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마린·센텀 '갤러리 시티'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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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도시철도 2호선 센텀시티역 인근에 문을 연 '갤러리 오로(Oro)'. 부산일보 DB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직장이 있는 이성진(36) 씨. 최근 마린시티에 갤러리가 몰리면서 즐거움이 하나 생겼다. 점심시간 짬을 내 동료와 갤러리 탐방을 한다. 그는 "그림을 감상하면서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한다"고 했다.

초고층 고급 주거단지인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일대가 해운대 중동 달맞이 언덕에 이어 부산의 대표 화랑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갤러리는 광복동이나 대청동, 중앙동 주변에 몰려 있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남천동과 광안동 시대를 맞았고, 2000년대 들면서 해운대 달맞이 언덕 주변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최근 1년 새 신규 개장 10여 곳
고급 주거단지 부유층 고객에
달맞이 언덕 포화 상태가 이유
미술 시장 협소, 출혈경쟁 우려


최근 달맞이 언덕이 포화상태를 보이면서 주춤하는 사이, 지난해부터 갤러리들이 하나둘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애초 마린시티 일대에는 '부산공간화랑 해운대점'과 '갤러리 서림 부산점', '우 갤러리'가 있었다. '갤러리 서림'은 2008년 문을 열었다가 지난해 문을 닫았으니 '부산공간화랑 해운대점'과 '우 갤러리'가 이곳 터줏대감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갤러리 다운타운' '수호롬 부산' '문 앤 박' 'K갤러리(현대증권점)' 등이 잇따라 생겨났다. '수호롬 부산'과 '문 앤 박'이 입주한 제니스스퀘어 6층에는 다음 달께 새로운 갤러리가 하나 더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이곳은 한창 내부 공사 중이다. 새 갤러리가 문을 열게 되면 같은 상가 같은 층에 갤러리 세 곳이 자리하게 된다. '수호롬 부산' 이명서 대표는 "부산에서 잘 볼 수 없는 전시를 기획하려 한다"며 "갤러리가 모여 있으면 달맞이 언덕처럼 관람객이 폭넓게 볼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센텀시티도 비슷한 현상이 최근 일어나고 있다. 센텀시티엔 '갤러리 폼'과 '아리랑 갤러리'가 문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1년 새 갤러리가 네댓 곳이나 생겼다. 지난해 센텀호텔 3층에 '센텀아트스페이스'와 '센텀호텔아트갤러리'가 각각 문을 열었다. 올 초에는 도시철도 센텀시티역 인근 센텀메디컬센터 건물 옥상에 '갤러리 오로'가 문을 열었고, 지난 7월에는 센텀 WBC더팰리스 건물 정상부에 '아토 갤러리'가 오픈했다. 인근 재송동 센텀IS타워 2층엔 지난해 10월 '센텀 갤러리'가 생겼다.

왜 이렇게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쪽에 갤러리가 몰리고 있을까? 마린시티의 경우, 현대아이파크와 두산위브더제니스에 입주민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유다. 신규 부유층 고객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경기가 안 좋다면서 이렇게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에 갤러리가 몰리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옥영식 미술평론가는 "대중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선 경기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림을 사들일 능력이 있는 컬렉터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신규 갤러리들은 바로 이들을 겨냥하기 때문에 경기와 무관하게 갤러리가 늘고 있다. 마린시티나 센텀시티엔 소비층이 부산 시민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 특히 서울 고객의 발길이 항상 머무는 곳이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계 안팎에선 "부산 미술 시장이 치열한 경쟁만큼 나눌 수 있는 파이가 크지 않아. 자칫 갤러리 간 출혈경쟁만 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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