) 등 3대의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도 열리고(오는 14일까지), 도시갤러리(051-756-3439)에서는 사진이라는 시간의 기억 혹은 순간의 이미지를 공간이라는 그릇 안에 담아내는 고명근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기회(오는 10일까지)도 있다. 글·사진=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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