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광장] '빠름 빠름 빠름' KTX에 '느림 느림 느림' 와이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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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객실 내에서 한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아, 바쁜데 왜 이렇게 안 터져?"

지난달 30일 면접을 보기 위해 KTX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던 이미현(24·부산 남구) 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열차 내에서 와이파이(Wi-Fi)를 이용해 면접 관련 자료를 검색하려고 1시간 동안 접속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수십 차례 시도한 끝에 연결이 되면 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끊어졌다.

2009년 무료 전환 후 승객 접속 늘자 장애 일쑤
데이터 양도 20MB 한정 인터넷 사용도 "속 터져"


KTX 열차 내에서 와이파이 접속이 잘 안 돼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코레일 측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와이파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유료여서 별 문제가 없었으나 지난 2009년 무료로 바뀌면서 승객들의 인터넷 접속량이 크게 늘어 접속에 장애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열차 속도, 구간(터널이나 산간 지역)에 따라 무선 환경의 차이가 심하고, 이동통신사가 열차에 대한 통신망 투자를 따로 해주지 않아 와이파이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홍보팀 관계자는 "KTX 열차 내에 설치된 9대의 AP(Access Point·무선 인터넷 공유기)에서 와이파이 망이 만들어지고 그 신호가 외부 이동통신사의 3G 혹은 4G망에 연결되는 원리로 와이파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며 "KTX 이용 고객을 위해 이동통신사에 3G망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레일 고객에게는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문구가 뜬 사이버 상의 안내문.
그는 또 "자체적으로 철로를 따라 중계기를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막대한 예산을 충당하지 못해 무산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와이파이 접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50m 간격으로 중계기를 설치해야 하나, 이럴 경우 경부선에만 약 1조 원의 시설비가 들어간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해명이다.

그는 와이파이 서비스가 운송 사업이 아니라 외부업체인 연합뉴스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부가 서비스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 측의 입장은 다르다. 한 이동통신사의 관계자는 "KTX는 이동 구간이 너무 넓은데다 열차를 이용하는 특정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이동통신사의 설비 설치 비용이 너무 크다"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와이파이 영역을 넓혀주고 싶지만 이동통신사가 다 부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답했다.

이동통신사 측은 KTX의 와이파이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이유로 "코레일 측이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하기보다 이를 자체 수익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어 협력하기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레일 측은 "지난 7월부터 4G망을 깔고 있다"며 "현재 70% 가량 작업이 진척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KTX 와이파이는 접속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승객이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20MB로 한정돼 인터넷 접속도 자유롭지 못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3G망일 때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4G망으로 바뀌면서 1일 데이터 사용량을 제한시켰다"며 "4G망 자체가 비싼데다 제한을 두지 않으면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로 여행을 다녀온 박우림(21·부산 동래구) 씨는 "도시철도나 버스 속에서도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데 정작 국가 기간시설인 열차 속에서 20MB에 한정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20MB라면 웹 서핑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gyeong410@gmail.com



권경숙
시민기자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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