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해양직업 인터뷰/ 차터링 전문인 장수해운 전설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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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터링 회사 다닌다고 모두 브로킹업무 하진 않아요"

전설희 씨

“차터링 업무는 선주와 선박을 필요로 하는 화주, 또는 용선주를 연결시켜주는 것 입니다. 저는 본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운항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는 개념은 잡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협상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기에는 주제 넘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이벌크(Dry Bulk)중에 panamax/cape를 주종으로 하는 장수해운의 전설희 씨는 다음 달까지 일을 하면 만 4년을 채우게 된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어렵게 차터링 회사에 근무하는 해기사 출신 여성을 섭외했는데 기가 찬 대답이다. 전설희 씨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한 해기사 출신이지만 졸업 직전에 차터링 회사에 취업, 바로 서울로 올라와 근무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학교 승선실습과정을 제외하고는 해기사 취업경력이 없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곤 “자신이 맡은 일이 중개업무라기 보다는 중개업무의 전후에 오퍼레이팅과 케어를 하는 일”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한다. 결국 그녀가 차터링회사에서 하는 일 중심으로 풀어보기로 했다.

“차터링 회사라고 해서 전 직원이 브로킹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계약이 성약되었다고 끝이 나는 것도 아니죠. 저는 현재 계약이 성약된 후, 성약된 계약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의 운항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전 씨의 설명에 차터링하는 회사엔 모두가 브로킹을 한다고 생각한 무식을 교정 받았다.

용선계약을 돕고 직접 성약이 되도록 하는 ‘영업’에 나서는 브로커가 계약을 성사(fixture) 시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주와 용선주, 화주 사이에 그 항차가 끝날 때까지 선박의 오퍼레이션(operation)과 케어 하는 업무가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항차가 끝나고 수수료를 챙겼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클레임 건이 생기면 해결될 때까지 보살펴야 한다. AS, 즉 서비스 정신이 결여되어 있으면 선박 중개회사는 존속이 어려워진다.

“졸업과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교 4학년 시절,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처음 해운중개업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전 씨는 “수업을 통해 선종별 용선계약이라든지, 그 과정에 중개인이 해야 할 업무 등을 배웠는데 선박의 구조, 항해법, 기기들에 대해서만 공부해 왔었던 터라, 그 수업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선박 중개업의 세계를 소개 받던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항해사로서 선박을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하던 중, 그 큰 선박 바깥세계에 또 다른 이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시야가 넓어진 기회였다. 뿐만 아니라 여성 해기사의 입지가 높아지던 때였지만 승선을 하고자 해도 쉽게 할 수 없고 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찍이 해운 실무에 뛰어들어 겪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수능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때 우연히 학교홍보를 온 흰 제복의 늠름한 선배들의 모습에 해기사 세계에 대한 길을 발견했지만, 막상 해양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고 생활하다보니 그 안에 길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신을 “무엇이든 시작할 때에는 구체적이고 큰 꿈은 없지만 뭐든 새롭게 시작한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익히고 배우는데 있어서 활력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성격”이라고 활달하게 소개하는 그녀에게 차터링 회사의 하루일과를 물었다.

핸디막스급 벌크선에서 소금을 하역하는 모습.

“용선 브로킹 업무의 경우 국내만의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밤사이에도 현장이 있을 수 있어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지난밤에 들어오는 메일들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 중에 제가 담당하고 있는 선박에 관련하여 요청이 들어온 문제에 대해서 선사 담당자, 또는 용선자, 화주 등에게 전달하여 원활한 운항이 진행되도록 조치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녀는 “기본 운항업무 이외에, 각종 리포트나 인덱스 정보 등을 필요로 하는 거래처에 제공하다보면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일과를 설명한다.

“계약 성사를 위한 영업을 하는 브로커들은 유럽과의 시차 때문에 밤늦게까지도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일반 회사원들 같은 출퇴근과는 약간 다를 수가 있다”고 덧붙인다. 선주와 화주 간, 혹은 선주와 용선주 사이에서 그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절충안을 주고 계약자들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 브로커들의 하는 일이다. 

중개업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양자간 사이에서 중재를 해주고 서로 상충되는 상황 속에서 있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직업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취미와,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차터링을 하면서 보람으로 “성약된 계약을 수행하면서 선주와 화주, 용선주 사이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해주고, 양자간 커뮤니케이션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를 꼽는 그녀는 “여성들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은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남성들에게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채워줄 수 있는 강점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이어서“아직 여성 브로커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선박과 해운에 대한 지식과 여성만의 섬세함으로 충분히 남성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 뒤 “대중적으로 드러나 있는 직종이 아니기 때문에 지식이 없고, 생소할 수 있으나 일을 해보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권했다.

이 직업을 다시 준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해운은 단순 국내간 만의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은 영어로 소통하게 됩니다. 만약 지금 돌아가 다시 준비를 하게 된다면,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SEA&강승철기자ds5b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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