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 '신영균'
'머슴에서 임금까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회고전의 주인공은 원로배우 신영균(84)이다. 조긍하 감독의 '과부'(1960년)로 데뷔해 김수용 감독의 '화조'(1978년)를 끝으로 은막에서 내려온 그는 20년가량 무려 317편에 출연하며 1960~1970년대를 풍미한 한국 최고의 배우다. 1928년 황해도 평산 출신인 그는 중후한 외모에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인텔리였지만 보릿고개 시절,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는 소위 '딴따라 판'에 뛰어들며 당대 최고의 남성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영화계 원로가 된 요즘 사재 500억 원을 쾌척해 문화재단을 만들고, 후배들과 함께 연극무대에도 오르는 '영원한 현역'으로 귀감이 되고 있으니 BIFF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한국영화 오늘 있게 한
60~70년대 은막의 전설
'BIFF에서 다시 한번'
300편이 넘는 출연작이 암시하듯 그의 활동반경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웠다. 멜로, 액션, 전쟁, 문예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는데 무엇보다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 덕택에 가능했다. 최하층 머슴에서 가장 높은 임금까지 안 해본 역할이 없다. 김진규, 신성일, 최무룡 등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배우들과도 쉽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배우다.
이번에 그의 작품 8편이 선보인다. 시대별로 가장 앞선 것은 고 신상옥 감독이 작업한 영화 '쌀'(1963년). 피폐한 고향으로 돌아온 상이군인이 반대를 무릅쓰고 황무지에 물을 대는 사업을 추진하는 일종의 남성 영웅담인 이 작품에서 신영균은 계몽된 국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근대화의 주체는 누구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빨간 마후라'(1964년)는 배우 신영균의 오늘이 있게 한 작품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전쟁영화로 한국 최초로 공중 촬영을 시도하며 시원한 공중전과 첨단 근대전의 면모를 화려하고 박진감 있게 보여준다.
같은 해 임권택 감독과 호흡을 맞춘 '신년세도'(1964년)는 조선 정조 때 고위 관리였던 홍국영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작품. 궁중을 배경으로 한 치열한 암투와 신분을 초월한 애틋한 로맨스를 통해 한 야심가의 극적인 삶이 그려진다.
안동 김씨 가문의 세도정치가 극에 달한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한 '대원군'(1968년)도 신영군의 대표작 중 하나다. 자신을 향한 탄압과 감시를 피하려 폭음과 바보짓으로 소일하며 내일의 권력을 준비하는 흥선군의 모습이 압권이다. 한국 최초로 동시녹음을 시도한 이 영화에서 신영균은 연기력의 절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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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 번 |