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기자의 창 / 추석에도 돌아오지 못한 피랍선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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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에게 잡혀있는 선원들은 이번 추석에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피랍된 지 500여 일이 훨씬 넘었다. 정부는 도대체 무슨 대책을 가지고, 어떤 대응하고 있는 지 답답하기만 하다. 언론의 반응도 무척이나 미온적이다. 우리의 관심으로 멀어져 가고 있는 지금도 선원들의 가족들은 고통 속에 울고 있다.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란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초순 주요언론들은 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이미 피랍된 지 500일이 넘은 상황.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상황에서 ‘뒷북’ 보도였다. 외교부의 엠바고(보도 유예) 조치 때문이라지만,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태의 진전은 없고, 제미니호의 선원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선원들의 건강마저 극도로 악화된다는 소문이 들리고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눈물만 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불개입 원칙이' 과연 실효성 있는지 의문이다.

제미니호의 다른 국적 선원 21명은 지난해 11월 말 풀려났지만 한국인 선원 4명만 억류된 상황이다. 해적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우리 선원들과 우리나라에서 징역을 살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들과의 맞교환이다. 해적들은 제3국에서 맞교환하자고 제안해 왔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싱가포르 선사의 석방노력도 무위로 끝났고, 우리와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모양이다.

국제적인 해운보안협회 한 관계자는 “배고픔에 단순히 총칼로 무장한 얼뜨기 해적들이 아니라, 국제정보 수집을 통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적들과 극히 제한적인 접촉을 하는 해적 피랍 관련 전문변호사와 협상전문가가 중간에서 양측으로부터 짭짤한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고 한다. 작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지급된 몸값은 총 31차례 무려 18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해적질은 소말리아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웃지 못 할 비유까지 나오고 있다.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과 석해균 선장 '영웅 만들기'에 우리는 너무 도취에 돼있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해적소탕 작전의 성공이라는 업적도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동안 소말리아 해적들은 보복의 총알을 장전하며, 결국 다른 우리의 국민이 본의 아니게 과도한 피해를 받고 있다는 데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가위에 모처럼 흩어진 가족, 친지들이 모여 정을 나누었다면, 이제는 피랍 선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할 차례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석방 노력에 발벗고 나서서 피랍선원들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를 바란다.
 


SEA&박민혁 기자
 gogalbi@ka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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