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눕혀만 재워도 아기 돌연사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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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미만 영아 원인 모를 갑작스러운 사망, 영아돌연사증후군

수 년 전 미국에서 열린 '영아 돌연사 막기' 캠페인. 아기 17명이 '여기를 위로(This Side Up)'라는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둥글게 누워 있다. 엎어서 재웠다가 아기들이 돌연사하는 것을 막자는 의미다. 연합뉴스

얼마 전 경기도 광주와 광명의 어린이집에서 잠을 자던 생후 4개월 영아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더구나 태어난 지 1년이 안된 갓난아기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부모 입장에선 그보다 더한 '청천벽력'은 없을 테다. 그런데 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다. 부검을 해봐야 이렇다 할 원인 하나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영아돌연사증후군'이다.

생후 6개월 이하 전체 95% 차지
엎드려 재웠을 경우 3배나 발생
부모 옆에서 자면 질식 위험 높아
침구는 표면 딱딱한 것이 더 좋아

# 영아돌연사증후군이란?


영아돌연사증후군(혹은 영아급사증후군)은 12개월 미만 영아의 갑작스러운 죽음 중 병력 확인이나 철저한 부검 소견, 사망 현장의 조사로도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일컫는다.

대개 건강하던 아기가 잠을 자던 중 몇 시간 후에 죽어 있는 채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즉, 특정 질병이라기보다 영아가 사망한 후에 조사해도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때를 아울러 일컫는 명칭이다.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돌연사한 영아는 모두 92명으로 영아 사망 원인 중 세 번째로 많았다. 1천 명의 영아 중 0.2명 꼴이다. 참고로 1위는 임신기간이나 태아 발육과 관련된 장애였고, 2위는 심장병 등 선천성 기형이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실제로 숨겨진 영아돌연사증후군 사망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검을 꺼리는 유교 문화 탓에 실제 발생 건수가 축소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은 1천 명의 영아 중 1.3명이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한다. 의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영아 사망 중 영아돌연사증후군 사망자의 비중이 30%를 족히 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어린 아기를 재울 때에는 가장 왼쪽 그림처럼 똑바로 눕혀 재워야 한다. 엎어서 재우거나(그림 가운데), 옆으로 눕혀 재울 경우 영아돌연사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동아대병원 제공


# 원인은 무엇인가?

전세계적으로 영아돌연사증후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왔지만, 아직도 그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뇌간(brain stem)의 기능 이상과 심폐 기관의 조절 이상이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러나 사망 유형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기를 엎어 재우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게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엎드려 자는 아기에서 바로 누워 자는 아기보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이 3배 이상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망자의 85%가 생후 2~4개월의 영아였고, 95% 정도가 생후 6개월 이하의 영아였다. 가을과 겨울철에 더 흔히 발생하며, 주로 깊은 밤부터 아침 9시 사이에 일어난다. 또 만삭아보다는 미숙아에게서, 여아보다는 남아에게서 발생률이 높다.

그 밖에도 아기를 돌보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 임신 중 산모가 흡연하거나 음주하거나 습관성 약물을 복용한 경우,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경우, 만 20세 미만의 산모에게서 출생한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보호자와 아기가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잘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영야돌연사증후군 사망률이 높다는 점이다. 부모가 깊게 잠들었을 때 실수로 팔이나 다리 같은 신체로 아기의 호흡기를 막아 질식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침대가 너무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워도 아기가 파묻혀 호흡에 방해를 줄 수 있다.



#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영아돌연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은 지난 1994년부터 '똑바로 눕혀 재우기(Back-to-sleep)'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영아돌연사증후군의 발생이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현재까지 영아돌연사증후군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방법 중 엎어서 재우는 것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으로 생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기의 머리 모양에 신경을 쓰느라 엎드려 재우는 경우가 많은데, 위험할 수 있다.

아기가 잘 때 여러 겹의 옷을 입히거나 두꺼운 담요를 덮어주지 말아야 한다. 아기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열 배출이 잘 안 돼 고열로 이어질 수 있다. 실내 온도는 약 23도를 유지한다. 모유 수유도 돌연사 예방에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높여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추기 때문이다.

다음은 미국소아과협회에서 제안하고 있는 '영아돌연사증후군 예방법'이다.

△아기가 천장을 바라보게 눕혀서 재운다 △표면이 딱딱한 침구를 사용한다 △부모와 아기가 한 방에서 잘 때는 다른 침대와 잠자리를 쓴다 △푹신한 침구는 아기 옆에 두지 않는다 △모유 수유를 한다 △실내 온도는 22~23도를 유지한다 △성장주기별 예방접종을 챙긴다 △임신 중이나 출산 후 흡연·음주·불법약물 복용을 삼간다 △잠잘 때 공갈젖꼭지를 물린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도움말=동아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묘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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