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세계의 해양연구소 33 / 러시아 남북극연구소(A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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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00년 역사 세계 극지연구 맏형 ‘AARI’

AARI 로고

극지를 가까이 또 오래도록 탐험하며, 과학연구를 통해 극지에 더욱 다가가려는 러시아의 선두에 러시아 남북극연구소(Arctic and Antarctic Research Institute)가 있다. 러시아 남북극연구소는 수문기상학과 환경 보호를 위해 러시아 연방정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립한 과학센터로 극지방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러시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러시아 북부지방 연구와 해상무역 원정대가 조직되던 1920년 3월에 설립되어, 5년 후 북부 연구 및 원정대는 북부 연구소로 개편을 거쳐, 1930년 북극 연구소로 개칭했다. 1958년 정부의 결정에 따라 남극 탐험대 조직과 운영을 맡다가 북극을 포함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이반 프롤로프 박사가 소장으로 있다.

이반 프롤로프 AARI소장

AARI 로고
AARI에는 17개 부서와 남북극 박물관, 빙하센터, 수문기상학 정보센터, 세계 해빙 데이터센터, 남극탐험대 등 과학 연구 및 실험기지센터 및 쇄빙선 ‘아카데믹 페도로프’호를 비롯해 여러 척의 연구조사선을 운영하고 있다.

극지의 해양학, 얼음·바다·육지의 물리학적 특성, 기상학, 바다와 대기의 상호작용, 지질학, 해빙, 빙하학, 수문학, 생태학, 빙하와 배의 선체 엔지니어링 구조 관계, 극지의학 등 남극과 북극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AARI는 20세기 초반부터 수집한 얼음, 바다, 대기, 지구물리학 및 프로세스 등 단층지괴에 대한 광범위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쌓은 데이터베이스와 유형분석자료, 환경과 기후변화, 극지의 생태평가 등 다양한 자료를 구축해놓고 있다.

또한 남극과 북극에 관련한 과학 및 경제 단체, 기업, 유관기관과의 외연을 확대하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독일 등의 연구센터와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남극에 탐험대 파견하고 있고, 노르웨이 극지연구소와 공동으로 북극의 기후변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U 메탄가스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북극권 메탄가스 농도데이터 분석 등 양대 극지 연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얼음 정찰 및 기상측정용 무인비행기
고층 기상관측
보스토크호 시추 성공

● 쇄빙항해 노하우 아라온호 남극탐사 지원

2년 전, 우리나라 최초 극지연구 쇄빙선인 아라온호가 남극탐사에 나섰을 때, 첫 쇄빙항해의 성공을 지원했던 이들이 러시아 남북극연구소의 과학자들이었다. 우리 기술로 극지쇄빙선을 건조했지만, 쇄빙항해에 대한 경험은 없었다. 남극권의 예측할 수 없는 기후와 얼음에 견딜 수 있게 특수한 구조의 선체와 내구성을 지닌 아라온호지만 첫 번째 쇄빙항해는 그리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이에 수십 년의 경험을 쌓은 러시아의 도움으로 첫 쇄빙항해에 들어갔다. 얼음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강력한 힘, 얼음의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성정보 수신장치, 기동성 있는 헬리콥터의 3요소를 갖춘 상태였다.

또한 아라온호의 독자적인 쇄빙테스트를 위해 평탄한 빙하지역까지 AARI의 페도로프호의 호송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아라온호에는 AARI의 연구원 5명이 승선해 있었다. 이들은 쇄빙 항해에 있어 세계 최고를 자부하며 아라온호 첫 쇄빙항해를 성공으로 이끈 숨은 주역들이다. 

아카데믹 페도로프호
핵 쇄빙선 야말

● 남극 거대 담수호 신비 풀기 주력

지난 2월 AARI의 남극 보스토크 기지는 남극 얼음 3,770여 미터 아래 있는 신비의 호수 보스토크 도달에 성공했다. 무려 30년 이상 시추를 한 결과였다. 학계에서는 이번 탐사를 외계행성 발견에 비유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구상 가장 혹독한 지역에서 수천만 년 동안 지구와 단절됐던 거대 담수호가 모습을 드러내며 새로운 생명체 발견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약 1만4,000㎢ 면적의 보스토크호는 급격한 남극의 기후 변화로 인해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호수가 갇혀버린 특이한 구조를 띄고 있다. 만약 이러한 극한 환경 속에서 생명체의 존재 유무가 확인될 경우, 이와 비슷한 환경인 화성, 목성의 생태계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또한 수천만 년에 걸친 지구 기후변화의 과정을 알아내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원들은 시추공에서 뽑아 올린 호수의 얼음물을 채취해 분석 중이다.

30여 년이란 긴 시간동안 보스토크 탐사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70년대 소련 때부터 고생대 기후 연구를 목적으로 남극 얼음시추에 들어갔으나 1996년 영국 과학자들의 도움으로 얼음 밑의 거대한 호수를 발견했다. 기지 이름을 따 보스토크라 이름 짓고, 본격적인 탐사를 벌였다. 하지만 1998년 호수 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호수 도달 100여 미터를 남겨둔 채 시추를 중단해야하는 상황을 맞았다. 2년 뒤 러시아 과학자들은 오염을 줄이는 시추기술을 개발했으나 남극보호협약 회원국들이 이 기술에 대해 신뢰하지 않아 모든 게 허사가 될 위기에 놓였다. 4년이 지나 덴마크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이 시추기술이 거의 오염을 발생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게 되며 2006년에야 다시 시추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얼음으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호수 보스토크에 대한 갖가지 황당한 이야기가 퍼졌다.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독일 나치가 보스토크호 주변에 비밀기지를 건설하고 나치의 비밀문서를 숨겼다, 훗날 히틀러를 부활시키기 위해 그의 DNA를 보관했다”는 등 별별 낭설이 돌았다.

항공기를 이용한 북극기지 지원

결국 호수 탐사를 위한 시추에 성공했고, 극한생물 발견 가능성도 커졌다. 사실 극한생물이 알려진 것은 50년도 되지 않았다. 미국의 미생물학 권위자인 토마스 부룩 박사가 처음 극한생물의 존재를 학계에 공식발표했다. 극한생물은 새로운 생물 발견 의미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도 응용 범위가 넓다. 극한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비결을 밝혀낸다면 인간도 극한환경에서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극해 찬물에 사는 광어는 체내에서 결빙 방지제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를 응용하면 인간의 배아세포, 혈소판 등을 장기간 냉동 보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연 AARI가 얼음 속에 꽁꽁 숨겨진 지구와 인류의 비밀을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EA&박민혁기자gogalbi@kami.kr
사진제공=러시아 남북극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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