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헤드라인 / 북극항로 선점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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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극항로 타고 세계 물류 허브항 뜬다

북극권지도

“지난 2009년부터 시범 항해에 들어간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한-EU FTA 체결과 함께 우리 기업들에게 큰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그 때는 부산항이 아시아의 중심항이 될 것입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전 세계자원의 22%가 있고, 특히 원유의 13%,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권을 향한 대한민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북극항로의 경우 기존 수에즈 운하들 도는 항로에 비해 거리가 40% 줄고, 기간도 30일에서 20일 이하로 단축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1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제20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그린란드, 노르웨이, 카자흐스탄을 차례로 방문하고 돌아온 뒤 라디오 연설에서 “독자적 자원개발권을 가진 그린란드 자치정부와 자원협력과 지질연구협력 협정을 맺었다”면서 “그린란드를 경유하는 북극항로 또한 수에즈 운하 개통에 버금가는 세계 물류혁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극위원회의 정식 이사국 노르웨이와 조선해양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특히 노르웨이가 내년 북극위원회 총회에서 우리의 정식 옵서버 가입을 지지하기로 약속하여, 북극 자원개발과 북극항로 개척에 유리한 길을 열었다. 

북극위원회는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 미국 등 8개국으로 구성, 북극의 제반 문제를 다루는 기구로 공식 옵서버는 영국ㆍ독일을 포함해 6개국이다.

북극항로


부산항 북극항로의 중심항 ‘성큼’

오는 2020년에는 북극해 항해 가능일수가 100일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2030~40년에는 북극 항로가 완전히 ‘개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항로가 개방된다는 것은 세계 물류의 방향과 질서가 새롭게 개편, ‘해운물류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북극항로에는 러시아쪽 북동항로와 캐나다쪽 북서항로가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해 항로가 활성화되면 부산항이 진정한 아시아~유럽의 허브항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예측한다. 현재의 아시아~유럽 항로의 허브항만은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홍콩항이다. 그러나 북극항로가 열리면 부산항은 지리적으로 가장 접근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각종 항만 인프라와 저렴한 항만 비용, 우수한 항만 서비스 등 우월한 항만 인지도를 갖춰 전 세계 유수의 해운업체들이 부산항을 북극해 항로의 기항지로 이용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항 관계자들은 “이제 부산항을 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면 부산항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로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부산항이 동북아 허브항이 된다면 부대산업으로 벙커링, 조선 기자재 공급, 선박수리업, 보험업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그렇게 되면 현재 부산을 중심한 선박 금융의 활성화는 물론, 울산·광양항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덩달아 동해안의 포항, 동해 등 피더항의 역할도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부산항

한편 항만 전문가들은 부산항이 허브항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을 달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부산항에서 북극해 북동항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러시아와 사전협력을 들고 있다. 러시아에서 북극해 북동항로 진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부산항의 역할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정책 총괄 조직과 중장기 국가종합계획, 전문인력 양성 등이 따라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정부에는 북극 개발에 대한 통합적 컨트롤 타워와 중장기 대책 수립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극지정책과 관련해 부처간 협력이 필요한 사항이 많아질수록 조정을 할 수 있는 통합적 기구가 구성되어야 원활한 북극항로 정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북극해 항로 운항 경험과 면허를 가진 해기사 인력 확보와 특수선 운항경험같은 노하우는 물론, 부산항을 활용한 북극해 항로 물류의 효율성과 마케팅 활동도 강화해서 해운선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극해의 자연 환경적 변화 외에도 정치적 여건도 변화, 특히 선박 운항에 따른 환경변화와 특수선 제작 등 과학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부산항이 북극해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북극해 항로의 중심항이 되기 위해서는 준비시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북극해 변화에 대비한 부산항의 관세혜택 등을 포함한 대응전략부터 수립해야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할 때다.


무르만스크 항
러시아, 북동항로 선점 발빠른 행보

그동안 러시아는 국제행사를 주로 수도인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었지만, 금년 9월의 APEC 회의는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철도, 에너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재정비와 확충을 위해 무려 223억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푸틴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백해 인근 무역항인 아르한겔스크에서 열린 북극 포럼에서 수에즈 운하에 버금가는 유럽~아시아 운송로로 북극해 항로를 꼽으며 북극권 개발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푸틴은 이보다 앞서 지난 2010년 9월 러시아~노르웨이 정상회담에서 북극권역 및 바렌츠 해에서의 해상 국경선을 확정하였으며, 이 지역에서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정부는 일찍부터 자국연안 북동항로가 러시아 경제에 효자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 이미 지난 1991년 외국선박에 항로를 개방하고 북극해 연안의 항구시설 사용을 허용했다. 북동항로의 주도권은 사실상 러시아가 쥐고 있다. 여기에 ‘푸틴의 강한 러시아’가 추구하는 ‘신(新)동진(東進)’ 정책에 블라디보스토크 항구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극해의 무르만스크 지방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인다는 소식이다. 지난 2010년 11월 18일, 발표된 무르만스크항 특별경제구역 지정에 관한 협정은 여러 기업들이 경제구역에 상당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초였다. 경제구역 지정에 따르는 행정 장벽의 감소 및 세금과 관세 혜택은 무르만스크 항만을 북극해 허브항만으로 발전하는 것을 촉진시킬 것이며, 스톡만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기본 시설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는 북극항로 개발을 위한 3단계 계획을 조용히 추진 중이다. 1단계는 2008년~2010년까지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북극 뱃길과 지질·기상 등을 연구한다는 것이며, 2단계는 2011년~2015년까지 유라시아를 잇는 북극항로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3단계는 2015년~2020년까지 북극지역을 러시아의 전략자원 기지로 전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치밀한 연구와 뱃길 내기에 이어 자원을 퍼내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다.

부산항 중심 북극항로가 국제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7만t급 유조선인 발티카호는 지난 8월 14일 러시아 북부의 무르만스크항을 출발해 북동항로를 거쳐 1만3,000㎞를 항해한 끝에 11일만에 중국 저장성 닝보에 도착, 러시아 주도의 북동항로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동쪽 베링해협을 연결하는 4,500km 구간의 얼음이 지구온난화로 많이 녹았다지만 7만t급 선의 운항은 처음이었다. 항해일수 22일은 서진해서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거쳐 닝보항에 갈 때보다 18일을 줄였다.

이에 앞서 러시아 국영선사 소보코플로트는 2007년 7월에 북극항로에 투입할 수 있는 쇄빙유조선 ‘바실리 딘코프호’를 삼성중공업에서 만들어 가져갔다. 이배는 쇄빙선이 길을 뚫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쇄빙의 기능이 있고 7만DWT의 석유를 운반할 수 있는 선박이다. 이 쇄빙유조선은 부동항 무르만스크와 바랜디 유전을 오가면서 활약 중이다.


유럽국가들도 뒤질 새라

북극항로에 눈독을 들이는 유럽국가들 가운데에는 북극연안의 노르웨이가 상당히 적극적이다. 노르웨이의 추디해운 노르딕 바렌츠호는 지난 2010년 9월 노르웨이 키르케네스항에서 철광석 4만1,000t을 싣고 북극항로를 따라 동진, 북동항로로 베링해를 지나 중국 동부 렌윈항까지 수송에 성공했다. 운항 거리를 30% 줄이면서 기름값 18만 달러를 절감했다. 추디는 러시아 원자력쇄빙선회사와 합작해 북극물류센터(HNLC) 설립하고 중국시장으로 철광석을 수출 중인 회사. 지난해 11월 부산서 열린 ‘북극항로 상업운항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추디해운의 펠릭스 추디 회장은 북극해의 운항여건과 경제성 등을 분석한 성공 사례 발표를 통해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실무적인 문제들을 짚어주어 관심을 끌었다.

포레지그트호
프라테르니티호

이보다 앞서 독일은 일찍부터 북극항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엔 독일 브레멘에 본사를 둔 벨루가 해운 소속 화물선 프라테르니티호와 포레지그트호가 울산항에서 건설자재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항을 거쳐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협을 통과해 북극해를 가로질러 로테르담에 무사히 도착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는 외신을 통해서 뒤늦게 안 소식이었지만 벨루가 해운은 이미 7월에 울산항에 2척의 화물선을 입항시켜서 북극항로 출발을 준비했다. 울산항에 들어올 때부터 러시아 선박외의 북동항로 첫 운항이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셈. 7월말 울산항을 각각 출발한 이 두 척의 배는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리지 않고 북쪽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거기서 머물면서 러시아와 미국사이의 베링해협을 통과해도 좋다는 허가를 얻어내었다. 9월 7일 러시아의 북극해 항구인 얌부르크에서 기름을 채운 뒤 유럽의 관문 로테르담으로 서진, 9월 18일 입항했다.

벨루가 해운이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 것은 2008년 미국의 나사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북극 사진 때문이었다. 이 위성사진을 통해 러시아의 북동 지역과 캐나다의 접경 지역의 해빙 정도가 항로를 열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것. 우선 자사가 보유한 화물선 가운데 상당수가 여름철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실제로 어느 정도 운항거리 단축이 가능한지 면밀하게 검토했다. 이어서 운항승인을 얻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항만당국등과 접촉하는 한편, 한국과 중국의 적합한 항구를 찾고 기상조건에 대한 검토 등 다각적인 접근을 했다. 그러나 첫해에는 운항 허가를 얻지 못했고 2009년에 와서야 허가를 얻어 마침내 극동항로에 대한 도전을 1년 반 만에 성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벨루가 해운의 관계자는 “뛰어난 팀워크와 한 치의 오차 없는 준비의 결과였다”고 밝혔다.

북극항로를 이용함으로써 선박 한 척당 200톤의 저유황중질유 소비를 절감했는데 연료비로 환산하면 10만 달러 절약에 항해기간 단축으로 하루 2만 달러의 운항비를 절감, 결과적으로 북극항로 항해를 통해 선박 1척당 30만 달러의 항해비용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연료 소비 절감으로 환경적으로 유해한 CO2 방출을 대폭 줄이는 효과도 덤으로 얹어졌다. 이로써 북극항로 첫 상업 운항의 성공으로써 상용항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린란드 이누이트 마을

한편 벨루가 해운의 항해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북동항로의 개념도는 대부분 일본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항해가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그린 북동항로 개념도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더욱이 벨루가 해운은 북극 북동항로의 출항지로 마산이나 상하이항, 울산항 등을 두고 다양하게 저울질 했으나 울산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동해나 포항 등 동해안 쪽 항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따라 최근 동해안 쪽의 항구들을 가진 지자체들은 북극항로가 주목을 받자,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물동량을 소화할 수 있는 피더항으로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 북극공정 본격화

지난 2009년 6월만 해도 “중국은 북극에 대한 전략이 없다”면서 북극에 대한 전략을 숨기던 중국이 올 들어서 북극항로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지난 4월 20일 ‘북극 순방’에 나선 원자바오 총리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이슬란드를 가장 먼저 방문, 경협을 미끼로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참여 지지’라는 선물을 챙겼다. 원 총리는 이후 북극위원회 관련국인 스웨덴과 독일, 폴란드를 잇달아 방문했다. 원 총리는 스웨덴에 10억 유로를 투자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경제지원을 약속했고 스웨덴 역시 중국의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국 자격 획득 찬성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중국은 최근 북극 연안국에 접근해 북극에 접근하면서 차근차근 ‘북극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겉으로는 “중국은 북극의 지열을 개발하고 북극과 오로라에 관한 연구를 기대한다”고 말했으나 속으로는 북극자원과 새로운 항로에 큰 관심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쇄빙선 쉐룽호

이러한 연안 관련국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중국은 지난 8월 2일 쇄빙선 쉐룽(雪龍 길이 167m, 만재배수량 2만1,000t)호를 산둥성 칭다오에서 쉐룽호를 출항시켜 북극 횡단을 감행했다. 쉐룽호는 20년 전인 지난 1993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들여온 세계최대의 쇄빙선. 중국은 이 배로 베링해를 거쳐 러시아 북쪽 북극을 통과한 뒤, 같은 달 16일 아이슬란드에 도착함으로써 첫 북극 횡단이라는 결실을 거두었다. 그동안 네 차례 북극에 탐험대를 보냈으나 북극횡단은 처음인 중국은 쉐룽호의 이번 성공을 계기로 해당 항로의 상업적 이용을 본격 검토 중이다. 동시에 북극해 해저 광물 개발 참여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외교와 경제적인 힘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 위에 과학적 탐사를 통해 북극공정을 합리화하는 치밀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중국은 북극 탐험과 개발 능력 강화를 위해 이미 19억5,000만 위안(약 3,500억 원)을 들여 자국 최초의 쇄빙선 건조에 착수했다. 중국의 쇄빙선 건조는 전략적인 북극지방 탐사능력을 크게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8,000t급의 새 쇄빙선은 핀란드 회사의 설계지원으로 건조되며 오는 2014년부터 운항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풍부한 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을 염두에 두고 촉수를 북극으로 뻗쳤다”고 보도하자 양후이건(楊惠根) 극지시찰대 대장은 “중국은 지구 온난화와 북극 극지 환경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변명했다.

중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북극해의 가치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1990년대에 이미 대규모 재원을 확보하여 쇄빙선을 도입하고 북극해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04년 7월에는 북극전담연구소인 ‘황하(Yellow River) 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북극항로 개설과 자원개발 및 국제협약관련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극해에 붙어 있지 않은 중국으로서는 북극해 자원 개발 및 항로에 대한 통행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성실한 준수를 강조하면서 비북극권 국가의 권리 확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처럼 북극해 연안지역에 접하지 않는 국가들은 해당 지역의 자원이나 항로 이용에 배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자금력과 제 3세계에서의 목소리도 북극에서는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과거 남극대륙의 사례와 같이 북극해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지정하여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자면서 북극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유럽과의 물류비용의 3분의 1까지 줄여줄 수 있는 북극항로의 개발은 중국으로서는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더욱이 항로의 단축을 위해서는 상하이항이나 닝보항, 청도항, 렌윈항 등도 있지만 동해에 인접한 항구가 절실한 중국은 항구를 빌려 동해로 나가는 길을 추진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은 지난 1993년부터 ‘건항출해(建港出海)’ 전략 대신 항구를 빌려 쓰는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을 선택했다. 최근 잇달아 보도되는 중국 훈춘과 북한 나진 합작 개발 소식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두만강 하구와 인접한 나진항을 자국의 동북 3성이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 ‘나선국제물류합영공사’를 통해 나진항 2개 선석 50년 운영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로 별다른 투자를 않고 있다가 이번에 북극공정이 구체화 되면서 적극적인 투자의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나진항은 이미 북·중 양국의 경제특구로 공동 개발이 공식화한 곳이고 사실상 중국이 확보한 것은 훈춘~북한의 나진항, 청진항을 포함해 북한 북동부 항구 4∼5곳의 루트로 알려지고 있다.

나진항은 한반도종단철도(TK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등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한 얼지 않는 ‘부동항’이다. 나진항이 중국의 동해 출구로 자리 잡으면서 동시에 훈춘이 뜨고 있어 이 항구들은 앞으로 중국의 북극항로를 타기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APEC 회의


일본, 올해 북극에 대규모 답사단

북극권의 연속인 홋카이도를 보유한 일본은 이미 20~30년 전부터 ‘북극 환경연구센터’를 개설하는 등 북극 개발에 대비한 연구 활동을 시작, 일찍부터 북극과학위원회(IASC)에 가입하는 등 상당한 성과물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4월 IASC에 가입, 18번째 회원국이다.

올해 들어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3월 “북극항로 이용확대와 관련 항만 개발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북극해를 거쳐서 유럽을 왕래할 선박의 새 항로 개척에 있다. 일본 정부는 북극해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를 적극 조달키로 하고 관방장관과 경제산업상, 외상, 재무상 등이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북극권을 자원개발의 중점 지역에 포함하는 ‘5개년 계획’을 지난 6월 마련했다.

이어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여름 북극의 온난화 진행과 해빙 상황 등을 조사하기 위한 대규모 답사단을 파견했다. 국립극지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원 300여 명이 참여해 4년간 답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해 개척을 위해 대규모 파견단을 보내는 것은 일본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2009년 4번째인 쇄빙선 ‘시라세’를 취항시켰다.

일본 쇄빙선 시라세

1960년대 설립된 일본의 국립극지연구소는 80년대 남극에서 5,000여 개의 운석을 발견, 이를 일본으로 가져오는 등 극지 연구에 독보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일본의 북극 접근은 크게 원유와 천연가스 등 북극해의 자원개발과 새 유럽 항로 개척이라는 두 방향에 맞추되, 정부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왜냐하면 북극해와 지리적으로 멀고 일본 기업의 영향력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이 개척 중인 북극해 항로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러시아 북쪽을 따라 유럽으로 이어졌으나 최근 북극항로의 추세가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영향 등으로 일본 동쪽을 경유하는 요코하마 라인보다 한국의 부산과 울산 등 동해를 경유하는 환 동해권 항로로 기울어지자, 아예 부산항과 연계하는 환동해권 3대 도시(니가타, 토야마, 카나자와) 항만을 태평양권 거점 3대 도시(도쿄, 나고야, 오사카)항만과 연계하여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국토형성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SEA&강승철기자ds5b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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